남한말, 북한 말: 신발병원

2006-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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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엔 옷병원에 대해서 설명을 해 드렸는데요, 오늘은 신발병원에 대해서도 설명을 해드리려고 합니다. 신발병원을 설명하려고 하니 갑자기 눈물이 납니다.

엄동설한에 다 닳아서 바닥은 없고 위에 껍데기만 남은 누더기를 신발이라고 걸치고 동냥을 청하던 함흥역의 꽃제비 소년이 생각나고 또 그나마도 없어서 얼어서 갈라터진 맨발로 걸어가던 어느 소녀의 얼굴이 보이기도 해서 말입니다.

우리는 어쩌다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우리아이들에게 신발 한 켤레도 제대로 신길 수 없는 나라가 되어 내 아이의 곱디고운 발이 자갈밭에서 찢어지고 동상으로 썩어 들어가게 만들었는지?

훗날 우리아이들이 자라서 옛말하게 될 그날이 오면 그 아이들의 상처 입은 발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지 말입니다. 남쪽의 신발병원은 북쪽의 신발수리소와 같은 곳입니다.

아마 남쪽의 신발병원과 북쪽의 신발수리소는 거의 같은 일을 하는 곳으로 생각이 되는데요. 가죽으로 만든 구두가 별로 없는 북한에 비해 남쪽엔 구두가 흔해서 닦아야 할 구두 량도 어마어마한데요. 그래서 구두병원 아저씨들은 사무실마다 찾아다니며 구두들을 모아다가 반짝반짝하게 닦아서 가져다주는 찾아가는 서비스(봉사)를 하기도 한답니다.

남쪽의 구두병원에서도 여성들의 굽 높은 구두 뒷 굽을 갈아주는 일도 하고 터진 곳을 기워주기도 하지만 터진 곳을 기워 신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까 남자들의 구두를 닦아주거나 여성들의 굽 높은 구두의 뒷 굽을 갈아주는 것이 주요일입니다.

가끔 서울의 여기저기를 다니다 보면 지하철역이나 버스정류소 주변에 구두병원 또는 신발병원이라고 써 붙인 곳이 보인답니다. 하지만 요새는 구두병원을 점차 없애는 것이 정부의 정책이라고 하는군요. 남쪽의 길거리엔 가는 곳마다 아름답고 질긴 구두들이 즐비해서 요즘엔 신발을 수리해서 신는 사람이 별로 없답니다.

그리고 가죽으로 만든 구두들도 대부분이 코팅(반짝반짝하게 만든 의혁)처리된 구두들이어서 별로 닦아 신지 않아도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북쪽에서 살 때 학교에서는 늘 구두닦이 통을 멘 남조선청소년들이 어른들의 구두를 닦아주면서 간신히 생계를 유지해나가는 것으로 교육을 받아왔는데 현재 남쪽엔 구두닦이 통을 멘 청소년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답니다.

남쪽의 구두병원에선 신체적인 장애가 있는 장애인(북한에선 불구자라고 하지요)들이 주로 이일을 하는데요, 수입이 짭짤해서 자격을 얻기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합니다.

구두병원에선 열쇠수리도 해주고, 가방도 수리해주고 잃어버린 열쇠를 맞추어 깎아주기도 한답니다. 하여간 더욱더 풍요로워지는 물질생활로 인해 값싸고 아름다운 품위 있는 신발들이 더욱더 많이 생산되니까 구두병원의 일이 점점 적어져서 걱정입니다.

제가 사는 아파트는 남쪽에서 볼 때 별로 부자이지 않은 북쪽으로 따지면 노동자마을이지요, 아무튼 생활수준이 그다지 높은 수준이 아닌 사람들이 살고 있는 곳이지만 재활용통에 가보면 내다버린 신발들 중에 쓸 만한 신발들이 차고 넘친답니다.

이러한 현실들을 보면 우리들의 마음은 당연히 우울해 집니다. 여기 있는 것들을 골라서 북쪽에 있는 친구들이나 친척들에게 가져다주면 얼마나 잘 신을까?

저도 처음에 서울에 왔을 땐 신발도 많이 얻어다가 신었는데 사실 서울엔 지하철도도 너무 잘 되어 있고 길도 포장도로가 잘 되어 있어서 별로 걸어 다닐 곳도 없고 신발이 자주 꿰지지 않아서 이제는 신발장에 신발이 차고 넘친답니다.

그러니 집이 좁아져서 멀쩡한 신발도 버릴 수밖에 없더라구요. 하지만 처음엔 서울사람들이 다들 정신이 나갔다고 생각을 했었더랬습니다. 어떤 신발은 상표도 떼지 않고 버린 것들도 있어서 말입니다.

이제는 그 이유를 조금은 알 것 같은데요, 어쩌면 남과 북은 이렇게 다른 세상이 되었는지 이것만은 정말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한쪽은 너무 찢어지게 가난하고 한쪽은 너무 풍요로워서 미어터지게 넘쳐나는 것 말입니다.

저도 한동안은 신발을 전혀 사지 않고 맞는 신발들을 얻어다가 신었었는데 통일이 되면 이런 재활용 신발들을 구두병원에서 조금만 수리해가지고 북쪽사람들에게 나누어주어도 몇 년씩은 견딜 것입니다.

저의 아들도 세계적으로 이름이 알려진 나이키라는 회사의 운동화를 사서 신기는데 도무지 신발이 낡지를 않아 작아서 다른 신발을 구입할 땐 다른 아이에게 물려 주군 하는데 이런 때면 북쪽의 어린이들에게 가져다주면 얼마나 좋아하며 잘 신을까 하는 생각에 가슴이 얼얼하게 아프곤 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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