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비교: 된장찌개

한 잡지에 보니까 중국에 진출한 남쪽 사람들과 중국에 살고 있는 조선족 사람들 사이에 문화적 갈등이 심한 것 같습니다. 그 잡지에 실린 내용은 남한 사람이 운영하는 한 직장에 근무하는 조선족 처녀가 남한사람인 사장한데서 멸시를 받았다는 내용의 기사였는데 앞으로 통일이 되었을 때에도 이런 비슷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몹시 걱정되었습니다.

사실 남한인 사장과 중국조선족 처녀사이에 일어난 일은 별일도 아니었고 된장찌개의 이름 때문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 남쪽에서 말하는 된장찌개는 사실 북쪽에서는 된장 지지개와 비슷하고 중국 조선족들 사이에선 토장국으로 불린다고 하는군요.

그런데 남한인 사장이 조선족 처녀에게 “너희들은 얼마나 가난했으면 된장찌개도 못 먹어보았느냐?” 라고 말한 것의 문제의 발단이었는데 흑룡강성에서 살다온 조선족 처녀는 아마 된장찌개란 말을 못 들어보았던 모양입니다.

사실 음식이름을 잘 알지 못하면 여러 가지 해프닝(희비극)이 생긴답니다.

저도 처음 서울에 왔을 때 음식명을 몰라서 먹을 줄도 모르는 음식을 시켰다가 저녁을 굶은 적이 있었거든요. 또 저희들이 서울에 살면서 초대를 받으면 가장 어려운 것이 음식메뉴를 선택하는 것이랍니다. 이름도 생소한데다가 또한 그런 음식을 생전에 본적이 없으니 무엇을 시켜야 할지 난처할 때가 저도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북쪽에서 찌개라고 하면 국의 개념보다는 반찬의 개념이 더 많지요. 그래서 찌개는 여럿이 함께 먹는 음식으로 알고 있었잖아요. 그런데 남쪽에서 찌개는 국의 개념이 더 많아서 찌개는 혼자서 시켜서 먹는 음식이랍니다. 조선족 처녀도 토장국은 고향에서 먹어보았는데 된장찌개라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어서 그런 일이 생긴 것 같습니다.

된장찌개는 된장에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끓인 찌개인데 일명 토장찌개라고도 합니다. 채소·두부·어패류·고기 등 여러 가지 식품을 함께 섞어 끓이는 점이 특징인데요. 북쪽에서 곱돌장사기에 호박이나 멸치, 풋고추 등을 넣고 얼벌벌하게 끓이는 것과 비슷한데 남쪽의 된장찌개는 국물이 북쪽보다 조금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남쪽에서 만드는 된장찌개는 쇠고기를 다지고 마늘을 얇게 저미고, 파는 채 썰어서 함께 뚝배기에 담고, 된장을 잘 갠 다음 쌀 씻은 속뜨물을 붓고 걸러서 뚝배기에 부어 중간 불에서 끓이다가, 두부와 버섯을 넣고 다시 끓입니다.

된장찌개는 된장과 함께 고추장·고춧가루를 조금 섞기도 하며, 재료는 계절에 따라 변화를 주어 여름이면 풋고추, 가을이면 버섯류, 겨울이면 시래기 등을 넣어 끓이기도 합니다. 쌀, 보리 등 곡식을 주식으로 하는 한민족은 오래전부터 단백질의 급원식품인 콩을 이용하여 부족한 단백질을 섭취하여 왔습니다.

고기 맛을 본다고 해야 잘하면 두세 번 정도가 고작인 북쪽주민들에게 사실은 된장찌개는 좋은 단백질 식품입니다. 하지만 된장도 어디 그리 흔합니까. 상점에서 공급하던 된장은 콩으로 만든 장이 아니고 대부분이 밀이나 옥수수로 만든 된장이라서 남쪽에서 끓이는 된장찌개 맛이 나지 않지요.

북쪽에 살 때 저의 집에는 곱돌 장사기가 생겼었는데 여름에 애호박과 옥파, 풋고추 두부 , 고추장 등을 넣어 끓인 된장지지개는 혀를 훌훌 불면서 먹어야 할 정도로 얼큰해서 땀을 뻘뻘 흘리곤 했지요, 상점에서 사온 장은 맛이 없어서 집에서 자체로 담군 장으로 지지개를 끓이곤 했는데 지지개의 맛은 장맛이 결정하곤 했지요.

남쪽에는 우리가 북쪽에서 담구어 먹던 된장이나 고추장보다 훨씬 더 맛있게 만들어서 팔기 때문에 집에서 장을 담을 일이 별로 없습니다. 그래도 손맛을 고집하시는 분들은 장을 담아 먹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켓에서 장을 사다가 먹는답니다.

된장찌개를 잘 끓이는 비법중의 하나는 육수를 잘 만드는 것인데 멸치로 미리 육수를 만들어 두었다 쓰면 국물 맛이 더 구수하고 맛있었습니다. 청양 고추나 무를 넣으면 더욱더 얼큰한 맛을 낼 수 있구요. 조갯살도 넣으면 국물이 아주 달아서 정말 맛있습니다.

사실 된장찌개만 잘 끓여도 한 끼 밥은 정말 맛있게 먹을 수 있고 또 된장찌개는 사용하는 재료가 채소, 수산물, 두부, 등 여러 가지여서 영양적으로도 완벽한 음식입니다.

우리나라의 된장찌개는 미국에도 있구요, 일본에도 있다고 합니다. 요즘 우리나라의 음식들이 비만이나 성인병 치료에 좋은 웰빙음식이라서 세계적으로 인기가 올라가고 있답니다.

저는 오늘저녁에 된장찌개를 끓여 먹습니다. 열심히 연습했다가 여러분과 만나게 되는 날 함께 끓여 먹을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