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시간에 음식이름을 몰라 저녁을 굶었던 해프닝을 이야기 한 적이 있었는데요. 서울에 와서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입니다. 어느 날 지인으로부터 좋은 레스토랑에 초대받았습니다. 그 식당은 미군부대가 주둔하고 있는 곳에 있는 식당이었는데 아마 음식 값이 많이 비싼 좋은 레스토랑이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에 온지 얼마 되지 않아 모든 것이 다 어리둥절하기만 했던 시절이었는데 미국사람들만 드나드는 식당에 초대받고 보니 더욱더 안절부절 이었습니다.
그곳엔 대부분이 미국인들이었는데 가끔 보이는 한국인들도 외교관들인지는 모르겠지만 영어를 아주 유창하게 구사하고 있었습니다. 영어는 한마디도 못하는 저는 그만 얼어버렸습니다.
음식 메뉴를 선택하는 시간이 되었는데 도대체 메뉴판을 보니 영어로 쓴 꼬부랑글을 알아볼 수도 없었고 또 설사 알아본다 해도 생전 처음 보는 음식들이라서 무엇을 시켜야 할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주위 사람들의 눈치를 슬슬 보다가 대부분의 사람들이 주문하는 음식을 따라 주문하였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 생긴 것입니다. 주문한 음식이 나왔는데 저는 그만 깜짝 놀랐습니다. 나온 음식은 커다란 접시에 껍질 채로 오븐(로)에서 구은 큰 감자 한 알과 덜 익혀서 핏물이 살짝 흘러나온 소고기 한 덩어리였습니다.
서양요리인 스테이크라는 것이었는데 원래 그 식당은 미국에서 재료를 가져다가 스테이크를 만들기 때문에 서울에서는 가장 맛있는 스테이크 음식점이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저는 그렇게 만든 소고기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답니다.
그런데다가 감자는 정말 저에게 아픈 추억을 들추는 음식인데 저희들이 평양에서 살다가 추방되어 간곳이 감자고장인데요, 그곳에서 감자를 너무 많이 먹어서 저는 지금도 삶은 감자를 싫어하는데 최악의 상황이 온 것입니다.
저는 그날 저녁 무례함을 무릅쓰고 저녁을 못 먹었답니다. 저를 초대했던 사람들도 너무 딱해 하였지만 저는 음식이 맞지 않아 도저히 먹을 수가 없었거든요.
물론 세월이 지난 요즘은 스테이크를 잘 먹습니다. 이제는 어떤 스테이크가 맛있는 것인지도 좀 알게 되었구요, 그리고 스테이크는 주문할 때 꼭 익히는 정도도 함께 주문해야 한다는 것도 알게 되었구요. 며칠 전에도 식사에 초대되었는데 소고기 안심 스테이크를 주문하여 아주 맛있게 먹고 왔습니다.
스테이크가 어떤 음식인지 대강 짐작은 가시겠지만 궁금하기도 하실 것이에요. 스테이크는 육류를 약간 두껍게 잘라서 불에 직접 구어서 만든 서양요리의 하나입니다. 고기의 두께는 1∼2㎝ 정도인 경우가 많고 1인분의 양으로 100∼200g 정도가 사용되는데 구울 때 열원으로는 여러 종류가 쓰이지만 단단한 숯 등이 적합합니다. 고기는 보통 쇠고기를 많이 쓰지만 돼지고기·양고기·닭고기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쇠고기를 사용한 것을 비프스테이크, 돼지고기는 포크스테이크, 어린 양고기는 램스테이크, 닭고기는 치킨스테이크라고 부릅니다. 그 밖에 다진 고기를 사용한 햄버거스테이크와 햄을 사용한 햄스테이크도 있습니다.
스테이크는 가장 단순한 고기요리이므로 고기의 질이 요리의 맛을 좌우하기 때문에 고기나 부위의 선택이 매우 중요한데 보통 안심·등심이 많이 쓰입니다. 따뜻할 때 먹는 것이 좋고 식으면 고기가 굳어져서 맛이 떨어집니다. 또 적절한 소스를 쳐서 먹어야 제 맛이 나며 감자·채소 등을 곁들여 먹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탈리안 스테이크를 좋아하는데요. 이탈리안 스테이크는 쇠고기 안심 스테이크용 고기를 준비하여 두께가 1cm쯤 되는 스테이크용으로 준비해서 가장 자리의 기름이나 얇은 막, 힘줄 등을 제거하고 비닐봉지에 담아 셀러리 잎, 양파, 당근 얇게 썬 것, 식용유를 넣고 골고루 흔들어서 3~4시간 재어둔답니다.
이렇게 하면 고기 누린내도 없어지고 부드러워집니다. 고기를 행주나 키친타월(부엌에서 쓰는 타월)로 싸서 조리용 망치나 칼 등으로 두들겨 부드럽게 한 다음 두꺼운 팬에 기름과 버터를 두르고 뜨거워지면 손질한 고기를 놓고 소금, 후추를 뿌려 센 불에서 단숨에 굽는 겁니다. 도중에 브랜드를 뿌려 확 불이 붙게 해서 잡냄새를 날려 보내어 만듭니다. 곁들이는 채소는 뜨거운 것으로 준비하고 아스파라거스를 구하기 힘들 때는 브로콜리나 콘 종류, 또는 마카로니 등을 곁들여도 아주 좋습니다. 스테이크는 참 맛있는 음식인데 여러분도 처음 접할 땐 저처럼 저녁을 굶게 될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