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법무부, ‘북한 형법 주석’ 발간

앵커: 한국 법무부가 북한 형법에 대한 ‘주석’을 발간했습니다. ‘북한 형법 주석’은 북한 형법이 비교적 단순하고 포괄적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 법무부는 30일 2023년 12월 24일 개정된 북한 형법을 다룬 ‘북한 형법 주석’을 발간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날 법무부가 공개한 ‘북한 형법 주석’은 지난 2015년 출간된 ‘북한 형법’의 전면 개정판입니다.

‘북한 형법 주석’에 따르면 북한은 2023년 말 형법 개정을 통해 내부 통제를 강화하려는 경향을 보였습니다.

우선 사형에 대한 죄목이 기존 11개에서 16개로 늘어났습니다.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마약범죄방지법과 같은 형사특별법에도 사형을 규정하는 등 사형을 확대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은 김정은 총비서가 남북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 관계로 규정하면서 기존 ‘조선민족해방운동 탄압죄’ 등은 삭제했습니다.

‘북한 형법 주석’은 또 북한이 한국 문화 유입으로 인한 체제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반동사상문화배격법을 제정했고, 대신 기존 형법에 있던 ‘퇴폐적인 문화 반입, 유표죄’ 등은 삭제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형법의 전반적인 특징과 관련해 ‘북한 형법 주석’은 “장 구분이 단순하고 조문수가 적다”고 지적했고, 규정 내용들도 “대체로 단순하고 포괄적인 내용들로 되어 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 형법 주석’은 이같은 점은 “러시아, 중국, 베트남의 형법과도 대비되는 점”이며 “다른 사회주의 국가 형법들은 처벌대상과 유형을 세분해 자세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북한 형법 제3장, 반국가 및 반민족범죄에 관한 규정의 경우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범죄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규정하고 있는데, ‘북한 형법 주석’은 “세부적인 행위 유형 없이 포괄적 문언을 사용해, 구체적으로 어떤 행위가 처벌 규정에 해당하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형법 주석’은 “체제 수호와 주민 통제에 치중해 법 집행기관의 자의적인 법 집행 우려가 있는 규정들이 산재해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북한 형법 주석’은 북한 형법 제9장, 공민의 인신과 재산 침해에 관한 규정의 경우에도 “개인 인격에 대한 존중이나 개인의 경제활동의 자유에 대한 보장이 미약한 북한의 특성을 반영해, 개인적 법익에 관한 범죄를 비교적 단순하게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형법 주석’ 집필에는 전지연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김재봉 한양대 교수, 김정환 연세대 교수, 정승환 고려대 교수, 이은영 변호사 등이 참여했습니다.

법무부의 유태석 법무실장 대행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주석서 발간이 향후 남북 법률체계 통합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연구의 초석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고, “법무부는 남북한의 법·제도 통합 준비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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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최고인민회의가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모습.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모습. 북한 최고인민회의가 평양에서 열리고 있는 모습. (AP)

북한의 형법이 지나치게 추상적이라는 전문가 지적은 앞서 거듭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규창 통일연구원(KINU) 인권연구실장은 지난해 12월 ‘북한 법제 변화를 통해서 본 북한사회의 변화’ 학술토론회에서 “북한 형법에 합당하지 않은 사유로 주민을 사형에 처할 수 있는 규정이 지나치게 많다”고 밝혔습니다.

이 실장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평양문화어보호법, 적지물처리법 등 정보 통제를 위한 법규에도 사형 규정을 포함시킨 것은 국제인권규범에 반하는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인권연구실장] 사형은 가장 중한 범죄에 대해서만 규정 및 부과할 수 있고, 가장 중한 범죄는 제한적으로 해석돼야 하며, 고의적인 살인을 수반하는 극도의 중범죄에만 적용되도록 북한 형법에도 규정돼 있습니다.

“북한 형법, 점차 구체화되는 추세”

다만 북한의 형법이 점점 구체화되는 추세라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익명을 요청한 통일연구원 관계자는 30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이 과거 비제도적인 방법으로 통제를 했던 것은 사실”이지만 “김정은 정권 들어 비교적 다수의 법 제정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관계자는 “가령 벌금 조항이 새롭게 나타나고 북한 관영매체 노동신문 등도 법 준수를 지속 강조하는 등 법적 제도를 통한 북한의 통제가 점차 강화되는 흐름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