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의 실상을 알리는 독립영화 제작자들을 지원하는 민간지원단체(Private Grantmaking Initiative) ‘베어링 노스(Bearing North)’가 지난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설립됐습니다. 공동 설립자인 블레인 베스 대표는 영화가 북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매체라고 강조했습니다. 워싱턴에서 정영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업가이자 영화 투자자인 블레인 베스(Blaine Vess)와 북한인권단체 링크(LiNK)의 오랜 후원자인 에스더 백 베스(Esther Paik Vess)가 설립한 민간 영화지원단체 ‘베어링 노스’가 북한을 다루는 다큐멘터리와 극영화 등의 제작을 지원합니다.
지난 6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출범한 ‘베어링 노스’는 전 세계 독립 영화 제작자들을 대상으로 기획과 개발, 제작, 후반 작업, 완성 등 제작 단계와 관계없이 지원금을 제공한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북한 출신 영화 제작자들의 작품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베스 대표는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영화가 북한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라고 말했습니다.
블레인 베스 : 저희는 영화가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북한을 다룬 영화가 넷플릭스 ‘톱 10’에 올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도 보고 싶습니다.
베스 대표는 그동안 북한을 다룬 여러 영화에도 직접 투자해 왔습니다.
북한 출신 화가 선무 씨의 삶을 다룬 ‘아이 엠 선무’를 비롯해 김정남 암살 사건을 다룬 ‘암살자들’, 북한 탈출 가족들의 여정을 담은 ‘비욘드 유토피아’ 등의 제작과 보급에도 기여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 관련 영화제작에 지원한 규모는 미화 약 30만 달러 정도.
베스 대표는 북한 문제를 보다 체계적으로 다룰 필요성을 느껴 베어링 노스를 설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블레인 베스 : 앞으로는 북한 인권 문제뿐 아니라 현재 북한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과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싶습니다.
베스 대표는 특히 북한 출신 영화 제작자들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면서, 이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세상에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베어링 노스’는 단순히 제작비만 지원하는 데 그치지 않을 계획입니다.
다른 투자자나 지원단체와의 공동 자금 조달을 연결하고, 필요한 경우 비영리단체를 통한 재정 후원도 제공할 예정입니다.
또 영화 제작과 북한 문제에 대한 경험을 가진 전문가들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제작자들에게 조언과 안내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자문위원에는 북한인권 활동가와 탈북민 출신 전문가, 북한 전문 언론인, 영화감독 등 다양한 분야의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베스 대표는 “북한을 다룬 영화가 세계적인 영화제에서 주목받거나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를 때까지 30년을 기다리고 싶지는 않다”며, “영화에 꿈을 가진 제작자라면 누구든지 베어링 노스에 연락해 달라”고 말했습니다.
현재 베어링 노스는 웹사이트를 통해 북한 관련 영화 제작을 위한 지원금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인터뷰 전문]
기자: ‘Bearing North’는 언제 설립됐고, 설립 배경에 대해 소개해 주시죠.
블레인 베스 : ‘Bearing North’는 공식적으로는 지난 6월 출범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이 아이디어는 오랫동안 마음속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동안 북한 문제를 보다 집중적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고, 결국 북한 관련 영화들을 본격적으로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물론 저희는 인권 문제를 비롯한 다양한 주제의 영화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Bearing North’를 통해서는 북한과 북한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들을 집중적으로 지원하고 싶습니다. 저희는 영화가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궁극적으로는 북한을 다룬 영화가 넷플릭스 ‘톱 10’에 올라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것도 보고 싶습니다.
기자: ‘Bearing North’는 어떤 북한 관련 영화나 프로젝트를 지원합니까?
블레인 베스 : 현재로서는 특별히 주제를 제한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과 관련된 이야기라면 열린 마음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원한 작품을 보면, 2015년에는 북한 출신 미술가 선무 씨를 다룬 <아이 엠 선무(I Am Sunmu)>를 지원했고, 2023년에는 김정남 암살 사건을 다룬 <암살자들(Assassins)>과 탈북 과정을 다룬 <비욘드 유토피아(Beyond Utopia)> 등을 지원했습니다. 탈북 과정을 다룬 영화도 있고, 최근에는 부산에 있는 탈북민 학교를 소재로 한 영화도 지원했습니다. 이처럼 주제와 형식은 매우 다양합니다. 저희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북한과 북한 사람들에 관한 좋은 이야기를 세상에 전달하는 것입니다.
기자: 영화 지원 대상을 선정할 때 특별한 기준이 있습니까?
블레인 베스 : 기본적으로 진지한 이야기를 진지하게 영화로 만들고자 하는 제작자를 찾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지한 영화 제작자’가 정확히 누구인가 하는 것은 저희도 계속 고민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지원한 영화들은 대부분 경험이 풍부한 제작자들이 만든 작품이었습니다. 하지만 ‘Bearing North’에서는 좀 더 열린 접근을 하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 제작 경험은 많지 않지만 훌륭한 북한 이야기를 가진 분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영화학교를 졸업했지만 아직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한 젊은 제작자일 수도 있습니다. 또 이야기는 가지고 있지만 직접 영화를 만들기보다는 감독이나 편집자와 협력하고 싶은 분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미 훌륭한 영상 자료를 가지고 있지만 그것을 어떻게 하나의 영화로 만들어야 할지 모르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저희는 이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습니다. 다만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수준 높은 영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희는 제작자들이 그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경험과 지식을 나누고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려고 합니다.
기자: 북한 출신 영화 제작자들을 지원하는 일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블레인 베스 : 북한에서 온 분들이야말로 세상에 꼭 알려야 할 중요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고 해서 누구나 그것을 영화로 만들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분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있지만 영화로 만드는 방법을 모를 수도 있습니다. 또 영화를 만들기 위해 협력할 감독이나 제작자를 찾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미 대본을 써 놓았지만 그것을 어떻게 세상에 내놓아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있을 것입니다. 저희가 하고 싶은 일은 바로 그런 분들을 돕는 것입니다. 북한 출신 사람들이 북한에 관한 이야기의 중요한 주인공인 만큼, 그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희에게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기자: 영화가 선정되면 제작비 외에 어떤 도움을 제공할 수 있습니까?
블레인 베스 : 여러 가지 도움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영화를 완성하기 위해 추가적인 자금이 필요하다면 다른 영화 지원기관이나 재단을 연결해 줄 수 있습니다. 영화제에 출품하는 방법이나 어떤 영화제에 출품하는 것이 좋은지도 조언할 수 있습니다. 또 개인이나 단체가 제공하는 지원금을 신청하는 과정도 도울 수 있습니다. 저희 자문위원단에는 영화 제작과 배급 분야에서 여러 차례 경험을 쌓은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영화 완성뿐 아니라 영화제 진출, 배급사나 구매자를 찾는 과정 등 영화 제작의 전반적인 단계에 대해 조언할 수 있습니다. 또 북한 문제와 관련해 오랫동안 활동해 온 ‘리버티 인 노스 코리아(Liberty in North Korea: LiNK)’의 자문위원들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기자: 지금까지 북한 관련 영화에 어느 정도의 지원금을 제공했습니까?
블레인 베스 : 지금까지 지원한 영화들을 모두 합치면 약 30만 달러 정도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앞으로 ‘Bearing North’를 통해서는 지원 방식도 더욱 다양해질 것입니다. 어떤 영화에는 5천 달러 정도의 소액 지원이 필요할 수 있고, 다른 영화에는 10만 달러 정도의 큰 지원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 제작에는 여러 단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개발하는 단계가 있고, 실제 촬영과 제작 단계가 있습니다. 이후 편집과 후반 작업이 필요하고, 영화 완성을 위한 마무리 자금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영화가 완성된 뒤에는 관객들에게 영화를 알리는 임팩트 캠페인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제작자가 어느 단계에 있는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에 따라 지원 규모는 달라질 것입니다.
기자: ‘Bearing North’가 영화가 북한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블레인 베스 : 역사를 돌아보면 영화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꾼 사례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나치 독일을 다룬 <쉰들러 리스트>, 캄보디아 크메르루주를 다룬 <킬링 필드> 같은 영화들이 있습니다. 이런 영화들은 특정 사건이 끝난 뒤 만들어졌지만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물론 과거를 기록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북한에 대해서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지금 기록하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북한이 변화하고 북한 주민들이 더 자유로운 삶을 살게 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영화의 영향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2009년이나 2010년쯤 리사 링이 만든 <Inside North Korea>라는 다큐멘터리를 봤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북한에 대해 지금처럼 많이 알지 못했습니다. 그 영화를 보고 북한에 대한 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그때부터 북한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고, 지난 16년 동안 ‘리버티 인 노스 코리아(링크: LiNK)’와 영화 작업 등을 통해 이 문제를 계속 지원해 왔습니다. 이제는 ‘Bearing North’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 일을 하고 싶습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북한을 주제로 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을 전해주십시오.
블레인 베스 : 가장 먼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저희에게 연락해 달라는 것입니다. 북한에 관한 영화를 만들고 싶다면 저희는 그런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데 큰 관심이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가진 이야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저희는 북한을 다룬 영화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오르거나 상을 받을 때까지 30년을 기다리고 싶지 않습니다. 지금 당장 그 이야기들을 세상에 알리고 싶습니다. 훌륭한 이야기가 있고 그것을 영화로 만들고 싶다면 저희에게 연락해 주십시오. 영화를 만드는 방법을 모르더라도 괜찮습니다. 대본이나 아이디어만 가지고 있어도 좋고, 이미 촬영한 영상이 있다면 그것도 좋습니다. 저희가 어떻게 영화로 발전시킬 수 있을지 함께 찾아보겠습니다. 북한에 관한 중요한 이야기들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것이 바로 ‘Bearing North’가 하고 싶은 일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