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파병 전사자에 북 주민들 “죽은 사람만 불쌍”

앵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러시아 파병 전사자들을 향한 동정 기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당국은 이들을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영웅으로 내세우지만, 주민들은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는 정서가 팽배합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8월 30일 “요즘 내부에 러시아 파병 전사자에 대한 동정 여론이 확산하고 있다”면서 “유가족을 영웅 가족으로 추켜세워도 ‘죽은 사람만 불쌍하다’는 말이 오간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은 러시아 파병에서 전사한 군인의 유가족에게 주택과 식품, 의류 등 기본적인 생활 조건을 보장하고 있다”면서 “특히 법적 문제에 연루되더라도 가볍게 처리하는 등 사회적 우대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대부분의 주민들은 파병 유가족을 ‘당국에 의해 자식을 잃은 사람들’로 가엽게 바라본다”면서 “실제로 유가족이 누리는 혜택은 살아남은 자들의 몫일 뿐, 결국 타국에서 목숨을 잃은 이들만 불쌍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그는 “일부에서는 우리가 러시아의 침략 전쟁에 가담한 것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분개한다”면서 “당국의 명령으로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돕다가 죽임을 당한 군인들만 불쌍하다고 동정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그는 “러시아 파병 전사자 유가족이 받는 국가적 혜택이 아무리 크다고 해도 부러워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사랑하는 가족이 목숨을 바친 대가로 받는 혜택보다, 가난해도 가족과 함께 살아가는 것이 더없는 행복으로 여겨진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TV는 지난달 30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러시아 파병 북한군 전사자의 관을 어루만지며 애도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TV는 지난달 30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러시아 파병 북한군 전사자의 관을 어루만지며 애도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북한 관영매체 조선중앙TV는 지난달 30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러시아 파병 북한군 전사자의 관을 어루만지며 애도하는 장면을 공개했다. (연합)

“침략 전쟁의 죽음을 영예롭게 포장” 비판도

이와 관련해 평양시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당국이 파병 전사자 유가족을 영웅 가족으로 내세우고 있다”면서 “하지만 대부분은 러시아에 파병되어 죽임을 당한 군인들을 불쌍하게 여기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이 유가족에게 주택과 식량, 생활용품 등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면서 “생떼 같은 자식을 잃은 부모들은 큰 소리로 울지도 못하는 처지에 놓여 있기 때문”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그래서인지 러시아 파병 전사자 유가족을 향한 동정의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팽배하다”면서 “당국이 생활 여건을 보장해도 자식을 잃은 슬픔은 평생토록 가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는 “일부에서는 군인의 죽음은 안타깝지만 침략 전쟁에서의 죽음을 영예롭게 포장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면서 “당사자도 모르게 러시아에 파병해 놓고 죽음에 이르게 한 당국의 행태에 주민들의 분노감이 가중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식과 가족의 목숨 값으로 집과 식량을 공급받아도 유가족들은 그것을 전혀 고맙게 여기지 않는다”면서 “주변에서도 결국 ‘죽은 사람이 불쌍하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