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통 임박 신압록강대교…철강·케이블 운송 정황

앵커: 북한과 중국을 잇는 신압록강대교가 정식 개통을 앞두고 야간 시범운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RFA의 현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측의 요청으로 철강 자재와 특수 물자 등이 운송되는데, 야간에만 화물 이동이 이뤄져 위성 정찰과 감시 회피 수법이라는 지적과 함께 대북 제재 위반 여부가 주목됩니다. 워싱턴에서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밤 9시 30분~10시 30분 특수물자 운송”

북중 교역 사정에 밝은 중국의 한 무역 소식통은 최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신압록강대교에서 지난 8월 28일부터 주 3회꼴로 야간 화물 운송을 겸한 시범운행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신변 안전을 위해 익명을 요구한 이 소식통에 따르면 시범운행은 인적이 드문 밤 9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 약 한 시간으로, 대부분 중국 측 화물 차량이 투입됐습니다.

특히 낮에는 화물 차량이 다리 인근 야적장에 대기하다가, 밤이 되면 어둠을 틈타 일제히 북한 쪽으로 넘어간다는 것이 이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RFA가 대북 소식통으로부터 입수한 복수의 사진에는 이같은 화물 운송 정황이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대형 방수포로 화물을 단단히 가린 트레일러가 신압록강대교의 진입로를 통과하는 모습이 포착됐고, 대교 인근 야적장에는 철강 자재와 대형 케이블 드럼, 나무 상자들이 적재를 기다리는 정황도 확인됐습니다. 모두 북한으로 가는 트레일러와 물건들입니다.

또 다른 사진에는 대형 화물트럭과 버스 십여 대가 세관 진입로를 따라 길게 늘어선 장면도 담겼습니다. 다만 해당 사진이 정확히 언제, 어디서 찍힌 것인지는 RFA가 따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중국 국경 도시 단둥 맞은편에 위치한 북한 신의주 인근 압록강 둑에서 북한 주민들이 집을 짓고 있는 모습.
중국 국경 도시 단둥 맞은편에 위치한 북한 신의주 인근 압록강 둑에서 북한 주민들이 집을 짓고 있는 모습. 중국 국경 도시 단둥 맞은편에 위치한 북한 신의주 인근 압록강 둑에서 북한 주민들이 집을 짓고 있는 모습. (Reuters)

미국 상업위성이 지난 20일 촬영한 위성사진에도 중국 세관 앞부터 다리 위까지 두 대씩 나란히 8줄로 늘어선 화물트럭이 세 곳에 나눠 대기하는 모습이 뚜렷이 식별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화물트럭이 대낮에는 대기하다가 야간에만 집중적으로 움직이는 방식을 두고, 전형적인 대북 감시망 회피 수법이라고 지적합니다.

미국의 브루스 베넷 한반도 안보전문가는 21일 RFA에 “북중 양국이 상업용 위성이나 미군의 U-2 정찰기 등 주간에 집중되는 공중 감시와 현장 시찰을 의식해 의도적으로 야간 운행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고 꼬집었습니다.

‘금속성 특수 물자’ 포함, 대북 제재 위반 가능성

중국에서 북한으로 들어가는 물자의 성격에 대해서도 의문이 커지고 있습니다.

단순 건설자재 외에 북한 측이 요청한 ‘금속성 특수 물자’가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것이 북한의 군수산업에 투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대해 베넷 박사는 북한이 자체 생산하기 힘든 고품질 철강을 중국에서 은밀히 들여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베넷 박사] 원심분리기 제작이나 송배전망 개선은 물론, 러시아 공급용 무기 생산에 이 철강재 일부가 투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전차나 장갑차, 전투기 제작에 필요한 이상적인 수준의 철강이 부족하기 때문에 중국에서 얻을 수 있는 걸 확보하려는 겁니다.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위원회 전문가 위원으로 활동했던 일본의 스에 슈지 전 위원도 21일 RFA에 이러한 물자 운송은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스에 전 위원] 이러한 정보가 사실이라면 안보리 결의 2397호의 위반입니다. 2397호는 철강이나 기타 모든 금속을 북한에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결의를 위반하는 활동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 미 재무부는 2017년과 2019년, 북한과 철·금속 등을 거래한 중국 단둥과 다롄 소재 무역·물류회사들을 독자 제재 대상에 올린 바 있습니다.

따라서 신압록강대교를 통한 야간 운송을 두고, 중국 당국의 대북 제재 이행 기조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긴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과거 중국 세관이 화환에 쓰이는 얇은 철사까지 압류할 정도로 엄격했던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 다른 행보라는 겁니다.

베넷 박사는 “중국이 미국의 감시체계를 점진적으로 무력화하려는 것”이라며, “다소 타격을 감수하더라도 돈을 벌면서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계산이 깔려 있다”라고 분석했습니다.

미국의 상업위성이 9월 13일에 촬영한 북한 측 세관 모습. 언제든 운영이 가능할 정도로 완공된 모습을 갖추고 있다.
New-Yalu-River-Bridge-3 미국의 상업위성이 9월 13일에 촬영한 북한 측 세관. 언제든 운영이 가능할 정도로 완공된 모습을 갖추고 있다. (RFA)

“오는 10일 이후 전면 개통” 관측도

또 신압록강대교 개통이 북중 교역은 물론 대북 제재에 대한 판도 자체를 바꿀 것이라는 관측도 나옵니다.

스에 전 위원은 북한과 러시아 사이의 두만강 자동차 다리를 언급하면서, 북중러 3국의 육로 물류망이 동시에 뚫리면, 대북 제재를 위반하는 불법 물류가 사실상 방치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최근 RFA에 “이미 대북 제재는 사실상 무력화된 상태”라며 “신압록강대교와 양측 세관의 설계 규모를 볼 때, 앞으로 북중 간 물동량은 최소 2~3배 이상 급증하고, 북한의 무역 구조도 국가 주도의 대규모 물류 체제로 전환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신압록강대교의 공식 개통 일정이 아직 대외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가운데 현지 무역 관계자들은 늦어도 10월 10일 이전에는 개통식이 열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한 대북 소식통은 “북중 양국이 10월 6일경 1차 개통을 한 뒤, 북한 노동당 창건일인 10월 10일을 전후해 잠시 운행을 멈추고 최종 정비를 거쳐 전면 개통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라고 RFA에 전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