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지하철 요금 400원…유학생이 공개한 승차권

앵커: 북한 평양의 지하철 요금이 최근 큰 폭으로 오른 사실이 중국 소셜미디어를 통해 확인됐습니다. 요금이 2년 새 두 배 넘게 뛰었는데, 전문가들은 이를 북한 내 화폐 가치 폭락과 국가 운영 방식 변화가 맞물린 결과로 보고 있습니다. 워싱턴에서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수십 년간 5원 안팎의 상징적 요금을 유지해 오던 평양 지하철의 1회 탑승권 가격이 최근 400원까지 오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평양 지하철 운임은 지난 2024년 11월 방북한 러시아 여행 유튜버 빅토르 씨의 영상을 통해 외부에 알려졌습니다.

그가 부흥역에서 받은 종이 탑승권에는 150원이라는 가격이 적혀 있었습니다.

김일성종합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들이 중국 소셜미디어 ‘샤오홍슈’에 게시한 평양 지하철 승차권 사진과 글. 기존 150원이던 요금이 400원으로 인상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일성종합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들이 중국 소셜미디어 ‘샤오홍슈’에 게시한 평양 지하철 승차권 사진과 글. 기존 150원이던 요금이 400원으로 인상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김일성종합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들이 중국 소셜미디어 ‘샤오홍슈’에 게시한 평양 지하철 승차권 사진과 글. 기존 150원이던 요금이 400원으로 인상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샤오홍슈(Xiaohongshu) 계정 '@Sky的蔚蓝星球'(왼쪽) 및 '@恩情博士'(오른쪽) 갈무리 / RFA)

유학생이 포착한 ’400원’ 승차권

이후 별다른 요금 변동 소식은 들리지 않다가, 최근 김일성종합대학에 재학 중인 중국인 유학생들의 증언을 통해 재인상 사실이 드러났습니다.

중국 소셜미디어 ‘샤오홍슈’에 따르면, 여름방학을 마치고 9월 학기 개강에 맞춰 평양으로 복귀한 유학생들은 지난 5일 직접 구매한 지하철 승차권 실물 사진을 잇달아 게시했습니다.

공개된 종이 승차권에는 푸른색 잉크로 ‘지하철도차표’라는 명칭과 함께 ‘료금 400원’, ‘지하철도수입심사소’라는 문구가 선명히 인쇄돼 있습니다.

2024년 말 확인됐던 150원에서 약 2.7배(166%) 뛴 가격입니다.

계정명 ‘은정박사(恩情博士)’를 쓰는 한 유학생은 “조선(북한) 지하철 표 가격이 150원에서 400원으로 올랐다”며 “인플레이션이 몇 배나 된 것 같지만, 환율로 환산하면 매우 싸서 돈을 안 내는 것과 다름없다”고 적었습니다.

또 다른 유학생(계정명 Sky的蔚蓝星球) 역시 “평소처럼 매표 창구에 5,000원을 냈더니 예전의 30여 장이 아닌 13장 남짓만 돌려받았다”며 달라진 요금을 전했습니다.

2018년 9월 11일, 북한 평양의 한 지하철역에서 통근하는 주민들의 모습.
2018년 9월 11일, 북한 평양의 한 지하철역에서 통근하는 주민들의 모습. 2018년 9월 11일, 북한 평양의 한 지하철역에서 통근하는 주민들의 모습. (DANISH SIDDIQUI/Reuters)

화폐 가치 하락과 공공요금 ‘제값 받기’ 전환

전문가들은 이번 지하철 요금 인상을 당국의 대규모 ‘돈 풀기’에 따른 ‘화폐 가치 하락’과 관련이 깊다고 분석합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임수호 책임연구위원은 지난 4월 발표한 전략보고서에서, 2024년 1분기 이후 2년간 북한의 원-달러 환율이 377% 폭등했다며, 이를 시장경제 정착 이후 세 번째로 찾아온 장기 폭등 국면이라고 진단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2023년 말부터 명목임금을 평균 20배 올리고, 대형 국책사업인 ‘지방발전 20×10 정책’ 재원까지 마련하는 과정에서 화폐를 대거 찍어낸 게 근본 원인이라는 겁니다.

북한이 국가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신호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통일연구원 정은이 북한연구실장은 9일 RFA와의 전화통화에서 “최근 북한에서 무상 치료나 무상 주택 배정, 국정 가격 식량 배급 같은 사회주의식 언급 자체가 눈에 띄게 줄었다”고 짚었습니다.

대중교통 운임 역시 국가의 ‘제값 받기’ 기조에 따라 현실화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정은이 실장] 이제는 국가가 무상으로 혹은 국정 가격으로 인민들을 위해 주는 게 아니라, 제 값을 받고 파는 거죠. 그래서 평양의 지하철 가격도 처음에는 (2024년의) 임금 인상 등으로 국정 가격들을 올렸는데, 이런 국가 운영 방식의 추세에 따라서 한 번 더 올린 것 같습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