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 법원은 북한이 6년 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데 대해 한국 측에 약 3천2백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선고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대화를 통한 해결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2020년 6월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한 북한. 서호 당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장의 말입니다.
서호 남북공동연락사무소장(지난 2020년 6월): 금일 북측이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건물을 일방적으로 폭파한 것은 남북관계에서 전례를 찾을 수 없는 비상식적이고 있어서는 안 될 행위로 이에 깊은 유감을 표하고 강력히 항의한다.
한국 서울중앙지방법원은 16일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일방적으로 폭파한 북한이 한국 정부에 446억여 원, 미화로 약 3천2백만 달러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놓았습니다.
한국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한 것으로, 개인이 아닌 한국 정부가 북한을 상대로 낸 첫 소송에서 3년 3개월 만에 이긴 것입니다.
재판부는 원고가 청구한 446억2천641만722원을 구체적 판결 이유를 설명하지 않고 사실상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번 판결에 대해 “남북대화가 재개돼 모든 남북 간 문제가 대화와 협력을 통해 해결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는 이날 승소 판결 직후 언론 안내문을 내고 “정부는 법원 판단을 존중하며, 필요한 조치를 검토해 나가겠다”면서 이같이 전했습니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지난 2018년 문재인 전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놓은 4·27 판문점선언에 따라 같은 해 9월 문을 열었습니다.
지난 2007년 준공돼 개성공단 내 남북교류협력회의사무소와 남북회담 장소 등으로 쓰이던 건물로, 개소 이후에는 남북 교류 거점 역할을 수행했습니다.
그러나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 결렬 뒤 남북 소장 회의가 중단됐고, 그 다음해 1월엔 코로나 사태로 한국측 인력이 철수했습니다.
5개월 뒤인 2020년 6월 북한이 일부 탈북민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연락사무소 건물을 기습 폭파하자 한국 통일부는 2023년 6월 연락사무소 폭파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시효를 지나 사라지는 것을 막고, 국가채권을 보전하기 위해 북한을 상대로 소송을 냈습니다.
당시 통일부는 사무소 폭파로 인한 국유재산 손해액을 연락사무소 청사에 대해 101억8천만원, 인근 종합지원센터에 대해선 344억5천만원 등으로 집계했습니다.
탈북민 등 개인이 북한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여러 차례 있었지만, 한국 정부가 원고로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재판부는 북한에 소송이 제기된 사실을 알릴 방법이 없어 소장을 공시송달하는 방식으로 재판을 진행했습니다.
공시송달은 소송 서류를 전달할 수 없을 때 법원이 게시판이나 관보 등에 송달할 내용을 게재한 뒤 그 내용이 전달된 것으로 간주하는 절차입니다.
북한은 이번 소송에 응하지 않은 것처럼 항소도 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며, 이에 따라 1심 판결은 그대로 확정될 전망입니다.
이전의 민사 소송과 마찬가지로 북한 측이 위자료 지급에 응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손해배상 이행을 강제할 수단은 현재로선 없는 상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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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부, 유엔서 “북 억류자 석방” 촉구
이런 가운데 한국 정부는 유엔에서 북한 측에 억류 중인 한국 국민 전원을 속히 석방할 것을 거듭 촉구했습니다.

이날 북한억류국민가족회에 따르면 전날 제네바에서 제63차 유엔 인권이사회 회기에 열린 임의구금실무그룹(WGAD) 상호대화에서 한국 대표 윤성미 주제네바대사는 북한 내 한국 국민 장기억류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윤성미 주제네바한국대사: 이들이 처음 구금된 이후 이미 상당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우리는 북한이 실무그룹의 권고를 수용해, 이들 세 명은 물론 북한에 억류된 다른 모든 한국 국민을 즉각 석방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합니다.
윤 대사는 이 자리에서 “북한이 김정욱·김국기·최춘길 선교사를 임의로 구금했다는 내용을 담은 WGAD의 2024년 11월 보고서를 상기하고자 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이어 “억류자, 납북자, 미송환 전쟁포로를 포함해 해결되지 않은 인도주의 사안들을 해소하는 데 진정성 있는 노력을 시현하길 북한에 당부한다”며 “이런 차원에서 우리는 대화 필요성을 강조하며 북한에 신속한 관여를 요청한다”고 말했습니다.
선교사 김정욱 씨는 지난 2013년 10월 평양에서 체포됐고, 김국기·최춘길 씨는 그 이듬해 억류된 바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해 9월 열린 WGAD 상호대화에서 선교사 3명 외에 강제북송된 탈북민 김철옥 씨를 언급하며 석방을 촉구하기도 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