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지난해부터 북한에서 시행된 ‘조건 없는 승용차 판매 정책’ 이후 평양에서만 수십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도 올해 들어 북한 당국은 자가용 차량에 대한 세금을 기존보다 7.5배 인상해, 연 600달러를 징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평양 중심으로 자가용 구매 열기
평양시의 한 간부 소식통은 조건 없는 승용차 판매 정책 이후 수십 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특히 젊은 여성 운전자들의 운전 미숙으로 인한 충돌 사고가 많은 것으로 안다고 지난 20일 RFA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앞서 북한은 2024년 민법을 개정해 개인 명의의 자동차 등록 절차를 법적으로 명문화했으며, 개정된 민법 제134조는 합법적인 등록을 거쳐 개인이 승용차와 가축을 소유할 수 있다고 규정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소식통은 “그동안 한국 영화나 외국 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자가용 운전이 허용되자 평양을 중심으로 구매 열기가 뜨겁게 달아올랐다”며, “차량 구매는 전부 외화, 즉 달러 위주와 중국 위안화로 거래되는데도 불구하고 구매자가 몰리는 현상이 두드러졌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우리나라가 외형적으로 사회주의를 제창하지만 차량 구매 현상을 통해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임이 드러났다”며, “대부분의 주민들은 한 끼 식량도 없어 허덕이는 반면 일부 돈 많은 사람들은 달러로 부유한 삶을 누리는, 말 그대로의 자본주의화가 된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사고 잇따라…인명피해는 ‘깜깜이’
그러면서 “최근 간부 가족이나 부유층 여성 주부들도 자가용을 몰지만, 결혼 전 여성들의 차량 구매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자가용이 곧 부의 경제력을 나타내는 지표로 알려지면서 차량 구매가 배우자를 얻기 위한 수단이 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소식통은 특히 “여성 위주의 운전자가 늘면서 평양시에서 수십 건의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안다”며 “교통사고에 의한 사망자 수나 부상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진 바 없지만 교통사고 불안감은 날로 커지는 분위기”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운전 미숙으로 인한 충돌 사고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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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허용 뒤 세금 폭탄…7.5배 ↑
이와 관련 평양시의 또 다른 소식통은 지난 21일, 지난해부터 자가용 차량 소지가 허용된 후 차량이 많이 늘었다며, 그러자 올해 들어 당국이 모든 운행 차량에 한해 전례 없는 세금을 물리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지난 2025년 6월까지는 차량 세금이 분기당 20달러로 1년에 80달러를 내도록 되어 있었지만, 올해 6월부터는 매달 50달러, 연간 600달러의 세금을 징수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자가용 소지자들은 국영기업이 차량 1대당 월 50달러를 내는 것과 똑같은 기준을 개인에게도 매기는 건 상식 밖이라는 반응을 내놓고 있습니다.
소식통은 자가용 차량 소지자들 속에서 ‘자본주의 사회보다 더 날강도 같은 행위’라는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며, 자가용 소지를 허용해 놓고 세금 폭탄을 퍼붓는 당국의 처사를 맹비난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선전과 회유로도 개인이 소유한 달러를 끌어낼 수 없게 된 당국이 자가용 소유라는 파격적인 조건을 허용한 데는 목적이 있었다”며, 막대한 세금을 부과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의 자가용 증가세는 주차난이라는 새로운 사회 문제로도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북한에서 개인 자가용이 빠르게 늘어나면서 주차 공간이 부족해지자, 일부 공장과 기업소는 남는 부지를 유료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남한 통일연구원 정은이 인도협력연구실장은 지난 7월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개인의 자동차 소유를 허용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경제 활동이 생겨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인도협력연구실장: 2024년에 북한에서 자동차를 소유하는 법을 통과시켰고, 그것을 통해 차량 소유를 허가해주는 기관들이 돈을 버는 상황이 됐습니다. 바꾸어 말하면 북한이 자동차 소유를 허용하면서 경제적으로 여러 가지 부수적인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데, 주차 역시 그런 변화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