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내부, 밀된장 ‘우수성’ 선전에 냉담한 반응

앵커: 최근 북한 당국이 ‘밀된장’의 우수성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정작 주민들로부터 외면받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일부 밀된장을 공급받은 특별 공급 대상도 장마당에서 비싼 콩된장을 구입하는 실정이라고 합니다. 북한 내부소식을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본래 한민족의 식생활 기초식품 중 하나인 된장의 원료는 콩입니다. 콩에 함유된 단백질을 원료로 발효과정을 거쳐 구수하고 맛있는 콩된장이 만들어지는데, 최근 북한당국이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콩된장이 아닌 밀된장 생산을 강조하며 선전전을 펴고 있다고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 안전 위해 익명 요청)은 26일 “요즘 당국이 전국을 대상으로 밀된장 생산을 독려하고 있다”면서 “텔레비전과 신문, 잡지를 통해 인민의 식생활 향상을 위해 지방 발전 정책을 제시한 김정은 총비서의 인민 사랑 결과를 선전하고 있다”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하지만 주민들은 맛 좋은 기초식품이라는 밀된장 선전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는 실정”이라면서 “밀가루로 만든 밀된장이 아무리 좋아도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민족의 전통식품으로 제조 과정이나 질적 수준에서 콩된장을 대체할 수 없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그는 “그럼에도 당국은 밀된장이 맛과 색깔도 좋다는 식으로 선전을 이어가고 있다”면서 “간부들과 영예 군인 등 지정된 공급 대상들에 매월 식구 수에 따라 2~3kg을 공급하지만, 실제로 제공받은 밀된장을 먹는 간부들은 없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습니다.

함경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 안전 위해 익명 요청)도 같은 날, 요즘 당국이 전국에 지방 발전 정책의 하나로 밀된장 생산을 늘릴 것을 독려하고 있다”면서 “속성으로 만들어진 밀된장이 콩된장 못지않게 좋다며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군수공장에 다니는 지인이 기초식품 공장에서 생산한 밀된장을 공급받았는데 도저히 먹을수 없어서 돼지 사료에 섞어 주었다고 말했다”면서 “밀가루를 물에 풀어 놓은 것처럼 묽은 데다 색깔도 밀가루 특유의 흰색 그대로여서 된장이라고 말할 수 없는 정도”라고 덧붙였습니다.

평안북도의 소식통은 “여기(북한)에서 특별공급대상은 어느 정도의 권력과 부를 축적한 부류들”이라면서 “그들은 콩으로 만든 메주 된장도 맛과 색깔, 점성과 수분함량 등을 따져가며 일반 국된장, 찹쌀고추장, 고기 고추장 등을 주문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따라서 장마당에 맛있고 영양가 높은 콩된장이 많은데 누가 밀가루를 물에 풀어놓은 것 같은 걸 된장으로 먹겠냐는 것이 이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특히 “밀과 보리 작물을 심으라고 한 당국이 콩 원료가 부족한 실정을 감추고 밀로 만든 된장을 마치 우수한 것처럼 포장하여 선전하고 있다”라고 이 소식통은 꼬집었습니다.

평양백화점이나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포장고추장과 바라 고추장.
north-korea-soybean-paste-economy-agriculture-policy-2 평양백화점이나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포장고추장과 바라 고추장. (RFA)

탈북민 출신의 박지현 미국 아시아태평양연구소 선임연구원은 28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밀된장이란 말은 처음 들어봤다”고 말했습니다.

박 선임연구원은 김정은 정권이 대대적으로 밀 수확을 장려하면서 옥수수, 감자, 콩을 재배하던 밭에 밀을 심다 보니 ‘밀된장’이라는 터무니없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인 것 같다고 꼬집었습니다.

[박지현] 콩을 안 심기 때문에 콩된장을 만들 수가 없거든요. 본인들이 재배했던 밀밖에 없으니까 이걸 가지고 밀어붙여야 되잖아요. 김정은이 내놓은 이런 새로운 정책이 있으니까 그래서 아마도 이거 밀을 가지고 된장을 만들라는 터무니없는 말까지 나오는 것 같아요.

밀된장에 대한 북한 주민의 불만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제기됐습니다. 북한이 2021년부터 옥수수 재배 면적을 줄이고, 밀과 보리농사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콩대신 밀로 만든 된장이 주민들에게 공급된 겁니다.

또 2024년과 2025년에도 밀된장을 공급받은 북한 주민 사이에서는 “색깔부터 맛까지 콩된장에 비해 형편없다”라며 “된장만큼은 콩을 사용했으면 좋겠다”라는 불만이 많았습니다.

된장은 원래 콩을 원료로 장균을 혼합한 뒤 발효과정을 거쳐 만들어지는 기초식품입니다. 특히 된장과 간장은 북한이 식량 부족을 겪은 시기에도 주민들에게 꼭 공급하라고 지시했으며, 현재까지도 북한 주민에게 국가 공급이 유지될 만큼 중요한 기초식품입니다.

하지만 북한당국이 최근 밀을 사용한 된장생산을 강조하는 것은 밀보리 생산을 직접 발기하고 추진한 김정은식 농업정책의 정당성을 선전하기 위한 것이 아니겠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소식통은 “당국의 이런 선전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밀된장은 어떻게 만들어도 영양가 높고 맛좋은 콩된장을 대신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된장은 단백질함량이 풍부한 콩을 발효시켜 만든 영양가 높은 식품인 반면 밀된장은 영양가가 거의 없는 대체식품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박지현] 오히려 반감이 일어날 것 같아요. 왜냐하면 된장이 몇십 년 전에 나온 것도 아니고 오랜 역사잖아요. 그리고 이제는 장마당도 있고, 중국에서 물건들이 넘어오기 때문에 고추장이나 된장 같은 건, 굳이 밀된장을 안 먹어도 시장에서 구입해서 먹을 수 있었던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여기에 오히려 반발을 하죠. 그리고 상식에 너무 어긋나잖아요.

이런 가운데 일본의 대북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이미 북한에서 콩과 된장 가격도 크게 올랐습니다. 이미 지난 5월 양강도와 함경북도의 국영상점에서 팔리는 된장은 1kg에 북한돈 1만 2천원, 콩은 1kg에 3만 5천 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국경 기업에 근무하는 일반 노동자들의 한 달치에 가까운 금액입니다.

또 전문가들은 이미 시장과 물건의 유통을 단속해 온 북한 당국이 국가 정책을 내세워 콩된장 대신 밀된장을 장려하는 것도 결국, 식량을 앞세운 국가 통제와 연관돼 있다고 지적합니다.

[박지현] 당연히 연결돼 있는 거죠. 지금 김정은은 흰 쌀밥에 밀가루 음식을 마음껏 먹인다는 그런 정책을 내놓으면서 지금 밀을 수확 심게 하고, 그러다 보니된장까지도 이제 밀된장으로 추진하는 거잖아요. 사실은 먹을 수 없는 음식인데도 일단은 국가에서 이렇게 먹는 걸 통제하다 보니까 ‘밀 된장도 이제 김정은의 사랑’으로 엮이는 거잖아요.

수십년간 북한에서 식품연구사로 종사했던 한 탈북민 연구사도 RFA에 “콩과 밀은 된장제조 과정의 원재료 측면에서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면서 “북한당국이 밀된장 생산을 독려하고 선전하는 이유는 영양가 높은 콩된장을 대체하기 위한 최소한의 방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