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이 러시아와 중국에 파견한 노동자와 군인 등이 망명을 시도하다 붙잡힐 경우 신체를 구속하고 다리에 깁스를 씌워 환자로 위장한 채 호송해 온 정황이 대북 소식통들의 진술로 확인됐습니다. 소식통들은 탈주자가 나온 작업반 전체에 무보수 노동을 강요하는 연대 처벌도 이뤄졌다고 전했습니다.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2016년 볼고그라드…“양팔 묶고 화장실도 감시”
2016년 당시 러시아 볼고그라드에 파견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통치자금 마련을 위해 중앙당 39호실 산하에 조직된 해외 외화벌이 기관인 금봉회사 소속 노동자가 탈주를 시도하다 붙잡혔습니다. 당시 상황에 밝은 대북 소식통(신변 안전을 위해 익명 요구)에 따르면, 국가보위부 요원들이 이 노동자에게 담요를 씌워 폭행한 뒤 한쪽 다리에 나무판자를 대 깁스한 상태로 평양-모스크바 국제열차에 태웠습니다.
이 소식통은 체포 이후 송환일까지 이 노동자가 밤에는 침대에 양팔이 묶였고 식사 때만 팔을 풀었으며, 화장실에서도 감시자가 양옆에 서서 문을 연 채 용변을 보게 했다고 전했습니다.
2017년 상트페테르부르크…“미성년 성폭행범 몰아 재판, 경찰서서 납치”
또 다른 대북 소식통은 2017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조선인민군 8총국 군인 신분으로 파견된 주경철(당시25세)이 망명을 시도하다 납치돼 북한으로 호송됐다고 전했습니다. 신변 안전을 위해 익명을 요구한 이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보위부는 그를 중환자로 위장하기 위해 다리에 깁스를 씌운 뒤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을 통해 호송했습니다. 항공권 비용은 그가 소속된 회사가 부담했고, 탈주자가 나온 작업반 노동자 전원은 한 달간 무보수 노동을 강요받았습니다.
소식통은 북한이 그를 ‘미성년 성폭행범’으로 몰아 러시아 법원에 재판을 청구했으나 그가 이미 유엔에 난민 신청을 한 상태여서 러시아 법원이 북한 측 주장을 기각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 측은 재판정에서 부모의 편지를 전달하는 등 회유성 심리전도 폈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입니다. 소식통은 특히 주 씨가 귀국 시 군법에 따라 총살될 것을 우려해 한국행을 택했으나, 난민 수속을 위해 경찰서를 찾았다가 현장에서 납치됐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소식통은 북한이 국제적 파장이 큰 인물의 망명에는 1인당 최대 2만 달러의 현상금을 거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또 북한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모스크바 대사관과 블라디보스토크 영사관 지하에 탈주자 구금 시설이 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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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 베이징 북 대사관… “감방 포화, 방역 해제 뒤 가장 먼저 송환”
중국에 파견됐다가 한국에 정착한 한 북한 간부는 29일 코로나 시기 베이징 주재 북한 대사관 내부 감방이 송환 대상자 수십 명으로 포화 상태였다고 증언했습니다. 이 간부에 따르면 구류된 이들은 탈출한 노동자·유학생·간부 등이었으며, 방역이 해제되자 가장 먼저 북한으로 송환됐습니다.
그는 “탈주자가 발생하면 북한 대사관이 중국 외교부에 자금 탈취나 각종 범죄 혐의를 씌워 공식 협조를 요청하고, 공안과 합동으로 체포에 나선다”고 말했습니다.
TJWG 보고서 “베이징 대사관 지하 비밀 감옥”

한편 이날 북한 인권조사기록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은 ‘북한의 초국가적 인권 탄압: 중국’ 보고서에서 북한이 주중 북한대사관 영사관 건물 지하에 비밀 감옥을 두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는 국가정보국에서 파견된 ‘안전대표’가 이른바 ‘여우사냥 작전’을 총괄하며, 체포한 이들을 지하 감옥에서 취조한 뒤 평양의 지시에 따라 송환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에는 북한 해커 배용주 씨가 2023년 8월 대사관 지하에서 약 1년간 조사받은 뒤 전신 깁스를 한 환자로 위장돼 북송됐고 북한에서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는 내용도 담겼습니다. 이는 탈북 간부의 대사관 내 감방 증언과 방향이 일치한다는 평가입니다.
이번 보고서를 작성한 김소원 TJWG 연구원은 북한 당국이 이처럼 이탈자 단속과 처벌의 수위를 극단으로 끌어올린 배경을 두고 “다른 파견 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한 본보기성 공포 통제가 중요한 목적이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이어 “신병이 이미 확보된 사람에게까지 폭행과 결박이 이어진 것은 단순한 도주 방지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며 “이탈자를 ‘국가 배반자’로 다루는 상황에서 송환 전 조사는 징벌적 압박 성격을 띠는 동시에, 조력자나 연락책을 색출하고 탈출 경로와 추가 이탈 가능성을 파악하려는 목적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 연구원은 붙잡힌 이탈자에 대한 가혹행위와 함께, 해외에 남아 있는 북한 파견 인력의 인권 상황도 우려했습니다.
[김소원 TJWG 연구원] 해외에 남아 있는 북한 파견 인력의 인권 침해 위험은 높은 수준으로 보입니다. 노동자들은 임금이 공제되고 이동과 외부 접촉이 제한되며 여권이 몰수되는 등 감시와 통제 상황 속에서 현장을 떠나거나 보호를 요청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일 수 있습니다. 외부의 보호를 요청하기 어렵고 본국의 처벌을 두려워한다는 점에서 모두 심각한 보호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에디터 박정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