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상업위성이 지난 9월 29일에 촬영한 북러 두만강 자동차 다리(러시아명: 야코프 노비첸코 다리)의 모습을 보면 깨끗하게 포장된 왕복 4차선 도로와 함께 러시아 측 세관은 여전히 공사가 활발히 진행 중입니다.
지난 9월 7일, 이 다리가 공식 개통한 이후 자유아시아방송(RFA)이 한 달 동안 살펴본 결과
차량이 확인된 날은 9월 20일뿐입니다. 러시아 측 출입국 지점에서 승용차 몇 대와 소형 화물 트럭으로 보이는 차량이 일부 포착된 것이 전부입니다.
북한 측 세관에도 29일, 네 대의 승용차와 화물 트럭으로 보이는 차 한 대가 주차장에서 확인됐을 뿐, 이전에는 텅 비어 있습니다. 또 북한과 러시아 측 모두 대형 상업용 차량의 통행 움직임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러시아 교통부에 따르면 이 다리는 하루에 최대 300대의 차량과 2천850명의 통행이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개통 이후 한 달 가까이 그 정도의 활발한 모습은 포착되지 않고 있습니다.
민간 위성사진 분석가인 제이콥 보글 씨는 1일 RFA에 “러시아 측에서 아직 공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차량 통행이 많지 않을 수 있다”라고 분석하면서 단기적으로 이 도로가 양국 간 교역이나 군사 협력 측면에서 물류 또는 전략적으로 큰 중요성을 갖지 않을 것으로 본다”라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기존의 철도와 해상 운송만으로도 수천 톤에 달하는 무기와 북한군 병력을 러시아로 이동하는 데 충분했으며, 반대로 러시아에서 북한으로 물자와 기술을 이전하는 데도 이를 활용해 왔다는 겁니다.

또 보글 씨는 북한에서도 화물 운송에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이 제한적이고, 러시아 내에서 북한 상품에 대한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북러 간 민간 교역이 많이 증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실제로 러시아와 무역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도 두만강 자동차 다리가 가져올 경제적 교류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국제 열차가 있는데, 군사적 교류 외에 굳이 자동차 다리를 이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습니다.
정은이 한국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도 실제 다리를 본 사람들의 반응이 “쌍둥이 다리가 하나 더 생긴 것 같은 느낌이다”라며 획기적인 물류의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관측했습니다.
[정은이] 저도 상징성에 좀 방점을 두고 싶어요. 자동차 도로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지만, 규모 면에서는 그렇게 획기적인 물류의 변화가 있다라고 할 수는 없어요. 이 두만강 다리는 북러 양국 간의 관계이지, 그걸 확대 해석하기에는 너무나 과대평가를 하고 있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북한 노동당 39호실 출신 리정호 코리아번영센터 대표도 이 다리가 상업성을 띠기보다 군수 물자를 위한 전략적인 도로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습니다.
[리정호] 왜냐하면 연해주와 북한과의 경제 교류가 그렇게 많지 않단 말이에요. 북한에서 수입할 물건도 많지 않고, 휘발유나 디젤류는 다 배로 싣잖아요. 웬만한 물건은 기차나 배로 실으니까 도로 활용도는 그렇게 높지 않다, 그럼 도로 활용도는 군수품 공장에서 생산하는 군수 물자들을 실어 나르는 그런 전략 도로가 아니겠나 생각합니다.
이런 가운데 두만강 자동차 다리의 국경 검문소에 2개의 버스 전용 차로가 생기고, 러시아 관광 업계는 이 다리를 통한 대규모 단체 관광을 활성화할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로 러시아여행업협회(ATOR)와 러시아 매체들에 따르면 올해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북한 나선특별시를 잇는 직통버스 노선을 개설하고, 내년에 버스를 운행할 예정입니다.
하지만 보글 씨는 지나치게 신중한 북한의 관광 정책도 이 다리의 활용을 제한하는 또 다른 요인이라고 지적하면서, 두만강 자동차 다리는 과거 유명무실했던 북러 관계의 강화를 상징함과 동시에 북한이 더는 경제적으로 고립돼 있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임을출 한국 경남대학교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도 RFA에 러시아는 이 다리의 개통으로 북한으로부터 원활한 군사 물자와 탄약, 노동자와 파병군 공급을 위한 직통 도로망을 확보하게 되고, 기업들은 트럭을 이용한 육로 물류망을 개설해 무역 증진과 운송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과거 북한이 제재 완화 없이는 경제적 생존이 어려운 ‘고립된 상태’였지만, 지금은 두만강 자동차 다리와 신압록강대교를 통해 중국, 러시아라는 거대한 후방 물류·경제 배후지를 갖게 되었다며, 이는 미국에 큰 양보를 하며 협상할 이유가 없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고 임 교수는 분석한 바 있습니다.
한편, 러시아 교통부(Ministry of Transport of the Russian Federation)는 개통 이후 다리의 이용 현황을 묻는 RFA의 질의에 현재까지 답하지 않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