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파견 북한 노동자 임금 끊겨 가족들 생계난

최근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의 임금이 가족들에게 전달되지 않아 가족들이 생계 불안에 시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주민들은 차라리 러시아에 파견되지 않았더라면 생계가 더 나았을 것이라며 가족이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지만 국영 파견회사가 노동자 귀국을 허락하지 않고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7월 러시아 하바롭스크 건설현장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의 가족들이 생계난을 호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평안북도의 한 주민소식통은 3일 “요즘 로씨야(러시아) 파견 가족의 생활 형편이 많이 어려운 것으로 안다”면서 “러시아에 간 남편이 돈을 보내야 생계를 이어갈 수 있는데 정작 생활비가 제대로 오지 않고 있다”고 자유아시아방송에 말했다.

파견 노동자들은 주로 가정의 가장이거나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어 딸린 가족들은 러시아에서 보내는 돈으로 생활해야 한다. 하바롭스크에 파견된 북한 노동자들은 고층 아파트 건설 현장에 3년 노동비자를 받고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달 300달러 준다더니 10개월 동안 400달러

애초 파견 노동자들은 매월 300달러를 받기로 지만 실제로는 이에 한참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소식통은 “지난해 7월 지인의 남편이 로씨야 건설인력으로 파견돼 떠났지만 올해 9월까지 10개월 동안 기업소를 통해 받은 돈이 400달러가 전부라고 한다”면서 “그 돈으로 생계를 이어갈 수 없었던 안해(아내)는 남편의 기업소에 찾아가 남편을 돌려보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전했다.

남편의 송환을 요구한 여성은 탁아소와 유치원에 다니는 어린 자녀들이 있어 장마당에서 장사를 할 형편이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남편이 식구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식량이나 땔감을 마련했는데 러시아에 파견된 후 생활이 오히려 막막해졌다는 것이다.

해당 기업소는 남편을 돌려보내 달라는 이 여성에게 “파견 계약이 끝나기 전에는 아무도 돌아올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이에 이 여성은 파견 관련 책임자에게 ‘우리는 어떻게 살란 말이냐’며 항의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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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경북도에서도 러시아 파견 노동자 가족이 생계난을 이유로 남편을 돌려보내 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북도 소식통의 한 지인은 남편이 러시아로 파견될 당시 한 달에 300달러 정도 생활비를 받으면 그대로 가족에게 보내겠다고 말했지만 실제 해당 회사들은 노동자의 현지 생활비를 제외하고 30달러도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소식통은 “해당 회사는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이 개인의 생계를 위한 돈벌이가 아닌 당의 외화벌이 과제를 위한 것이라고 엄포를 놓은 것으로 안다”며 “회사는 당에서 맡긴 임무를 수행하는 기간에 개인의 송환 요구를 들어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파견 당시 약속한 임금과 실제 지급액이 다른 구체적인 이유는 파악되지 않았다. 다만, 세가지 정도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우선, 파견 회사들이 임금을 제대로 주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애초에는 러시아 쪽이 1인당 900~1000달러의 임금을 주면 북한 회사가 3분의 2를 제외하고 나머지 300달러 정도를 파견 노동자에게 지급한다. 하지만 해당 회사들이 각종 국가 지원금과 후원금을 구실로 임금에서 차감을 하면서 임금이 턱없이 낮아지는 현상이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두 번째는 임금을 전달하던 ‘인편’이 끊어졌을 수 있다. 최근 북한 내부에서 러시아 파견 노동자 선발이 중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선발 중단 이유나 일시적인지, 잠정적으로 연기된 것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세번째는 노동자가 병에 걸려 본인이 치료비를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을 수도 있다. 러시아 파견 노동자들이 병에 걸리면 파견 회사 내에 배치된 의사에게 치료를 받거나 불가피한 경우 현지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 환자 본인이 치료비를 감당해야 한다고 복수의 소식통은 전했다. 이전에는 파견 노동자들이 심한 병에 걸리거나 치료가 필요할 경우 송환 절차가 있었으나 이 역시 중단됐다고 한다.

RFA가 최근 입수한 러시아 파견 북한 건설회사의 내부 문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병에 걸린 노동자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도 못하고, 폐쇄된 국경 탓에 고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사실상 러시아에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2023년 9월, RFA가 입수한 러시아 파견 북한 건설회사의 내부 문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병에 걸린 노동자들은 적절한 치료를 받지도 못하고, 폐쇄된 국경 탓에 고국으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사실상 러시아에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RFA)

“임금·처우 문제 반복되면 민심에도 영향"

이에 일부 가족은 “신체검사에서 합격된 사람만 파견됐는데 외국에서 병에 걸렸다는 것은 과도한 노동에 내몰린 탓이라며 본인 치료비 지불에 항의하고 있다”며 “아파서 돈을 벌지 못하면 돌려보내라고 항의하는 실정”이라고 소식통은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6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이번 사례는 북한이 해외 파견 노동자들의 임금을 국가 차원에서 상당 부분 통제·공제해 온 기존 관행의 연장선”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러 협력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이 같은 임금·처우 문제가 반복될 경우, 북한 내부에 누적된 불만이 민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홍민 연구원: 북한 내부에도 민심이라든가 여러 가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굉장히 높다. 왜냐하면 (러시아 노동자 파견이) 단기간에 그치지 않고 굉장히 장기적으로 북러 간의 협력 구도로 가는 과정에서 이런 내용들이 계속 축적되는 것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향후에 이런 불만들이 표출될 가능성을 배제하기는 좀 어렵다고 봐야겠죠.

에디터 이용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