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 (방송) 틀지 말라고 해야지. 방송 안 하게끔 해줘야지. 여기서 살려면 그래야지”
김여정 북한 노동당 총무부장이 19일 북한군의 군사분계선(MDL) 침범에 대응한 한국군의 경고사격 등 조치에 반발하며 군사력 증강 배치와 대남 확성기 방송 재개를 검토한다고 밝힌 가운데, 한국 인천시 강화군 송해면 당산리의 안효철 이장은 벌써부터 근심이 가득했다.
안 이장은 19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전화 통화에서 북한이 대남방송 재개를 검토하겠다고 밝히자, 벌써부터 주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말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여정 부부장은 이날 발표한 ‘우리는 주권 수호를 말로 하지 않는다’란 제목의 담화에서 “지금 남부 국경의 상황은 매우 불안정하다”라며 “한국군부 호전광들은 지난 8월부터 확성기 경고 방송 도발과 경고사격 등으로 우리 군인들의 신변을 위협하고 있는바, 8월 1일부터 10월 17일 현재까지 감행된 확성기 경고 방송 도발은 무려 2천870차, 경고사격은 201차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또 김 부부장은 10월 15일부터 17일까지 남부 국경의 여러 지역에서 한국군이 확성기로 350여 차례의 경고 방송, 60여 차례의 경고사격을 가하는 엄중한 정세 격화 행위를 동시다발적으로 감행했다고 말하고, 현 사태에 대처해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여 전술적 타격 수단들을 전 남부 국경선 부근에 증강 배치하는 문제와 대한국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으며 필요하고 적합하다고 간주되는 이여의 조치들도 고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여정 담화에 접경 지역 주민 마음 ‘철렁’
안 이장의 집에서는 북한의 대남 확성기가 정면으로 보인다.
2024년 7월 북한이 대남방송을 시작했을 때 그는 일 년 가까이 밤낮으로 소음에 시달렸다. 늑대 울음소리 같기도 하고, 누군가 울부짖는 것과 같은 소리에 안 이장은 평생 처음으로 신경안정제를 복용하기도 했다.
[안효섭] 평생 안경을 안 썼는데, 갑자기 물체가 두 개로 보이는 거예요. 안과에 갔더니 눈에는 이상이 없다고, 가톨릭 병원 뇌과(신경과)에 갔더니 뇌에서 눈으로 오는 4번 신경이 스트레스 장애를 일으켜서 그렇다는 거예요.
당시 한국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자, 북한도 대남 확성기를 설치하고 소음 방송을 실시했다. 그리고 2025년 6월, 이재명 정부가 선제적 신뢰 조치로 대북 방송을 중단하자 북한도 대남방송을 멈췄다.
당시 소음 피해는 대성동 마을을 비롯한 접경 지역 마을 주민의 평범했던 일상을 파괴했다.
주민 대부분이 정신적 스트레스는 물론 수면 장애에 따른 합병증으로 고생했고, 면역력이 떨어진 아이들은 몇 달씩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또 소음 공해를 견디다 못해 아예 몇 달씩 집을 떠난 사람도 적지 않았다.

현지 주민은 2025년 12월 직접 인천 강화군과 대성동 마을을 취재했던 RFA 기자에게 답답한 마음과 분노를 토로한 바 있다.
[주민들] 다 같이 울부짖었어요. 살려달라고. 제발 잠 좀 자게 해달라고. 사람 사는 게 아니라 지옥이잖아요. 51년을 살고, 칠십몇 년을 살았어도 이런 건 처음이에요. 웬만한 (대남방송은) 듣고 넘겼어요. 근데 저런 소리만 연구하고 있나. 저것들은 사람도 아니야. 어떻게 고문하려고 저런 소리를.
[주민들] 그냥 신경이 저절로 확 올라와요, 마음이. 짜증이 나고 아침부터 기분을 확 잡쳐버려요. 요즘엔 노인정에 일부러 사람들 만나려고 와요. 이러다가 치매라도 걸릴까 싶어서.
“지금도 북쪽에서 계속 폭발음 들려와”
안 이장은 “지금도 북한에서 하루에 10~20번씩 폭발음이 들려와 불안한데, 대남방송까지 재개한다면 어떻게 살겠느냐”라며 불안함을 호소했다.
[안효섭] 정부에서 못 하게 해줘야지 뭘 어떻게 해요. 많이 걱정했죠. 방송만이 아니라 (북한이) 하루에도 남포질(폭약을 장치하고 터뜨리는 행위)을 한 10~20번씩 해요.
안 이장은 이제 겨우 일상을 회복한 주민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도록 한국 정부가 그것만큼은 막아주기를 거듭 당부했다.
한편, 인천시 강화군은 2024년 7월 19일부터 이듬해 6월 12일까지 이뤄진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으로 피해를 본 접경 지역 주민 3천78명에게 피해 지원금을 지급했다.
이는 적게는 240일에서 많게는 320일 동안 소음 피해가 발생했다는 조사 결과에 따라 집행됐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비무장지대 내 지뢰 폭발 사고를 시작으로 군사분계선을 둘러싼 남북 간 갈등이 고조하는 가운데 북한이 대남방송 재개를 언급한 것은 접경 지역 주민을 내세워 이재명 정부를 압박하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