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예비군훈련소·기업소에 광범위하게 드론 사격 훈련장 설치

북한 각 지방에 있는 예비군 전력인 노농적위군, 붉은청년근위대의 군사훈련소, 큰 기업소 등에‘공중 목표 사격 훈련장’이 광범위하게 새로 꾸려지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드론 경험 등을 반영해 드론에 대한 대응을 확대하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양강도 주민 소식통은 20일 자유아시아(RFA)방송에“최근 당국이 노농적위군과 청년근위대를 비롯한 전국의 모든 군사훈련소에 무인기(드론)를 비롯한 공중 목표 소멸(격추)을 위한 사격 훈련장을 설치하도록 지시했다”고 전했다.

북한에는 정규군인 조선인민군 외에도 교도대, 노농적위군, 붉은청년근위대 등 많은 민간 군사조직이 존재한다. 교도대는 군복무를 마친 제대 군인들이 속한 군사조직으로 한국의 민방위에 해당하며 이들은 현역 군부대에 배속돼 수시로 군사훈련을 받는다. 노농적위군은 교도대에 속하지 않는 60세 이하의 모든 남성과 미혼 여성이 포함되며 붉은청년근위대는 만 14~16세의 고등학교(북한은 고급중학교) 남녀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가입하는 군사조직이다.

북한 모든 시, 군에는 노농적위군 훈련소와 붉은청년근위대 훈련소가 각각 존재한다. 모든 훈련소에는 병영, 식당, 사격장, 그리고 다양한 군사 훈련을 할 수 있는 공간과 시설이 마련돼 있다. 이런 훈련소에 공중 목표 사격 훈련장이 새로 꾸려지고 있는 것이다.

새 사격 훈련장은 특별한 시설이 필요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훈련장 양쪽에 길이 5~6m 정도의 쇠 기둥을 세우고 두 기둥 사이에 드론, 전투기, 낙하산, 순항미사일 등의 모형을 매단 줄을 연결하면 된다는 것이다. 줄에 매달려 있는 드론 등 다양한 공중 목표를 겨냥해 사격하는 훈련 장소인 셈이다.

12월부터 드론 사격훈련 진행할 듯

원칙적으로 노농적위군에 속한 주민은 매년 훈련소에 입소해 15일간의 군사훈련을 받아야 하며 붉은청년근위대도 한번에 7~10일간의 군사훈련을 받는다. 노농적위군과 붉은청년근위대가 매년 실시되는 군사 훈련에 포함된 제식, 병기, 화생방, 행군 등 다양한 종목 중 사격 훈련은 시간과 강도 면에서 제일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공중 목표 사격 훈련은 그동안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만큼 이번 공중 목표 사격 훈련장 설치는 향후 훈련을 전제로 한 준비과정이 분명한 것으로 보인다. 통상 노농적위군 훈련은 겨울에, 붉은청년근위대 훈련은 여름에 실시되는 점을 감안할 때 연말인 12월부터 실시되는 노농적위군 훈련부터 공중 목표 사격 훈련이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관련기사

북, 혹한에 노농적위대 군사훈련... 여성대원들 동상 걸려

북, ‘멧돼지 사냥’ 민방위대 무기고 점검


2024년 10월, 북한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에서 전투원들이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모습.
2024년 10월, 북한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에서 전투원들이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모습. 2024년 10월, 북한 조선인민군 특수작전부대 훈련기지에서 전투원들이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모습. (AP / KCNA))

예비군 전력인 노농적위군과 붉은청년근위대 군사 훈련소 외에도 주요 공장, 기업소, 그리고 도당학교에도 공중 목표 사격 훈련장이 꾸려지고 있는 사실이 알려졌다. 익명을 요청한 함경북도 소식통은 21일 “도당학교 군사훈련장과 규모가 큰 공장, 기업소에도 공중 목표물이 설치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각 도에 있는 도당학교는 관내에 필요한 당 행정 간부 양성 및 재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기관으로 노동당 소속이다. 도당학교에서 가르치는 교과목에는 군사학이 포함돼 있으며 자체 군사훈련장도 갖추고 있다. 이 소식통은 “경성군 오상리에 있는 함경북도 당학교 군사훈련장에 공중 사격 목표 설치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북한에서 일반 공장이나 기업소는 소재 지역 민방위 체계에 배속되지만 규모가 큰 공장이나 기업소는 자체적인 군사 체계를 갖추고 있다. 당위원회에 민방위사업을 전담하는 부서가 있으며 공장 노농적위군 지휘관이자 유급 간부인 적위군 대장도 있다. 또 공장 구내 혹은 별도의 지역에 자체 군사훈련장이 있는 데 여기에도 공중 사격 훈련을 위한 목표물이 설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과거 북한 예비군 전력을 위한 각 군사 훈련장에 전투기와 낙하산을 매단 공중 목표물이 있었고 공중 사격 훈련도 진행됐다. 하지만 1990년대 경제난 이후 공중 목표물과 훈련이 없어졌다. 이유는 빠르게 발전하는 전투기 같은 공중 목표를 개인 저격무기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일 것이다. 목표물이 사라진 이유는 목표물을 매단 쇠 기둥이 녹이 쓸어 넘어지거나 경제난 시기 식량 해결을 위해 일부 주민들이 쇠 기둥을 뽑아 폐철로 팔아 넘기는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수십년 간 사라진 공중 사격 훈련이 부활하는 것은 드론이 전투 승패를 좌우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기라고 전해진다. 소식통은 “이번 조치는 우리(북한) 특수부대 군인들이 참가한 해외군사작전(러-우전쟁) 경험을 반영한 것”이라며 “앞으로 무인기(드론) 같은 하늘로부터의 공격에 대비한 사격 훈련이 대폭 강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의 드론 피해 경험, 중동 전쟁 등 여러 전쟁에서 나타나는 드론의 무기화, 남북 간의 무인기 사건 등 이런 여러 상황을 감안했을 것”이라며 “후방까지 쉽게 침투하는 드론에 대비해 훈련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양무진 석좌교수는 “현재는 민간 군사조직들이 자체 방어를 하기 위한 것으로 보이지만 앞으로 실제 군부대와 합동훈련 같은 것도 상상해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