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전문가 “김정은 정권, 시장 통제로 새로운 빈부 격차 만들어”

북한 당국의 시장 통제 강화로 주민들의 경제 활동이 위축되고 생활고가 심화하면서 새로운 형태의 빈부 격차와 발생했다고 일본 언론매체 ‘아시아프레스’의 이시마루 지로 오사카 사무소 대표가 3일 밝혔다.

이시마루 대표는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과 한 인터뷰에서 오늘날 북한의 가장 심각한 사회 문제로 ‘통제 강화’와 이로 인한 ‘빈부 격차’를 꼽았다. 자신이 35년간 북한을 취재하면서, 지금처럼 주민에 대한 통제가 강화한 적은 없었다며, 김정은 정권이 북한 사회와 경제 전반에 대한 통제를 체계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시마루 대표에 따르면 특히 2023년 이후 시장에서 쌀과 옥수수 등 식량 판매가 금지되고, 양곡판매소와 국영 상점을 중심으로 주요 품목에 대한 유통이 이뤄지면서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전국의 시장 개수는 유지되고 있지만, 중국산 제품을 비롯한 거래 품목이 줄고, 수입과 유통도 감소하면서 실제 시장 활동의 규모가 많이 축소했다는 것이 이시마루 대표의 설명이다.

특히 그는 김정은 정권이 체제 유지를 위해 경제적 통제를 강화했고, 이것이 주민들의 소득 감소로 이어지면서 국가가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빈부 격차가 커지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 활동이 제한된 지방 도시에서는 현금 수입이 크게 줄면서 많은 주민이 생활고를 겪고 있고, 국영기업의 월급으로는 식량조차도 마음껏 살 수 없는 실정이라고 이시마루 대표는 덧붙였다.

이 때문에 시장 경제 활동이 비교적 자유로웠던 2019년 이전의 생활이 지금보다 나았다는 평가가 많다며, 국가 주도의 통제 강화가 오히려 주민들의 삶을 더 힘들게 하고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분석했다.

압록강 유역에 위치한 북한 마을
압록강 유역에 위치한 북한 마을 압록강 유역에 위치한 북한의 한 농촌 마을에 단층 주택들이 들어서 있다. (AP)

국가 시스템에 밀착한 사람이 잘 사는 사회

[기자] 요즘 북한 사회의 가장 큰 사회 문제로 ‘저출산’과 ‘빈부 격차’를 꼽는다. 미국이나 한국, 일본 등에도 빈부 격차는 있기 마련인데, 북한 사회에서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진단하는가?

[이시마루 지로] 역시 빈부 격차가 큰 문제인 것 같다. 그리고 북한 국내에서의 통제 강화다. 꼼짝 못 할 정도이고, 내가 35년간 북한을 취재해 오면서 최근처럼 국내 통제가 강화된 적은 없었다. 북한 내에서 인민 통제, 사회 통제라는 것을 조직적으로, 그리고 시스템화하려는 움직임은 과거에 없었다고 본다.

알다시피 2000년 이전에 배급제가 무너지고,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 이후 시장 경제가 점점 확대하고 확산하지 않았나. 그것 때문에 일반 사람이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기 노력으로 개인적인 경제 활동을 해서 먹고살게 됐다. 특히 2013~2014년 이후에는 지방 도시를 포함해 어느 정도 경제 활동이 가능한 중산층이라면 백미 밥을 먹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돼지고기 반찬을 먹고, 평판 TV를 갖고, 중국제 컴퓨터를 소유할 정도의 주민들이 꽤 많아졌다. 굶는 사람의 수도 많이 줄었는데, 이는 경제 활동을 하면서 시장의 힘으로 먹고살게 된 거다. 그런 측면에서 대단한 변화가 있었는데, 그 대신 시장 경제 시스템에 의한 빈부 격차도 생겼다.

그런데 2000년 이후 북한 사회는 경제 시스템 자체에 대한 통제가 많이 강화했다. 예를 들어 지금 시장에서 식량은 유통이 금지됐다. 2023년 이후 시장에서 쌀도, 옥수수도 팔지 못하게 됐다. 식량 유통은 양곡판매소라는 식량 전매점에서만 유통되고, 일반 소비품도 국영 상점 중심으로 유통된다. 그런 가운데 새로운 격차가 생기고 있다. 이것은 시장 경제 안에서 경쟁에 의한 차이가 아니라, 국가 주도의 유통, 그리고 국가 시스템과 유착된 사람들이 많이 유리하다. 그러지 않은 사람은 기업소에 출근해야 하고 국가가 정한 월급으로 먹고살아야 한다. 국가가 새로운 통제를 도입하면서 생긴 격차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지방 도시 주민은 개인 경제 활동, 그러니까 시장 활동 자체가 많이 제한됐기 때문에 현금 수입이 많이 감소했다. 다시 말해 국가의 통제 때문에 생긴 격차가 심각하다고 생각한다.

[기자] 시장 활동이 크게 위축했다고 했는데, 북한에 시장 개수가 500개가 넘을 만큼 크게 발전한 것으로 안다. 요즘처럼 시장을 많이 통제하는 상황이면, 시장 개수도 줄었다고 볼 수 있나?

[이시마루 지로] 숫자는 제대로 유지되고 있을 거다. 그것 자체가 폐쇄된 건 아닌데, 시장 자체의 성격이 많이 달라졌다. 시장에서 거래하면 안 되는 물품들이 굉장히 많아졌고, 특히 국산품은 다 국영 상점에서 사야 하고, 장마당에서는 팔지 못하게 하는 구조가 됐다. 그리고 중국 제품도 많이 줄었다. 중국 제품을 수입하면서 그걸 도매하고 소매하는 과정에 많은 사람에게 장사 기회가 있었는데, 그게 많이 줄었다. 시장에서 일하고 거래하는 규모는 2000년대 이전의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본다.

“김정은식 자력갱생, 많은 부작용 발생”

[기자] 최근 ‘아시아프레스’에서 북한 경제를 진단하고 분석하는 심층보도를 했는데, 매우 인상 깊게 잘 읽었다. 국가가 판매와 유통을 통제하면서 시장이 위축하고, 국가 중심의 경제 체제로 전환한 지 몇 년이 지났는데, 이번 심층보도를 통해서 발견한 새로운 내용이 있다면 무엇인가?

[이시마루 지로] 많다. 북한은 2019년 이전까지 시장 경제의 길을 가고 있었는데, 지금은 통제를 강화하면서 국가의 힘으로 경제를 다시 단속하고 통제를 통해서 살릴 수가 있다는 것이 북한 김정은식 자력갱생 방향이라고 본다. 지금 그것을 강력히 진행 중인데, 많은 모순이 생기고 있다.

과거 개인이 경제 활동을 많이 함으로써 어느 정도 행동의 자유, 이동의 자유가 생겼다. 시장 경제 때문에 주민들이 먹고살 수 있게 됐는데, 하지만 김정은 정권 입장에서 보면 주민들이 말을 듣지 않게 됐다. ‘통제력이 약해졌다’라는 부분이 분명히 있었다고 본다. ‘역시 이거는 아니다’,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 유일영도체계와 김씨 일가 독재 통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경제 시스템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주민에 대한 국가 통제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라는 판단이 있었다고 본다.

그래서 경제 통제를 강화하면서 발전시킨다는 노선을 선택했다고 보는데, 벌써 도시 주민을 비롯해 현금 수입이 많이 감소하면서 많은 격차가 생기고, 도시 주민 중에는 굶는 사람이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게 현시점이라고 생각한다.

[기자] 이렇게 현금 수입이 떨어진 북한 주민이 한 달을 어떻게 사는지도 궁금하다.

[이시마루 지로] 지금도 국영기업에서 근무하면, 좀 급수에 따라서 차이가 있고 업종에 따라서 차이가 있지만, 대략 한 달에 국가가 주는 노임(월급)은 3만 5천에서 10만 원 사이다. 물론 추가로 줄 수 있는, 경영이 괜찮은 국영기업도 있다. 두 배를 받아 월급이 20만 원이라고 해도, 지금 그걸로 백미 5kg도 구입을 못 한다. 대신 출근하면 공짜로 주는 것들이 좀 있다. 노동자 본인에 한해 5~10kg 정도 옥수수를 추가로 준다. 하지만 그 정도 노임으로 백미를 구매한다는 것은 말도 안 되고, 옥수수 중심으로 해서 겨우 사는 정도다. 그런데 노임만 가지고는 모자라니까, 지금 우리 모든 협조자가 이야기하기를, 가발이라든지 속눈썹이라든지, 집에서 만드는 손 가공으로 수입을 얻는 사람들이 매우 많다고 한다.

2017년 11월 21일, 북중 국경에 위치한 윈펑 풍경구 노천시장에서 사람들이 장을 보고 있다.
북중 국경 도시의 노천 시장 2017년 11월 21일, 북중 국경에 위치한 윈펑 풍경구 노천시장에서 사람들이 장을 보고 있다. (DAMIR SAGOLJ/Reuters)

[기자] 그렇다면 북한에서는 보통 남자가 국영기업에 다니고, 아내의 경우 가내 수공업이나 부업 등으로 수입을 보태는 형태가 많을 것 같다.

[이시마루 지로] 그렇다. 그 외에 시장에 나가 장사할 수 있었을 때는 그것이 주 수입원이었다. 그래서 시장 경제 활동이 가능했을 때 열심히 하면 달러로 한 달에 200~300달러의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너무 제한이 많아지면서 그건 불가능해졌고, 그래서 시장에서 나온 사람들이 매우 많다. 그런 사람들이 임가공을 하거나 아니면 불법 행위를 하기도 하는데, 그렇게 선택지가 많지 않다.

[기자] 2023년에 월급이 10~20배 가까이 인상했을 때는 북한 주민 사이에서 월급이 많아져 좋아했다고 들었다.

[이시마루 지로] 순간적으로는 그랬다. 그런데 3~ 4년 사이에 엄청난 인플레이션이 생기면서 그렇게 가격이 올라갔다.

[기자] 지금 월급으로는 한 달 살기도 어려운데 북한 주민은 도대체 어떻게 사나?

[이시마루 지로] 정말 궁금하다. 그래서 지방 도시 주민들은 정말 어렵게 산다. 차라리 2019년도 이전, 그러니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참전해서 전쟁 특수가 생긴 이전, 개인 경제 활동이 가능했었을 때가 훨씬 생활에 여유가 있었다고 다들 평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