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 남한 정착 탈북자 망명신청 자격없다

지난 18일 부시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된 미국의 북한인권법은 특히 탈북자들의 미국 망명을 허용하는 조항을 담고 있어 큰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이 법은 남한에 입국해 이미 정착한 탈북자들에 대해서는 망명 자격을 허용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에 있는 탈북자의 경우도 미국 망명을 위해선 난민판정을 받아야 하는데도 마치 이 법 발효로 모든 탈북자들이 자동적으로 미국 망명을 허가받는 식으로 비쳐지고 있어 혼란을 주고 있습니다.

과연 북한인권법은 탈북자의 미국 망명에 관해 어떻게 규정하고 있는지 이수경 기자와 함께 자세히 알아봅니다.

북한인권법은 북한주민들에 대해서 미국에 망명이나 난민 지위를 신청할 자격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요, 우선 이 난민과 망명은 어떻게 다른 것인지요?

이수경 기자: ‘난민’이나 ‘망명자’란 모두 본국으로 돌아가면 정치적, 인종적, 국적적, 종교적 혹은 사회적으로 박해를 받게 되기 때문에 본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사람들을 뜻하는 말입니다. 여기서 난민은 미국에 입국하기 전에 제 3국에서 머물고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입니다. 그리고 난민이 일단 미국에 입국하거나 혹은 미국 국경지대나 항구에 도착했을 때 보호를 요청하는 것을 망명이라고 말합니다.

북한주민들이 미국에 망명이나 난민 지위를 신청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은 무엇입니까?

이: 북한인권법 제3장 302조는 모든 북한주민들, 즉 북한 국적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미국에 망명을 신청할 자격이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법은 설령 북한주민들이 남한 헌법상 남한 국민으로 간주되더라도 망명이나 난민신청에 불이익을 받지 못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들도 미국에 망명이나 난민 자격 신청을 할 수 있는 것입니까?

이: 그것은 아닙니다. 북한인권법은 남한에 이미 정착해 사는 탈북자들은 이 법의 혜택을 받을 수 없다고 못 박았습니다. 이는 비난 남한뿐이 아니라 제3국에 정착해서 이미 그 나라 시민으로 살고 있는 탈북자들에게도 해당됩니다.

이와 관련해 미 하원의 정통한 외교소식통은 자유아시아 방송과의 통화에서, 다만 남한 국적을 취득한 탈북자라 하더라도 본국 즉 남한정부로부터 정치적, 인종적, 국적적, 종교적 혹은 사회적으로 박해를 받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한다면 이론적으로 망명이나 난민 자격을 신청 할 수는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 법의 취지는 북한이나 제3국에서 박해받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남한 내 탈북자들은 망명이나 난민 자격에서 근본적으로 제외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처럼 제 3국에 머물러있는 탈북자들의 경우 미국에 망명이나 난민 지위 신청을 어디서 어떻게 할 수 있는 겁니까?

이: 북한인권법에 따르면, 우선은 UNHCR 즉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을 통해서 제 3국의 탈북자들이 난민의 자격을 신청하도록 돼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탈북자들이 가장 많이 살고 있는 중국의 경우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이 탈북자들에게 접근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고 않습니다. 게다가 중국은 탈북자들을 불법 월경자로 간주하며 범죄자로 내몰고 있습니다. 따라서 법은 미국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이 북한 주민들에게 접근해 난민 심사를 할 수 있도록 중국정부에 압력을 가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중국 정부와의 외교적인 협상이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로 중국 내 탈북자들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에 난민 신청을 할 수 있는 날이 오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북한인권법은 미 국무부로 하여금 앞으로 이런 처지에 있는 탈북자들의 난민 지위 취득과 망명을 쉽게 하기 위한 방법을 강구하도록 요청하고 있습니다.

UNHCR 즉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을 통하는 방법 외에 다른 방법은 없습니까?

이: 미국 이민법에 따르면, 당사자가 미국 본토에 입국했거나 미국 국경이나 항구에 도착하면 망명신청을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불법 입국이라 할지라도 상관은 없습니다. 일단 미국에 들어오면 합법이든 불법이든 1년 내 망명 신청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북한인권법에 따라 망명신청 자격이 있는 북한 주민들도 제 3국에서 바로 미국에 입국한다면 망명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난민이든, 망명이든 가장 중요한 것은 난민 지위를 인정받아야 하는데 그 기준은 무엇입니까? 이: 그렇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이민법은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인종, 종교, 국적, 정치적 견해 또는 특정 사회단체 가입 등의 이유로 본국 정부에 의해 '확립된 박해의 근거‘(well-founded fear of persecution)가 있음을 제시해야 합니다.

이를테면 중국에 머물고 있는 어떤 탈북자가 본국인 북한으로 송환되면 정치범 수용소나 노동 교화소 등에 보내지는 등의 탄압이 예상되는 경우 이 조항에 의거해 난민 지위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난민 자격을 받으려면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하지만 미국 법원은 여의치 않을 경우 구체적인 진술이나 신문기사, 관련 증인 혹은 전문가의 녹취록, 서적, 의사의 진단소견, 사진 등도 증거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이번 북한인권법에 따라 탈북자들의 경우 다른 나라 난민 신청자들보다 좀 더 후한 혜택을 받습니까?

이: 그렇진 않습니다. 탈북자들은 다른 난민 신청자들과 똑같이 방금 말씀드린 ‘확립된 박해의 근거’를 제시해야 난민 신청을 받습니다. 참고로 난민 등 일체의 이민관련 업무는 소위 ‘9-11 테러’ 이후 새로 생겨난 국토안보국 산하 이민국에서 엄격한 기준에 따라 처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