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현지취재1] 탈북여성, "인신매매에 강제마약까지"

2007-0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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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신의주와 철교를 사이에 둔 중국의 국경도시인 단둥에 대한 현지 취재를 통한 특별 방송을 앞으로 5회에 걸쳐 보내드립니다. 오늘은 인신매매에 강제 마약에 시달리는 한 탈북 여성의 얘기를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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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여성 이씨가 숨어 살고 있는 단둥 시내 전경 - RFA PHOTO/박성우

>>중국 단둥 슬라이드 쇼

북한을 탈출한 여성들을 상대로 탈북을 돕는 중개인, 즉 “브로커”들이 인신매매는 물론 이제는 마약까지 투약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증언이 RFA 취재로 확보됐습니다. 탈북 여성들이 탈북과정에서 겪고 있는 고초를 단둥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탈북 여성 한 명이 단둥 시내의 한 작은 식당에서 일하고 있다는 걸 수소문 끝에 알 게 된 건 단둥에 도착한지 이틀째 되던 날이었습니다. 해질 무렵. 그 여성이 일하고 있다는 식당을 찾아갔습니다. 식당은 손님들로 붐비고 있었습니다. 30대 중반으로 보이는 이 여성은 음식을 나르느라 분주한 모습입니다.

손님이 뜸해진 후 성이 이 씨인 이 탈북 여성을 식당에 소개해 줬다는 한 남자를 통해 이 씨가 북한을 빠져나오면서 겪은 일들을 얘기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이 씨는 자신을 도와준 사람의 체면을 생각했는지, 뜻밖에 기자를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이: ( 기자 : 잘 지내셨어요?) 네 XX동지가 보살피고 있습니다.

지난 2월 탈북 했다는 이 씨는 북한의 한 항구 도시에서 출발해 회령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왔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땅 맨 밑에서 맨 위를 거쳐 탈북한 것입니다. 먼저 요즘 탈북은 돈 없이는 안 된다는 소문을 확인하기 위해 이 씨가 탈북 하는 데 쓴 돈이 얼마인지를 물어봤습니다.

이: 넘어오기 위해서 쓴 돈이 한 6백 달러 됩니다. ( 기자 : 6백달러?) 네. 넘어올 때 돈 필요해서 장사 할 때 있던 돈 다 걷어가지고 나왔단 말입니다. 어쨌든 한 발짝 움직이면 그게 다 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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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여성 이씨가 숨어 지내는 단둥의 한 식당가 거리 - RFA PHOTO/박성우

하지만 이 씨는 다른 많은 탈북 여성들과 마찬가지로 회령에서 만난 브로커에게 속아 인신매매의 희생양이 되고 맙니다.

이: 팔려 갔었습니다. ( 기자 :아. 그럼 도망쳐 나오신 거예요?) 네. ( 기자 : 신부로 팔려 가신 거예요?) 네.

이 씨는 팔려가지 않기 위해 노력도 해 봤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작정하고 속이는 걸 어떻게 막아 볼 도리는 없었다고 말합니다.

이: 근데 사실은 회령 쪽에서 우리 팔려 안가겠다는 거... 우리는 우리 대방한테 가겠다는 거... 그러니까 ‘그럼 그쪽으로 보내 주겠다’ 그래서 우리가 100달러를 까라 땠단 말입니다. 그 회령에 있는 여자한테... 그런데 걔네들이 우리한테 속였단 말입니다.

팔려간 곳은 북조선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가난한 농촌이었습니다. 거기서 겪은 고초를 이 씨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이: 생각만 해도 끔찍합니다. 어떻게 거기까지 나갔었는지... 나는.. 이야... 그런 데가 있는지... 조선에도 그런 데는 없습니다. ( 기자 : 북조선에도 그런데는 없어요?) 없습니다. 어휴...

그런데 그것만이 아니었습니다. 이 씨는 더 충격적이고 기억하기 싫은 악몽을 겪어야 했습니다. 탈북 여성들에게 브로커들이 강제로 마약을 투여한다는 증언이 이 씨를 통해 처음으로 공개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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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 여성 이씨가 숨어 지내는 단둥의 한 식당가 거리 - RFA PHOTO/박성우

이: ( 기자 :브로커들이 탈북여성들에게 마약을 놓는다?) 네.

브로커들이 마약까지 사용하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물어봤습니다. 아마도 반항하지 못하게 한 다음 자기네들 마음대로 하겠다는 거 아니겠냐고 이 씨는 말합니다.

이: 그걸 다 써가지고 여자들이 공포심이 나서 저희 마음대로 하게끔 하려는 건지 모르겠는데... 여자들 다 쏴 주더란 말입니다. 그 얼음을... 그것도 다 비싸게 돈 주고 샀을 텐데도...

이 씨는 중국내 농촌 지역으로 팔려가기 전 한 동안 계속 강제로 마약을 해야 했다고 말합니다. 신부로 팔려간 다음, 이 씨는 생각지 않게 인신매매를 당했다는 심적인 괴로움도 컸지만 마약 후유증 때문에 한동안 많이 고생했었다고 털어놓습니다.

이: 거기 팔려갔을 때 막 떨리고... 몸이...

지금도 마약 후유증은 이 씨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이: 사람이라는 게 아침에 일어나면 머리가 맑아서 이게 착착착 돌아가야 되는데 머리가 이렇게 띵하단 말입니다. 머리가 아프지는 않은데...

북한에서보다 좀 더 나은 생활을 하기 위해 탈북 했다는 이 씨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인신매매를 당했고, 그 과정에서 또 마약으로 혼미해진 몸과 마음을 추슬러야 하는 고통을 당해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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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둥과 신의주를 연결하는 중조우의교 - RFA PHOTO/박성우

그럼 탈북 여성들이 겪고 있는 마약의 위협은 왜 지금껏 밝혀지지 않았을까. 오랫동안 탈북자들을 인터뷰하며 북한 사회를 연구해 온 경남대 < 극동문제연구소> 최봉대 교수는 탈북자들이 설령 이런 일을 당했더라도 신변의 안전을 위해 한국에 들어온 후에도 이런 애기는 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최봉대: 이들이 중국에 있을 때부터도 기본적으로 한국에 마음을 두고 있으니까... 우리 사회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를 자꾸 수집해서 입력하려고 한단 말입니다. 마약 같은 것은 중국 공안도 단속이 심하지만 한국에서도 단속이 심한 대단히 위험한 물건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절대로 여기 와서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탈북자들은 자신들에게 해가 될 수 있다고 판단되는 일은 남한의 유관기관 조사 과정에서 말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이들의 탈북 동기와 탈북 과정에서 겪은 일들이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들에게 가해지는 비인간적인 범죄행위를 예방하고 또 가해자를 처벌할 수는 없는 걸까. 서울에 있는 < 북한대학원대학교> 류길재 교수는 중국 땅에서 일어나는 일인 만큼 중국 정부가 1차적 책임이 있다고 말합니다.

류길재: 실제로 탈북자들이 중국 내에서 겪고 있는 그러한 반인권적, 반인륜적 행태를 놓고 본다면 우선적으로는 중국 정부가 이 문제에 대해서 나름대로 상당히 적극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구요...

류길재 교수는 또 북한 사람들이 탈북 할 수밖에 없는 요인을 제공하는 북한 정부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지적합니다. 결국은 북한의 생활환경이 좋아지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탈북자들이 발생하고, 탈북 여성들이 인신매매를 당하고, 또 마약의 위협까지 당하는 현실은 개선되지 않을 것이라고 류 교수는 전망합니다.

류길재: 앞으로도 북한 경제가 나아지지 않게 되면 이런 현상은 계속해서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이것은 앞으로 인권적 차원뿐만 아니라 한민족 정체성, 중국과의 외교적 문제, 국제사회의 중요한 인권문제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삶을 찾아 탈북을 단행한 이 씨. 그간 겪었던 고단한 생활을 뒤로한 채 이 씨는 이제 단둥에서의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기 위해 다시 자신이 일하는 식당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단둥-박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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