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출신 은행원, 금융 산업으로 통일 내다봐


2007.07.11

서울-장명화

남한으로 와서 외롭고 힘든 어려움을 이기고 남한은행에 자기 힘으로 당당히 합격한 올해 26살의 탈북청년이 있어서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의 은행입행기는 다른 탈북자들의 남한생활에도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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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출신 은행원, 조현성-RFA PHOTO/장명화

탈북자들은 백이면 백, 자유를 찾아 북한을 떠났다고 이야기합니다. 남한정부는 이들에게 정착금을 주고 여러 가지 특별대우를 해줍니다. 그 중에서도 남한 학생들이 어렵게 들어가는 대학을 이들은 비교적 쉽게 들어갑니다. 하지만 대학에 입학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좋은 성적을 얻어야하고,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합니다. 대학졸업을 앞두고는 극심한 취업관문을 통과해야합니다. 지금 소개해드리는 조현성씨를 보면, 누구에게나 주어진 조건이라고 해서 그 결과도 똑같은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합니다.

(기자가 전화 다이얼 돌리는 소리) (조현성씨 핸드폰 소리)

여보세요, 조현성씨세요? 안녕히 주무셨어요?

(조현성) 네.

먼저 축하드립니다. 조현성씨의 이번 은행 입행이 다른 탈북자들이 높게 평가한다면, 왜 그렇다고 생각하십니까?

(조현성) 아직까지는 대학을 졸업하고, 공채로 기업에 들어간 경우가 별로 없기 때문에, 높게 평가되는 것 같습니다. 워낙 취업난이어서 남한에서 낳아서 자란 아이들도 취업이 잘 안되는 상태에서, 문화도 다르고 가치관도 다르다고 생각되는 탈북자가 여기에서 남한대학을 졸업하고 남들이 다 선망하는 기업에 들어갔다고 해서 아마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봐주는 것 같습니다.

조현성씨는 9년 전, 18살의 나이에 홀로 북한을 탈출했습니다. 이듬해 남한으로 왔습니다. 남한에 온 뒤 공부만이 살길이라고 생각한 조씨는 1999년에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에 외국인 특별전형으로 입학합니다.

그런데 조현성씨가 특별히 은행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이죠?

(조현성) 제가 은행을 선택한 이유는 앞으로 통일이 되면, 우리나라 같은 경우에는 금융권 쪽이 많이 약한데, 금융권을 키울 수 있는 여력이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또 나중에 통일이 되면 북한재건을 위해서 금융 분야가 할 일이 아주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그 가운데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은행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특별대우를 받고 남한에 입학합니다. 그렇지 않을 경우, 입학 자체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조씨가 이번에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기업은행’ 공개채용에서 일반 취업준비생들과 당당히 겨루어 입사한 것은 그래서 남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네. 은행에 입행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던 자신의 공부과목이라던가 또 어떤 특별한 체험이 있다면 소개해주시죠.

(조현성) 요즘에는 많이 ‘열린 채용’이라고, 기업은행도 이번에 ‘열린 채용’을 통해서 제가 입행하게 됐거든요. ‘열린 채용’이라고 하면 물론 공부도 중요하겠지만, 그것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호주에도 다녀왔었고, 피지에도 자원봉사를 6개월 다녀왔고, 한국에서도 여러 가지 동아리 활동이랑 사회활동한게 높이 평가받아서 이번에 입행하게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네. 정말 다양한 대학생활을 하셨군요. 탈북자들의 직장적응이 어렵다는 것은 아주 큰 골칫거리처럼 됐지 않습니까? 이에 대한 조현성씨의 견해는 어떻습니까?

(조현성) 글쎄요, 아직까지는 좀...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국에서 생활했을 때, 미국에서 태어나서 자란 아이들도 문화적 갈등을 계속해서 겪는다고 하던데요, 저희 같은 경우에도 아마 그런 부분에서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습니다. 문화적 갈등이 있기 때문에, 또 다른 차이가 있기 때문에, 좀 더 노력하고, 좀 더 자기가 다가서고 그런다면 능히 극복할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입니다.

네. 그런데 탈북하기 전에도 은행원이 되겠다고 생각했습니까?

(조현성) 그런 생각은 없었구요, 북한에서의 은행과 남한에서의 은행은 시스템 자체가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은행원이 되겠다는 생각은 못해봤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공부하면서 금융의 필요성에 대해서 많이 인식했고, 또 제가 취업준비를 하면서 은행에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조현성씨는 지난 일요일부터 경기도 기흥의 기업은행 연수원에서 7주간의 연수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첫 월급을 받게 될 텐데요, 그 월급으로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무엇입니까?

(조현성) 아버지, 어머니 여행을 보내드리고 싶어요. 한국에 오신 후 아버지, 어머니가 한번도 여행도 못하시고 그러셔서, 여행을 꼭 한번 보내드리고 싶습니다.

홀로 북한을 탈출해 가족과 이별했다가, 탈북한 아버지와 만나고, 지난 2001년에는 어머니와 동생도 남한으로 들어와 온 식구가 함께 살게 된 조씨. 이들은 조씨의 학업에 큰 힘이 되었습니다.

네. 참 효자시네요. 이렇게 참 소위 ‘성공’한 탈북학생, 또는 탈북 직장인으로서 다른 탈북자들에게 좀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해주시죠.

(조현성) 제가 성공했다고는 절대 말 못합니다. 아직 저도 많이 힘들고, 어려운 점들이 많은데, 다른 사람들도 저보다 (어려움을) 아마 더 크게 느끼실 것 같아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뭐 상황이라는 게 자기에게 항상 유리하게만 다가온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그런 상황들에 대해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그러니까 자기가 그 상황에서 불평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할 수 있는, 꿈은 크게 가지고 있으면서 있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조금씩 쌓아간다면, 저도 그렇고 다른 분들도 그렇고 꼭 그 꿈을 이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네. 마지막으로 미래 조현성씨의 꿈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조현성) 음.. 저는 제가 저의 커리어에 대해서 어떻게 쌓아가야 할지 아직 많이 고민해보지 못했습니다. 지금 연수를 받으면서 그런 부분에 대해 많이 고민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다만 저의 궁극적인 꿈은 북한과 남한을 두루 경험한 사람으로서 북한과 남한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 나중에 북한을 재건하는데 제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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