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의 딕 체니 부통령의 안보담당 부보좌관을 지냈던 애론 프리드버그(Aaron Friedberg) 미 프린스턴 대학 교수는 9일 자유아시아방송과 회견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금융제재를 풀면 북한의 불법행위 관련 거래도 다시 쉬워질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양성원 기자가 프리드버그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습니다.

베이징에서 열리고 있는 6자회담에서 미국은 북한이 핵폐기 초기 이행조치에 성의를 보일 경우 에너지 지원 등 보상책에 합의할 것이란 긍정적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결과가 바람직하다고 봅니까?
어느 정도 수준의 관련 합의가 나오는 지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원하는 것처럼 북한의 진정한 핵폐기를 위한 첫 단계 이행조치가 합의될 지 아니면 과거 2002년 상황으로 돌아가는 정도의 합의가 될 지 지켜봐야 합니다. 당시 북한은 지원을 받으면서도 언제든 미국과의 합의를 깰 수 있었고 또 그렇게 했습니다.
이번 6자회담에 대한 평가도 합의의 구체적인 내용과 또 합의 후의 실제 합의 이행상황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만일 북한이 진정한 핵폐기 의지를 밝히지 않고 철저한 감시조건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부시 행정부가 단지 북한의 핵동결의 대가로 대북 금융제재를 풀고 대북지원에 나선다면 이는 좋은 거래가 아닙니다. 이것은 지난 94년 북미 제네바 핵합의 당시로 돌아가는 것일 뿐입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6자회담 재개조건으로 줄기차게 요구해 온 대북 금융제재 해제를 미국이 수용한다면 북한의 핵폐기를 유도하는데 유용한 수단 하나를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있는데요?
물론 금융제제는 해제했다가도 다시 가하면 되지만 일단 한번 풀린 제재를 다시 시행하기는 처음보다 힘들다는 점에서 저도 우려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방코델타아시아 은행에 대한 제재를 풀면 그 효과는 그 은행에만 국한되지 않고 북한이 지장을 받아오던 다른 국제 금융거래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그럴 경우 북한의 불법행위와 관련된 거래까지 다시 손쉬워질 수 있습니다.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를 위해서는 중국과 남한이 북한에 보다 강경한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십니까?
중국과 남한은 과거 3년 동안 외교적으로나 경제적으로 그들이 할 수 있는 대북압박에 충분히 나섰다고 보지 않습니다. 물론 이들도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겠지만 제 견해로는 특히 중국의 더 강한 대북압박 없이는 북한 핵문제의 완전한 해결책은 있을 수 없다고 봅니다. 중국은 북한에 대부분의 에너지와 식량을 지원할 뿐 아니라 북한 정권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불법행위의 통로(conduit)도 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중국을 포함한 관련국들의 대북압박이 더욱 강해져야 합니다. 북한이 핵동결까지는 응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핵폐기 말고는 더 이상의 어떤 선택안도 북한에게 남지 않을 정도의 강한 압박이 가해지기 전까지는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는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봅니다.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의 양자대화에 나서는 등 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에 대한 태도를 조금 누그러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 부시 행정부에 조언을 하신다면?
전 미국과 북한의 핵폐기 협상과정이 다시 지난 94년 제네바핵합의 때와 매우 비슷한 상황이 될까 무척 걱정하고 있습니다. 당시 북한은 대규모 경제지원을 약속 받고도 언제든 합의를 깨고 핵물질을 다시 생산할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지금은 북한이 상당한 양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핵실험까지 한 상황으로 과거보다 북한의 입지가 더 강화된 상태입니다. 미국은 이러한 상태가 계속 지속될 수 없도록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합니다.
워싱턴-양성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