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러시아 학생들이 여름 캠프를 위해 북한으로 떠났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중단됐던 러시아 청소년 캠프가 재개된 겁니다. 러시아 학생들은 북한에서 보내는 11일 동안 전자기기와 인터넷 없이 다양한 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체험할 예정입니다. 자민 앤더슨 기자가 보도합니다.
러시아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에 러시아 학생들이 여행용 가방을 들고 삼삼오오 모여있습니다.
설렌 표정의 학생들 뒤로 ‘고려항공, Пхеньян (평양)’이라고 적힌 출국 수속 카운터가 눈에 띕니다.
11일 간의 북한 여름 캠프에 참가하기 위해 러시아 학생들이 북한행 비행기를 기다리고 있는 겁니다.
연해주 공영 텔레비전 OTV가 22일 공개한 영상입니다.
OTV에 따르면 러시아 학생들은 22일부터 다음 달 2일까지 먼저 평양 주변을 관광한 뒤, 강원도 원산의 송도원 국제소년야영소에 머물 예정입니다.
연해주 정부는 이번 프로그램은 연해주, 모스크바, 상트페테르부르크, 보로네시, 리페츠크, 사할린 등 러시아 각지에서 모인 학생들이 참가했다고 밝혔습니다.
송도원 캠프의 인솔자인 크리스티나 홀로샤 씨는 “북한에서 보내는 11일은 완전한 디톡스, 즉 전자기기와 인터넷 없이 보내는 시간일 것”이라며 “시험이 될 수도 있겠지만, 모두 멋지게 즐기길 바란다”고 학생들을 응원했습니다.
이번 캠프에 참가하는 러시아 학생 아나스타샤 세메노바는 2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출발 전 송도원 자체에 인터넷이 원활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안내를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캠프 기간 동안 학생들은 김일성과 김정일 동상, 동물원, 자연사 박물관 등을 방문하고 한국의 날, 러시아의 날 등의 프로그램에 참가합니다.
학생들은 자신과 러시아를 소개할 시간도 가질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러시아 학생들은 생강빵, 베이글, 초콜릿 등을 챙겼다”고 북한 당국의 허가를 받고 이번 프로그램을 주관하는 여행사 보스투크 인투르가 소개했습니다.
여행사의 인나 무히나 대표는 23일 온라인 사회관계망 서비스 텔레그램에 “북한에는 소가 없어서 우유로 만든 초콜릿이 없고, 오직 콩으로 만든 초콜릿만 있다고 들었다”며 학생들이 러시아의 대표 초콜릿인 알룐카 초콜릿을 가지고 간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에 참가하는 학생들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싶 다”, “그들과 대화를 나눠보는 것도 재미있겠다”며 북한 학생들과의 교류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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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들이 북한 학생들과 만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북한 당국이 러시아와 북한 학생들의 접촉을 차단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10년 전 이 캠프에 2번 참가한 경험이 있는 러시아인 유리 프롤로프 씨는 이달 초 미국 언론 비지니스 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송도원에 있던 북한 아이들과는 대화도 할 수 없도록 완전히 분리됐으며, 마지막 날에야 딱 한 번 그들을 만날 수 있었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번 캠프 참가비 미화 약 770달러를 걸고 열린 수필 경연대회 ‘송도원에 가장 먼저 가기’에는 러시아 전역에서 약 3,500명의 지원자가 몰렸습니다.
‘북한 학생들에게 러시아 소개하기’를 주제로 경연대회에서 당선된 학생 크세니야 치바는 러시아 지역 언론 포베다26에 “김정은을 만날 수 있을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북한에) 우호적인 러시아와 내가 속한 친정부 청소년 단체 ‘첫 번째 운동’에 대해 알리고 싶다”며 기대감을 내비쳤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당국과 연해주 정부는 오는 8월에도 러시아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송도원 여름 캠프를 개최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해졌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한덕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