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백신 부족, 취약계층 주민 건강에 치명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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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현재 북한 내부에 B형 간염 백신 재고만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북한 의료 전문가들은 열악한 의료 체계와 식량 불안정 상황에 놓인 북한 주민들의 건강 문제가 백신 부족으로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지정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니세프(UNICEF·유엔아동기금) 대변인은 4일 대북 백신 지원 현황에 대한 자유아시아방송(RFA) 질의에 “(코로나19 백신 이외) 북한으로의 마지막 다른 백신 배송은 2020년 2분기에 이루어졌다”며 “현재 북한 내부에는 B형 간염 백신 비축분만 남아있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의 국경봉쇄가 장기화되면서 코로나19 백신 뿐 아니라 전반적인 백신 수급에 차질이 생긴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 의료 전문가들은 북한 내 백신이 부족해지면서 북한 주민들의 건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우려했습니다.

고려대학교 간호대학의 신나미 교수는 5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국경봉쇄로 대북 백신 공급이 중단되면서 모든 피해가 북한 주민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백신이 필요한 아동 등 취약계층에는 백신 부족 사태가 치명적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신 교수는 또 북한은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전체 국민의 약 40%가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었다며 영양실조는 면역력 약화와 연결돼 백신 공급이 더욱 필수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실제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와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등 5개 유엔 주요 기구들이 지난달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북한 인구의 42.4%에 달하는 1천90만명이 영양 결핍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신 교수는 현 상황에서도 북한 당국이 식량과 백신 지원을 모두 주저하는 것은 단순한 코로나19 방역 지침보다는,북한 내부의 열악한 인권 상황이 외부에 드러나기를 꺼리기 때문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신나미 교수 : 모니터링 요원을 붙여서 너희가(북한이) 군이나 평양의 고위 간부들에게 흘러가는 게 아니라 정말 열악한 지역에 제대로 보급이 되는지… 그 모니터링 때문에 북한이 그동안 여러 번 있었던 식량 지원 이런 것들에 매우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 왔었거든요.

신 교수는 또 북한 주민들이 당국의 정보 통제로 백신의 필요성과 코로나19에 대한 정확한 정보 또한 알기 어렵다며, 이는 독재국가에서만 볼 수 있는 잘못된 방역체계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주민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더라도 정보 부족으로 증상에 따라 폐렴이나 독감으로 오인할 수 있다는 것이 신 교수의 설명입니다.

미국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코틀랜드 로빈슨(Courtland Robinson) 교수 역시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코로나19 백신 등 여러 백신의 부족으로 북한 주민들의 건강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습니다.

로빈슨 교수는 특히 북한 내 열악한 의료상황과 기존 신종 코로나19보다 감염력이 높은 델타 변이 바이러스(비루스)의 확산으로, 효과적인 백신 접종 프로그램 없이는 코로나19의 소규모 집단 발병에도 바이러스가 빠르게 확산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북한 내 백신을 분배하고 접종할 충분한 인력이 있기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며 국제 요원들이 코로나19 검사와 격리 등을 거쳐 북한 내부에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한편, 유니세프 대변인은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당국이 코백스의 백신을 지원받기 위해서는 여러 규제적, 행정적 절차를 마무리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The DPRK Government has to finalise some regulatory and administrative steps to receive COVAX-supported vaccines.)

대변인은 이어 “북한은 코백스나 다른 어떠한 경로를 통해서도 아직 코로나19 백신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DPRK has not received any COVID-19 vaccine yet via COVAX or through other channels.)

기자 지정은, 에디터 이상민, 웹팀 최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