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북한 군인들 속에서 베개 대용으로 사용하던 목침이 이제는 항상 몸 가까이에 있어야 할 필수품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어찌된 영문인지,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의 일반 주민들은 대부분 침대가 아닌 온돌 바닥에 이불을 펴고 잠을 잡니다. 잠을 잘 때 사용하는 베개도 볏겨를 속에 넣어 만듭니다. 벼농사가 안되는 북부고산지대의 농촌 주민들은 볏겨를 구할 수 없어 베개 대신 나무를 잘라 만든 목침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북한 장마당에서 주로 팔리는 목침의 크기는 길이 45센티미터, 폭과 높이가 각각 15센티터 정도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의 군인들과 건설을 담당한 돌격대원들 역시 잠을 잘 때 베개 대신 목침을 사용하는데 그 이유는 군인과 돌격대원들에게 베개가 공급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최근 북한의 군인들 속에서 평소 목침을 들고 다니는 현상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습니다.
양강도의 한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2일 북한군의 실상에 대해 전하면서 “김정일 시대까지 군인들의 병실(내무반)이라 하면 산뜻하게 정돈된 하얀 마다라스(매트리스)와 각이 잡힌 베개를 떠올렸다”며 “하지만 김정은 시대 군인들의 병실이라고 하면 누렇게 색이 변한 마다라스와 넝마와 같은 담요, 때가 잔뜩 묻은 목침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요즘 군인들은 총보다 목침을 더 소중하게 지키고 있다”면서 “군사복무를 마치고 제대되는 군인들이 병실을 떠날 때 마지막으로 하는 행동도 베개 대신 사용하던 목침을 식사당번에게 넘기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식사당번을 맡은 군인들에게 자신이 사용하던 목침을 땔감으로 이용하라는 의미”라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양강도의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13일 “올해 들어 병사들 속에서 평소 목침을 들고 다니는 현상이 크게 유행하고 있다”면서 “지난해까진 야간근무를 서는 병사들만 목침을 들고 다녔는데 올해는 일반 야외활동을 할 때에도 목침을 들고 다닌다”고 밝혔습니다.
소식통은 “군인들이 목침을 늘 들고 다니며 몸 가까이에 두는 건 목침을 병실에 두고 나오면 눈깜짝할 사이에 누군가 훔쳐 가기 때문”이라며 “장마당에서 목침 한 개를 사려면 내화 4천원(미화0.47달러)을 주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실제 지난 10월 말, 북한 양강도 갑산군에서 농촌 살림집 건설에 나선 돌격대원 한 명이 다른 중대원의 목침을 훔쳐 땔감으로 사용했다가 큰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목침은 재질이 단단한 나무로 주로 만들어 땔감으로 인기가 높기 때문입니다.
소식통은 “국가가 군인들에게 땔감을 보장해 주지 않아 병사들은 목침을 훔쳐 식사당번이나 병실 당번을 서는 날 땔감으로 이용한다”며 “땔감이 하도 귀하다 보니 군부대 주변 장사꾼들은 목침 1개에 두부 반모, 목침 2개에 두부 한모, 목침 4개에 술 한 병과 맞바꾼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소식통은 “애초 목침은 야간근무를 나가는 병사들이 마땅히 보관할 곳이 없어 그대로 들고 나갔는데 의자처럼 이용하기도 좋고, 밤에 목침을 두드려 서로 신호를 주고 받기도 편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며 “이제는 아예 대낮에 버젓이 목침을 들고 다니며 의자처럼 이용하고, 고된 훈련을 마친 날에는 서로 목침을 모아 술과 두부를 바꾸어 먹기도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병사들에게 있어서 목침은 단순히 베개를 대신할 물건이 아니라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할 비상용 자금이나 마찬가지”라며 “목침의 용도가 이렇게 되다 보니 총보다 더 귀한 게 목침이라는 말이 병사들 속에서 공공연히 나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북한에서는 군에 입대하면 제일 먼저 구입해야 하는 것이 목침으로 군인들에게 베개도 보장하지 않는 북한 당국이 목침도 군인들이 개인적으로 해결해야 하도록 방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이경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