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들 “북에선 음력설 거의 쇠지 않아”
2025.01.27
앵커: 미국에 거주하는 탈북민들은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은 음력설에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북한과 한국 양측의 설 명절 문화에도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김지수 기자의 보도입니다.
“새해를 축하합니다.” 북한의 보편적인 새해 인삿말입니다.
한국뿐 아니라 중국, 싱가포르, 그리고 말레이시아와 베트남 등 음력설을 쇠는 아시아 국가들의 연휴가 시작됐습니다.
함경북도 청진이 고향인 탈북민 김수경 씨는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실제로 북한에서는 음력설을 거의 기념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김수경 씨] 북한에서 음력설은 그냥 하루 쉬는 날인 것 같아요. 딱히 크게 의미를 두는 것 같지 않아요. 국가적인 행사도 아마 거의 없고 그리고 개인 가정들에서도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던 것 같아요. (반면에) 한국은 음력설도 거의 설날 양력설처럼, 양력설보다 더 크게 쇠는 집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사회적인 분위기도 막 고향에 간다고 그러고 북적북적하고 그래서 ‘이날은 명절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던 그런 기억이 있네요.
2005년 북한에서 탈출한 서철용 씨 역시 이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 상당수의 주민들이 음력설을 중국의 명절로 인식해 일부러 챙기지 않으려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서철용 씨] 그쪽에서는 음력을 설로 안 쳐요. ‘음력설이 소리 무슨 소리냐, 그건 중국 설이지’(라고 생각해요). (양력)설 하면 그래도 정부에서 관할하는 게 아니고 김일성 생일도 아니고 그러니까 그때 가서 사람들이 재미있게 성대하게 그래 잘 놀아요. 다 같이 모두 앉아서 이렇게 모여 앉아가지고 윷놀이도 하고 다 같이 음식도 해 먹고 그렇게 많이 하고요. 그런데 음력설은 뭐 중국 명절이라고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그리고 하도 조상들 때부터 양력설을 많이 쇠고 그랬으니까 음력설이라고 하면 챙기는 사람들이 거의 없어요.
이처럼 북한의 음력설은 오랜 기간 ‘봉건잔재’로 여겨져 양력설보다 덜 중요하게 취급되어 왔습니다.
1946년부터 인정된 양력설이 공식 명절인 북한에서는 음력설이 하루만 공휴일로 지정되어 있으며, 이후 1967년에 음력설을 포함한 민속명절이 폐지됐다가 1980년대 들어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우리민족 제일주의’를 강조하며 음력설이 다시 부활했습니다.
2003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음력설을 기본 설 명절로 지정하고 정월대보름을 휴일로 지정했습니다.
그럼에도 북한은 오랫동안 양력설을 챙겨왔고, 음력설과 비슷한 시기인 2월16일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 생일인 광명성절도 있다는 게 음력설의 중요도가 떨어지는 이유로 꼽힙니다.
[김수경 씨] 김일성이나 김정일 생일 때에는 국가 행사를 많이 해야 되기 때문에 친척들이(명절을 기념해 따로) 모일 기회는 모일 수 있는 그런 상황은 아니었던 걸로 기억해요. 태양절이랑 광명성절이 국가 탄생일보다, 당의 탄생일보다 최고 존엄의 날이기 때문에 그날이 오히려 제일 큰 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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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날에는 조상에게 차례를 지내고 세배를 하며, 세배 답례로는 최근 현금이 주어지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북한 주민들 역시 명절 음식으로는 떡국과 만두를 주로 먹고, 윷놀이와 같은 민속놀이도 즐깁니다.
다만 북한의 설날은 김일성과 김정일의 업적을 기리고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을 다지는 중요한 날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북한 매체들은 설에 만수대언덕 등 각지에 있는 김일성·김정일 동상을 찾아 꽃다발, 꽃바구니를 진정하고 선서를 하는 일부 주민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매년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