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올해도 핵전력 강화 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하고, 최근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영변 핵시설에서 핵 활동이 크게 확대되고 있다는 우려를 나타낸 가운데, 북한이 핵물질 생산을 계속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다양한 증거들이 포착됐습니다.
영변 방사화학실험실 열발전소에서 증기 배출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Planet Labs)가 지난 4월 20일에 촬영한 영변 핵시설 단지 내 방사화학실험실. 이곳의 열발전소에서 증기가 배출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의 추출이 이뤄지는 이곳에서 지난 18일에도 증기 배출이 관측됐는데, 이는 북한이 간헐적으로 플루토늄 생산을 위한 핵연료 조사(fuel irradiation)와 재처리 활동을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황 중 하나로 풀이됩니다.
또 지난 3월 12일과 4월 25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5메가와트 원자로에서 냉각수가 구룡강으로 배출됐는데, 올해 1월부터 살펴본 대부분 고해상도 위성사진에서 냉각수가 꾸준히 배출되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냉각수의 배출은 플루토늄 생산을 목적으로 원자로가 가동 중임을 나타내는 지표인데, 거의 매일 가동되고 있음이 위성사진에서 확인된 겁니다.

미국의 민간 위성사진 분석가인 제이콥 보글 씨는 27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2024년 10월 중순부터 영변 핵시설에서 플루토늄 생산을 위한 일곱 번째 핵연료 조사와 재처리 주기를 진행하고 있는데, 5메가와트 원자로의 냉각수 방류와 열발전소의 증기 배출 등을 볼 때 영변 핵시설에서 핵물질 생산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차장을 지낸 올리 하이노넨 미 스팀슨센터 특별연구원도 25일 RFA에, 위성사진을 근거로 북한이 5메가와트 원자로에서 계속 플루토늄을 생산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열발전소에서 배출된 증기와 관련해서도 “몇 주 또는 한 달 이상 증기 배출이 계속된다면 실제 핵연료 재처리 과정을 통한 플루토늄 추출이 진행 중임을 시사하지만, 짧은 기간 동안 증기가 관찰됐다면 단순히 폐기물을 이송하는 것일 수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원자력기구가 우려한 것처럼 북한이 일정 간격으로 핵물질을 생산하는 것 같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영변 단지 곳곳에 건설 공사도 활발
이 밖에도 영변 핵시설 단지 곳곳에서 다양한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인 정황도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됐습니다.
위성사진에 따르면 새 우라늄 농축 시설로 의심되는 파란색 지붕의 건물은 지난해 11월~12월 사이 외부 공사가 끝났습니다. 이후 12월 말부터 2월 초까지 이 건물의 지붕은 주변과 달리 눈이 녹은 흔적이 계속 관찰됐는데, 이는 건물에 전기가 공급되고 있으며 최소한 내부 공사가 진행 중임을 시사한다고 보글 씨는 설명했습니다.

지난 4월 15일에는 건물 옆에 주차된 차량이 포착되기도 했는데, 하지만 아직도 내부 공사가 진행 중인지, 아니면 시설 가동이 시작됐는지 여부를 알 수 있는 외적 징후는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또 지난 3월에는 방사화학실험실 내 두 건물의 지붕이 교체됐는데, 하나는 사용 후 핵연료를 일정 기간 냉각해 저장하는 곳이고, 또 다른 곳은 플루토늄 실험실과 연결된 건물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특히 영변 핵시설 단지 남쪽에 위치한 연료봉 제작 건물 단지의 변화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에 따르면 이 구역에 새로 지어진 최소 4채의 건물이 있는데, 이 중 한 곳은 울타리를 만들어 다른 건물과 분리한 것을 볼 때 매우 중요한 시설임을 시사한다는 겁니다. 또 이 건물에서 정확히 어떤 활동이 이뤄지는지는 알 수 없지만, 핵물질과 핵무기 부품을 더 많이 생산하려는 김정은 위원장의 계획과 관련이 있다고 그는 주장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영변 인근 주민이 거주하는 지역에도 새 고층 건물과 집들이 많이 지어졌는데, 영변 핵시설 단지 내 건설 공사를 위한 기술자와 노동자 등이 많이 필요한 점을 고려하면, 이것도 영변 핵시설의 왕성한 활동을 뒷받침하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고 하이노넨 특별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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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북한의 핵 활동을 우려해 왔던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 사무총장은 지난 15일 한국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영변에 있는 5메가와트급 원자로, 재처리기, 경수로, 주변 시설 활성화에 이르기까지 북한의 핵 활동이 크게 확대된 것을 확인했다”라고 밝혔습니다.
또 그로시 사무총장은 “이는 수십 개가량의 탄두를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북한의 핵무기 생산 능력이 심각하게 증대되었다는 것을 시사한다”라며 영변을 비롯해 기존 시설과 비슷한 새로운 핵농축 시설이 건설된 것도 확인했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올해도 계속 핵 무력 강화 의지를 내비쳤습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2월 노동당 제9차 당대회에서 발표한 국방력 강화 5개년 계획(2026~2030)을 통해 핵무기 증강과 운용 확대 방침을 분명히 했으며, 해마다 핵무기 수를 늘리는 것뿐만 아니라 핵무기 운용 수단과 공간도 다양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많은 전문가 사이에서는 올해 발생한 베네수엘라 대통령 체포, 이란에 대한 공습 등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핵을 보유하는 것이 생존에 필수적’이라는 교훈을 얻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여러 국제사회의 분쟁으로 북한 핵 문제에 대한 관심마저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핵 문제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까지 실종되면서 핵무기의 소형화, 새롭고 정교한 미사일 개발, 탄도 미사일의 전술 핵무기 활용 가능성 등으로 북한의 핵 위협이 더 고조할지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