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전 주한미국대사, “개성공단 제품 남한산으로 인정하기 어려워”

북한 개성공단 제품이 미국시장에 수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제임스 릴리 전 주한미국 대사가 주장했습니다. 릴리 대사는 북한 땅에서 만들어진 제품이 남한산으로 인정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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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공단내 한 남한 의류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북한 여직원들 - AFP PHOTO/POOL/LEE Jae-Won

제임스 릴리 전 주한미국 대사는 4일 서울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미국과 남한의 무역현안에 대해 언급했습니다. 릴리 대사는 특히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물건을 미국시장에 수출할 수 있느냐가 남한기업에게 큰 관심사가 되고 있으며 미국과 남한사이의 뜨거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인정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개성공단 제품이 특별한 환경에서 만들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엄연히 북한에서 만들어진 것인 만큼, 원산지를 남한으로 표시하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릴리 대사는 또 남한에서 북한으로 기술을 이전하는 것도 쉬운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전화기술 이전은 현재 정치적으로 문제 될 게 없고 기술적인 문제만 남아 있기 때문에 미국이 검토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 표시를 어떻게 하느냐는 그동안 큰 논란을 빚어왔습니다. 원산지 표시에 따라 무역혜택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남한기업이 개성공단에서 생산한 제품을 남한에 다시 들여와 팔 경우 원산지는 남한으로 표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수입관세를 내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 수출할 경우 원산지 표시는 그 나라의 원산지 규정에 따라야 합니다.

남한산으로 표시되면 남한이 누리는 각종 무역혜택을 누릴 수 있지만, 북한산으로 표시되면 여러 가지 불이익을 받아서 수출이 어렵게 됩니다. 예를 들어 현재 북한산 제품은 미국시장에서 높은 관세가 매겨져 수입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팔리기 어렵습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이 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하지 않은데다 테러지원국으로 분류돼 있는 사실을 들어 이런 조치를 취하고 있습니다.

이런 장벽을 넘기 위해 남한 정부는 외국과 자유무역협정을 협상할 때 개성공단 제품을 남한산으로 표시하지는 못하더라도 남한산과 똑같은 관세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체결된 싱가포르와의 자유무역협정에서는 개성공단 제품이 남한을 통해 싱가포르에 수출될 경우 남한산 제품과 똑같은 특혜관세를 부여받기로 합의됐습니다.

스위스,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네 나라로 이뤄진 유럽자유무역연합(EFTA)과 작년에 맺은 자유무역협정에서도 비슷한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미국 국제경제연구소의 마커스 놀란드 박사는 남한과 싱가포르간의 합의는 두 나라간의 입장을 합리적으로 수용한 타협안이라면서, 미국정부도 같은 평가를 내릴 것으로 본다고 최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남한으로서는 개성공단 제품을 특혜관세 혜택을 받으며 수출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고, 싱가포르로서는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를 남한산으로 표기하지 않음으로써 개성공단 제품이 싱가포르를 거쳐 제3국에 재수출될 수 있다는 우려를 잠재웠다는 게 놀란드 박사의 설명입니다. 그는 그러나 싱가포르에 수출된 개성공단 제품이 미국을 비롯한 제3국에 불법으로 수출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런 우려를 반영하듯 동남아시아 국가연합(ASEAN)과의 협상에서는 남한측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리 개성공단 제품일지라도 북한영토에서 생산된 제품을 남한산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는 게 동남아시아 국가연합측의 입장입니다.

김연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