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보다 고통으로 가득찬 김정일 생일 잔치

0:00 / 0:00

워싱턴-이수경 lees@rfa.org

북한에서 2월 16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은 설날이나 추석보다 더 중요한 ‘민족 최대의 명절’로 여겨지며, 각분야 마다 요란한 행사가 잇따랐습니다. 북한을 나온 탈북자들은 당장 먹고 살기도 힘든데 해마다 엄청난 양의 행사 참여와 노력 동원을 강요받아야 하니 김정일의 생일만큼 고달픈 명절이 없다고 지적합니다.

kim_jung_il_bday_200.jpg
2007년 김정일 생일 잔치-평양 AFP photo by HO (HO/AFP)

올해 2월 18일은 대통령의 날이라고 해서 미국의 공휴일입니다. 미국은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과 노예 해방의 업적을 남긴 16대 대통령인 아브라함 링컨을 기리기 위해 매년 2월 세번째 월요일을 대통령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습니다.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살고 있는 탈북자 김영철(가명)씨는 모처럼 맞는 긴 연휴에 독서나 산책으로 휴식을 즐긴다고 말합니다.

“저같은 경우는 깁에서 책을 좀 보구여 북한보다 주변에 공원들이 많아서 공원에 나가서 소풍도 하면서 다음주에 할 일들을 구상해 봅니다. “

하지만 평양출신인 김영철씨가 북한에서도 공휴일을 이렇게 보냈던 것은 아닙니다. 특히 2월 16일과 같은 김정일 생일 날이면 집중되는 군중 동원으로 오히려 더 쉴틈이 없다고 증언합니다.

“평양시 주변은 군중 동원이 많아요. 군중 무용 집회등이 많구요. 사실 더 힘든 날입니다”

16일 조선중앙통신등, 북한의 관영 매체에 따르면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맞아 낮 최고 기온이 2도 밖에 되지 않는 추운날씨에 수만명의 인민들이 평양 김일성 광장 앞에서 모여 김 위원장의 생일을 경축하는 춤을 추었고 또 전국의 청소년 학생들은 김정일 위원장의 출생지로 알려진 ‘백두산 밀영’ 고향집을 방문하기 위해 양강도 혜산시 보천보 승리 기념탑 앞에서 부터 출발해 백두산 밀영까지 700여리를 일주일간 걸어가는 답사 행군도 했다고 합니다.

이같은 북한의 대대적인 김정일 생일 행사에 대해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는 탈북여성 윤수연씨는 평소 먹을 것이 없어 고생하고 있는 북한 인민들을 생각하면 김정일 위원장의 생일이라고 한겨울에 700리 도보 행군까지 강요받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합니다.

“그 사람의 생일에 대해서는 이제 잊었고 지금은 그때 추억만 생각나니까 저한테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차라리 제 생일이 더 소중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참 맹랑하고 허무하단 생각이 듭니다. 다른 평일날에는 사람이 굶어 죽던 상관 안하고 자기 생일을 잊지 말라고 배급도 주고 선물도 주면서 사람들한테 환심을 사는 것이잖아요.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

또 평양 출신 탈북자 박광일씨는 모처럼 맞는 공휴일에 쉬지도 못하고 각종 행사에 동원돼 고생해야 하는 북한에 있는 가족과 친구들 생각에 마음 아파합니다.

“아이고 또 숱한 사람들 고생 하겠네, 그런 생각 밖에 안합니다. 김정일의 생일이서 좋다기 보다 힘들어요. 김정일 생일이라고 마스 게임도 해야 하고 평양 시민들 경우에는 국가적인 행사도 진행해야 하고 국민들은 얼마다 피곤하겠어요”

통상 사회주의 국가에서 한 국가의 지도자가 생전에 본인의 생일을 명절로 지정하고 축하하는 예는 북한의 거의 유일합니다. 중국의 마오쩌뚱도 쿠바의 카스트로도 자신의 생일을 국경일로 정하지는 않았습니다. 과거 루마니아의 독재자 니콜라이 차우체스쿠가 자신과 부인 엘레나의 생일을 모두 국경일도 정하고 숭배했지만 결국 1989년 민중 봉기로 두사람 모두 처형된 바 있습니다.

정치범 수용소 출신 탈북자 김영순씨는 한 나라의 지도자가 자신의 생일을 민족 최대의 명절로 지정하고 온 국민으로 하여금 강제로 행사에 참여하는 것은 북한 주민들에 대한 인권 유린의 한 형태하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 최대의 민족 명절이라고 간주하는 216은 위정자들의 처세술인데 우리는 믿지도 않아요. 오직 김정일과 김일성만 우상화하고 그들의 생일을 축하하며 충성하는 것은 인권 유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