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언론 뒤집어보기: 북, 반미선전 들고나오는 이유

2008-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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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영

작년 말까지 핵프로그램을 신고하기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북한이 이번에는 "미국은 조선반도(한반도)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파탄시키고 긴장 격화와 전쟁을 불러오는 장본인"이라고 비난했습니다.

20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는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이 조선반도 주변에서 무력 증강에 광분하면서 대조선(북한) 압살 기도에 매진하고 있다"고 맞받아쳤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행동은 핵프로그램 신고를 하지 않아 초래될 국제적 압력에 대응하기 위한 구실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즉, "우리는 핵을 신고하고 싶은데 미국이 병력을 증강하니 못하겠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는 겁니다.

2.13 합의에 따르면 북한은 작년 말까지 핵 프로그램 목록을 신고하기로 미국과 약속했습니다. 핵 프로그램 신고는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핵 불능화(disablement·못쓰게 만드는 것) 다음에 실행해야 하는 2단계 실천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연말이 다가오면서 신고하겠다던 기존입장을 바꿔 또 시간 끌기에 진입했습니다.

왜 그럴 수밖에 없을까요? 핵은 북한에게 있어 전쟁용도 되지만, 협상용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한반도의 전쟁 위험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함으로써 더욱 짙어가고 있습니다. 핵을 보유하면서 남과 북 사이에는 불균형적인 군사적 비대칭이 초래됐습니다.

북한의 핵무장은 일본,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가들의 열띤 핵보유 경쟁을 야기시켰고,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주변 핵보유국들에게는 핵 도박을 할 수 있는 마당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사실이 이러한데도 북한은 미국에 책임을 넘기려고 광분하고 있습니다. 한반도 긴장을 격화시키고 거기서 나오는 어부지리를 먹고 사는 것이 현재 북한의 생존방식입니다. 북한의 입장에선 한국의 경제지원을 얻어내고 국제사회로부터 중유와 식량을 받아 내자면 어떻게 하든 핵문제가 복잡해야 합니다.

사실 한반도에 긴장이 고조되지 않으면 북한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관심이 멀어지고 그렇게 되면 북한은 자체로 먹고 살아가기가 어렵습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받아낼 때마다 핵 카드를 적절히 사용해왔습니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면 겉으로는 비핵화에 응하는 척하면서 나오다가 다시 드러눕는 ‘줄다리기’ 전술을 해왔습니다.

한국에 대고는 ‘우리 민족끼리’를 내세워 "같은 민족이니 좀 도우면서 살자" 는 식으로 매달리다가도 "전쟁이 난다"고 위협하기도 하지요. 북한은 지난 10년간 남한을 핵 인질로 잡고 지원물자를 뜯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북한은 반미선전을 주기적으로 극대화시키면서 주민들의 체제 불신을 미봉하는 책략으로 이용해왔습니다. 미국이라는 ‘증오의 대상’을 만들어야 체제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그쪽으로 향한다는 것입니다.

북한은 주민들에게 핵 보유에 대한 잘못된 메시지를 주었습니다. 북한은 ‘전쟁 억제력을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다"고 주민들을 기만했습니다.

오직 당국의 말만 들어야 하는 주민들은 이 소리를 곧이듣고 "우리가 핵무기를 가졌으니 미국도 무서워 덤벼들지 못한다"고 기뻐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들은 핵이 자기들의 안녕과 행복을 지켜주는 ‘효자무기’라고 착각하고 있지만, 그것이 먹고 사는 문제에 얼마나 큰 악영향을 주는지 잘 모르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북한의 핵 신고가 늦어지면서 받게 되는 불이익은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돌아갈 것입니다. 북한 지도층은 지금 자기 주민도 속이고, 국토도 버리고, 오직 핵만 들고 코너에 몰려 있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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