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수해 때 초상화·당원증 분실 주민 처벌

서울-문성휘 xallsl@rfa.org
2024.10.04
북, 수해 때 초상화·당원증 분실 주민 처벌 북한 살림집에 걸린 김부자 초상화.
/AFP

앵커: 북한 자강도 당국이 지난 여름 수해 당시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와 노동당원증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분실한 주민들을 처벌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문성휘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자강도 당국이 지난 7월 말 수해 당시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와 노동당원증을 챙기지 못한 사람들을 뒤늦게 조사하고 처벌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처벌 대상이 된 주민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복수의 자강도 현지 소식통들이 밝혔습니다.

 

자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1지난달 9, 도당 조직지도부와 선전선동부, 도 보위부가 합동으로 수해실태조사 그루빠(그룹)를 조직했다이들 그루빠는 큰물피해 당시 주민들이 집을 버리고 대피할 때 챙긴 재산들을 집중 조사했다고 전했습니다.

 

당시 주민들은 실태조사의 목적을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챙겨 나온 재산과 생필품의 가짓수에 이르기까지 솔직하게 전부 고백을 했다그때까지 주민들은 자신들의 솔직한 고백이 훗날 큰 화를 불러 오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자강도 강계시의 경우 폭우가 쏟아지던 727일 밤부터 28일 새벽 사이 북천과 남천의 물이 제방()을 넘어 수많은 살림집들이 파괴되었다남자들이 모두 모래주머니를 나르는데 동원되다 보니 집에는 여성들만 남아 겨우 재산 몇가지를 건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소식통은 “큰물 피해 직후 중앙에서 수재민들의 생활안정에 최선을 다하라고 지시했다아이들과 노인들은 평양에 보내 안정을 취하도록 하고, 남아있는 주민들에겐 식량과 생필품을 나누어 주고, 젖먹이 어린이들을 위해서는 생일잔치까지 베풀었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당시 일부 주민들이 상급 조직에 찾아가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를 구하지 못하고, 당원증을 챙기지 못했다고 고백했는데 상급조직들은 당에서 너그럽게 용서해 줄 것이라고 말했다때문에 주민들은 별일 없을 것으로 믿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렇게 너그럽게 용서할 것처럼 나오던 당국이 뒤늦게 실태조사 그루빠를 조직해 주민들을 처벌하고 있다는 것이 소식통의 얘기입니다.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뜻밖의 화재나 자연재해로 집을 버리게 될 경우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와 노동당원증을 최우선으로 챙길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초상화와 당원증을 챙기지 못하면 농촌으로 추방되거나 노동당에서 제명돼 평생 동안 불이익을 당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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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에서 김정일과 김일성의 초상화에 절하는 북한 주민들.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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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자강도의 또 다른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3도당에서 지난달 초에 조직한 수해실태조사 그루빠가 초상화와 당원증을 챙기지 못한 주민들을 처벌하고 있다특히 일반 주민이 아닌 당원들인 경우 강도 높은 처벌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큰물 피해 당시 아무 것도 챙기지 못하고 몸만 겨우 빠져나온 사람들은 초상화를 챙기지 못했다 해도 관대히 용서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텔레비죤(TV)을 비롯해 집안의 재산은 챙기면서 초상화를 챙기지 않은 사람들은 농촌으로 추방된다고 덧붙였습니다.

 

또 큰물 피해 당시 당원증을 챙기지 못한 (노동)당원들은 이유불문하고 강력히 처벌하고 있다당원증은 항상 몸에 착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습니다.

 

북한에서 노동당원증은 물에 빠져도 젖지 않게 여러 겹의 기름종이로 감싼 뒤 특별히 만든 주머니에 넣어 항상 몸에 착용하고 있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소식통은 “큰물 피해 당시 당원증을 분실하거나 챙기지 못한 일반 당원들은 기본 당원에서 후보 당원으로 강등시키고 있다당원증을 분실한 것이 일반 당원이 아닌 간부인 경우 출당조치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당원증을 챙기지 못한 당원들은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고 소식통은 덧붙였습니다.  

 

소식통은 “강계시 북문동 분주소(파출소)의 안전원 4명은 큰물 피해 당시 밤새 비상근무를 서느라 집에 들르지 못했다면서 이들은 폭우에 훼손될 수 있어 일부러 집안 깊숙한 곳에 당원증을 감춰 두었다가 분실하게 되었다며 출당 조치는 너무 과하다는 의견서를 작성해 수해실태조사 그루빠에 제출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소식통은 “큰물 피해 당시 모래주머니 나르기에 동원되었던 사람들도 사정은 비슷하다이미 후보당원으로 강등된 사람들도 억울함을 호소하는 신소 편지를 수해실태조사 그루빠에 보내고 있으나 실태조사 그루빠는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수해실태조사 그루빠가 자강도가 아닌 다른 수해지역에도 조직되었느냐는 질문에 소식통은 “아마 조직되었을 것이라고 예측하면서도 구체적인 확인은 못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문성휘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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