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ICBM 기지 공개 이어 동해선 방벽 설치 착수

서울-홍승욱 hongs@rfa.org
2024.10.24
북, ICBM 기지 공개 이어 동해선 방벽 설치 착수 미국의 상업위성인 ‘플래닛랩스’가 10월 23일에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폭파된 동해선 육로 앞으로 방벽을 설치하는 움직임이 식별된다.
/ Planet Labs, Analyzed by RFA

앵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운용 기지를 공개한 북한이 이번에는 폭파된 동해선 육로에 방벽을 설치하는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이른바 요새화와 직·간접적인 무력 시위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24일 한국 군에 따르면 북한은 폭파된 동해선 육로에서 방벽 구조물을 세우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15일 폭약으로 동해선과 경의선을 폭파한 뒤 잔해를 제거하고 땅을 다지는 작업을 해온 데 이어 동해선에서 구조물 설치 작업을 하는 모습이 감시장비 등에 포착된 것입니다.

 

이는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북측 지역 일대에서 지난 4월부터 벌여온 방벽 설치 작업 연장선으로, 전차의 이동과 군인·주민의 탈북을 막으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북한 군이 군사분계선(MDL) 내 불모지, 지뢰매설, 철조망 및 구조물 설치작업을 지속하고 있으며, 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북한 군의 의도에 대해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지속적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직 구조물 설치 작업 정황이 나타나지 않은 경의선 인근에서 조만간 비슷한 활동이 진행될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전날인 23일엔 북한 관영매체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미사일 기지 시찰 현장을 공개하는 등, 북한은 연일 강경한 태도로 대내·외적인 무력시위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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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한국군 CCTV에 잡힌 동해선 도로 폭파 장면.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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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내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남 강경론을 앞세운 ‘요새화와 미사일 시험 발사 및 우라늄 농축기지·미사일 기지 공개 등을 통한 직·간접적 도발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MDL 인근에서 이뤄지는 요새화는 이른바 적대적 두 국가론의 연장선 위에 있지만 방어적 성격을 띤다며 북한이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파병으로 인한 전력 공백을 우려해 미사일 기지 공개 등의 도발로 이를 메우려 한다고 진단했습니다.

 

특히 한국에는 핵무력을 앞세워 압도하려는 태도를, 미국을 향해선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아 비핵화 대신 핵군축 협상을 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자신들이 이제 핵 강국이라는 주장을 하면서 압도적인 우위에 있다는 대남 메시지가 있습니다. 두 번째는 대미 메시지인데, 자신들을 방치하면 계속해서 핵 능력을 고도화할 것이기 때문에 핵보유를 인정하는 핵군축 협상을 염두에 둔 다목적 포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북한이 ‘요새화를 꾸준히 진행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을 향한 핵무력 과시를 병행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박원곤 이화여자대학교 교수] 요새화와 관련해 최근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관련 작업들, 또 무인기를 앞세운 주장을 하면서 대남·대미 메시지는 잠재적 핵능력을 보여주는 메시지 발신, 이런 식으로 계속 진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박 교수는 북한이 한국과 미국 사이에서도 이른바 ‘갈라치기를 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한국을 향해서는 직접 공격할 수 있는 작전 계획과 일선 부대의 모습을 공개하면서 미사일 시험 발사까지 감행하는 반면, 미국에는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직접 보여주는 대신 간접적인 무력 시위를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박 교수는 그러면서 대선을 앞두고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정강에서 비핵화 관련 내용이 빠진 현 상황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이 북한의 의도일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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