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석 전 장관 “북, 통일 지향 안 해...‘남조선혁명’ 포기”

서울-홍승욱 hongs@rfa.org
202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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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석 전 장관 “북, 통일 지향 안 해...‘남조선혁명’ 포기”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이 지난달 13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국립외교원·통일연구원·국가안보전략연구원이 공동으로 주최한 학술회의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연합

앵커: 이종석 전 한국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개정 노동당 규약과 관련해 북한이 더는 통일을 지향하지 않고 있고 남조선 적화전략도 사실상 포기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2일 북한의 개정 노동당 규약과 관련해 기자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주최한 이종석 전 한국 통일부 장관.

이 전 장관은 이 자리에서 북한이 지난 1 8차 당대회에서 개정한 조선노동당 규약의 내용을 설명하며 북한이 통일을 지향한다는 것은 맞지 않고, ‘남조선 혁명도 포기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 전 장관에 따르면 기존 당 규약은 통일전선과 관련해, 우리민족끼리 힘을 합쳐 조국을 통일한다고 명시했지만 새로운 당 규약에서는 대남 인민연대를 상징하는 우리민족끼리라는 표현이 삭제됐습니다.

통일 시기와 관련한 문구도 기존의 ‘조국을 통일하고에서 조국의 평화통일을 앞당기고라는 보다 장기적인 전망을 뜻하는 표현으로 바뀌었습니다.

또 ‘민족의 공동번영이라는 남과 북의 공존을 강조하는 표현도 새로 실렸습니다.

통일 과업과 관련해서는 기존 당 규약의 ‘전국적 범위에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과업을 수행이라는 표현이 새 당 규약에서는 사라졌습니다.

이 전 장관은 이 같은 변화로 미뤄 북한의 대남 통일전선론이 약화됐고 규약에서는 남조선혁명론이 소멸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개정 당 규약에 미국과 일본에 대한 북한의 인식 변화가 반영돼 있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이 전 장관은 ‘남조선에 대한 미국의 정치군사적 지배를 종국적으로 청산하며라는 문구에서 종국적으로라는 표현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장기적인 영향력을 어느 정도 인정한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기존 규약에 있던 일본을 비난하는 표현이 삭제된 것은 향후 북일관계에 긍정적 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제기했습니다.

북한이 새 당 규약에서 총비서 바로 아래 제1비서 직함을 신설하고 그 역할을 조선노동당 총비서의 대리인이라고 명시한 것과 관련해서는 유사 상황에 대비해 수령체제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현재는 공석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인사 관련 내용을 대부분 투명하게 공개하는 북한의 최근 경향으로 볼 때 아직 관련 발표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이 전 장관은 그러면서 제1비서를 당대회 없이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선출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수령의 신상이 위급할 때 당대회라는 복잡한 절차 없이 신속히 선임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또 대리인인 제1비서는 후계자와 후계를 이어주는 인물까지 포함하는 것일 수 있으며 기본적으로 백두혈통만이 대리인이 될 수 있고, 김정은 총비서의 건강문제 발생 등 유사시 여동생인 김여정이 등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이번 개정을 통해 이른바 ‘김정은당 완성이 이뤄졌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이 전 장관은 개정 전후의 규약을 비교하며 김일성·김정일주의가 ‘지도적 지침에서 영원한 기치로 그 영향력이 희석됐다고 평가했습니다.

규약 내용이 일반적인 마르크스·레닌 정당 지도 원리로 많이 바뀌었고 수령, 김일성, 김정일 호명 횟수가 많이 줄었다며 김일성·김정일주의 형해화와 함께 과도한 개인숭배도 조절되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선군정치가 소멸하고 김정은 정권이 추구하는 인민대중제일주의 반영과 함께 경제 중심의 자원 배분에 집중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했다는 해석도 내놓았습니다.

새 당 규약에서는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이 ‘당중앙위원회 부서와 같은 권능을 가지고 사업한다는 내용이 삭제되는 등 군 총정치국의 위상이 중앙위원회 핵심 부서에서 그 아래 도당급 부서로 격하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입니다.

이 전 장관은 이와 관련해 “더는 조명록·황병서 같은 사실상의 국가권력 이인자인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이 나올 수 없게 된 것이라며 이는 곧 군 위상의 약화로 해석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새 당 규약상의 ‘1비서는 김여정이 아닌 조용원 당중앙위원회 조직비서 겸 당중앙위 정치국 상무위원이라는 분석도 제기됐습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여정이 백두혈통으로서 사실상 제2인자에 해당하는 영향력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공식적으로 당중앙위원회 비서에 선출된 바는 없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당중앙위원회 비서들은 당중앙위 정치국 위원이나 상무위원 지위를 갖고 있는데 김여정은 당중앙위 부부장으로서 정치국 후보위원 지위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정 센터장은 당중앙위 제1비서라는 직책은 총비서를 제외하고 비서들 중 가장 서열이 높은 직책이라며, 현재 북한의 비서들 가운데서는 조용원이 제1비서에 임명됐거나 향후 임명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김여정이 이 직책에 임명되려면 당중앙위 비서직과 정치국 위원 또는 상무위원직에 먼저 선출돼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정 센터장은 또 이번 제1비서 직책 신설을 후계문제와 연관 짓는 것은 지나친 해석일 수 있다며, 김정은 총비서가 후계자를 생각하기에는 너무 이른 30대이며 건강도 심각한 상태는 아니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이어 김 총비서가 자신의 대리인 역할을 수행할 직책을 신설한 것은 과도한 업무 부담을 줄이고 핵심적인 정책결정에만 집중하기 위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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