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한반도는 후순위...중동에 시선 쏠려”

앵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일정이 마무리된 가운데, 한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문제가 후순위로 밀렸을 것이란 진단을 내놓았습니다. 양국이 무역과 중동 사태 등에 논의를 집중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집권 1기였던 지난 2017년 11월 이후 약 9년 만에 중국 베이징을 찾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14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두 시간여에 걸친 정상회담을 갖는 등, 2박 3일 간의 방중 일정을 마치고 15일 귀국길에 올랐습니다.

방중 일정 마지막 날까지 회담 공동성명이나 합의문, 공동 기자회견 등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은 가운데, 한국 내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와 북핵 문제가 우선 순위 의제에 들지는 못한 것으로 진단했습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중국 측에서 한반도 문제가 논의됐다고 언급했지만, 이는 우크라이나와 중동 사태 등에 묶인 원론적인 수준에 그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박병광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중국이 한반도 문제가 논의됐다고 전한 것은 독립적인 의제가 아니라 우크라이나, 중동 사태와 한반도 문제 세 가지를 같이 언급한 것입니다. 추가 설명도 없고, 의미 있는 이야기도 오갔다고 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박 수석연구위원은 미중 정상회담에 앞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접촉한 중국 측이 북한에 대한 영향력 유지 차원에서 한반도 문제 논의 사실을 내보인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미중 간에 경제와 중동 사태, 대만 문제 등이 우선 과제로 놓여있는 만큼, 한반도 문제가 그에 앞서 논의되기는 어렵다는 진단을 내놓았습니다.

정재흥 세종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한반도 문제 관련해선 지금 미중 간에 뭔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습니다. 이란 문제, 대만 문제가 어느 정도 조율이 되고 미중 관계가 아주 좋아지지 않는 이상, 한반도 문제에 대해 미중이 뭔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도 “예상했던 결과”라며 “냉정하게 보면 미국이나 중국은 지금 한반도 상황을 국제 정세를 뒤흔들 만한 즉각적인 불안 요소로 보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이어 “이번 회담에서 한반도 문제가 부각되지 않았다는 점을 뼈아프게 봐야 한다”며 한국 스스로 존재감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유지훈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이 지금까지는 북한이라는 위협적인 존재 때문에 한반도에 고착된 외교·안보 개념을 갖고 있었다, 현 시점엔 한미동맹 현대화와 미국의 협력 대상으로서 역할 및 기여 측면에 있어서 역외 안보 현안에 어떤 역할과 기여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국가 안보 전략 등 큰 그림을 지금부터 빨리 구상해야 하는 단계라고 보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우선 순위 의제 가운데 하나인 대만 문제와 관련해선 미국이 이른바 ‘전략적 침묵’으로 대응한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박병광 수석연구위원은 양국이 각각 발표한 회담 결과에서 대만 문제 비중이 중동 사태에 비해 작았다는 점을 언급하며, 미국이 중국 측 공세에 확답을 주지 않음으로써 협상 주도권을 유지한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정재흥 선임연구위원은 중국이 미국에 “대만 문제를 자극하면 이번에 약속한 경제 협력이 중단될 것이란 경고를 날렸고, 이제 공은 미국 측으로 넘어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유지훈 연구위원은 “이란 문제 협조를 얻어야 하는 미국이 굳이 대만 문제를 꺼내 갈등을 빚을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며 실익 없는 마찰을 피한 것이란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앞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정상회담을 마친 뒤 ‘대만 문제를 논의했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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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국 국가주석
악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중국 국가주석 2026년 5월 1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 (AFP)

이란, 중동 사태 논의에 대해선 일단 표면적으로 공감대는 찾았지만, 실질적인 공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습니다.

박 수석연구위원은 “중동 사태에서 중국이 일정한 역할을 하기로 한 것은 미국 입장이 명확히 반영된 성과”라며 중국도 이를 미중 관계의 안정적인 관리 수단으로 활용하려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정 선임연구위원은 “구체적인 청사진이 없는 상태에서 단순히 ‘협력하자’는 원론적 수준의 합의”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고 평가했고, 유 연구위원도 “중국이 외교적 수사 이상의 실질적 해결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내다봤습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이 새로운 해법을 찾는 것 보다는 현상 유지와 갈등 억제에 집중했다는 데 대체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중을 계기로 성사 여부에 기대를 모았던 깜짝 미북 정상회담은 결국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홍승욱입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