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 최근 공개된 북한 내부 영상에서 이른바 '한류'의 영향으로 '자유민주주의'를 기치로 내건 신당 창건을 시도하려 했던 인사가 북한 당국에 의해 처벌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서울에서 목용재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 내에서 자유민주주의의 기치를 내걸고 당을 창건하려 했던 움직임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9일 한국 내 민간 북한 연구기관인 샌드연구소 영문뉴스레터의 북한 내부 영상에는 ‘자유민주주의체제’에 의한 새로운 당 창건을 시도하려 했던 인사가 북한 당국에 의해 처벌받았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북한의 중학교 교원으로 근무하던 ‘신태수’가 한국의 방송과 이른바 불순녹화물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사상적으로 변질돼 10여 명과 함께 국가전복을 시도했다는 내용입니다.
영상 :신가놈은 쩍하면 당에서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다고 불평불만을 부리던 끝에 이른바 자유민주주의체제에 의한 새로운 당을 창건하고 새정부를 세운다고 하면서 불순녹화물을 시청하는 과정에 알게 된 불순분자들과 국가전복 음모를 꾸미면서 미쳐 날뛰다가 인민의 준엄한 심판을 받았습니다.

영상에는 신태수가 수기로 작성한 당의 강령과 조직 원칙 일부도 담겨 있습니다.
조직 원칙 1조는 ‘조직에는 자유를 갈망하는 그 누구도 입당할 수 있다’, 2조는 새로 조직하는 당에는 상하 차별이 없다’고 적혀 있습니다. 당 강령 1조에는 ‘자유민주주의 체제’와 ‘당의 건설’이 언급돼 있고 2조는 ‘당은 지식인, 농민 등을 대표한다’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해당 영상에는 미국 달러를 대가로 북한 내부의 주요 문건, 자료, 정보들을 수집해 유출시키려 시도했던 사람들을 처벌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특히 도청 등을 통해 ‘혁명의 수뇌부’의 움직임까지 알아내려 했다는 내용도 담겨 있습니다.
영상 :한가놈을 비롯한 불순 적대분자들은 일단 기회가 조성되면 우리의 제도를 반대하는 소요와 함께 우리 혁명의 수뇌부까지 해치기 위한 반혁명적 음모를 꾸미고 그 실현을 위해 피를 물고 날뛰다가 군중들의 신고에 의해 적발, 체포됐습니다.
영상은 이 같은 범죄자들이 발생한 배경을 ‘불순선전물’과 ‘불순녹화물’로 꼽으며 “혁명의 수뇌부 결사옹위 정신을 녹여내고 혁명의 수뇌부에 절대적인 권위를 헐뜯는 악랄한 반혁명적 독소”라고 지적했습니다.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는 29일 자유아시아방송(RFA)과의 통화에서 “북한 당국이 은폐해야 하는 사안을 영상으로 공개하고 학습시켰다는 점이 주목된다”며 “외부문물로 변화된 북한 주민들의 생활 양식 때문에 역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이를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을 당국이 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최경희 샌드연구소 대표 :전체 영상의 요점은 외부 문화를 시청하거나 유포한 죄, 여기에 방점을 찍었다고 합니다. 외부의 사주를 받아서 정당을 만들었다는 것은 그 문화가 확산하게 되면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습니다.
이어 최 대표는 “영상에서 다뤄진 사건들이 일부 과장됐을 가능성이 있으나 현재 북한 사회의 현상이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한국 통일부는 29일 기자설명회에서 해당 영상과 관련해 이완된 북한 사회 분위기를 통제하기 위한 차원일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의 말입니다.
구병삼 한국 통일부 대변인 :북한 당국에서 취하고 있는 일련의 주민들을 통제하는 조치들, 반동문화사상배격법이라든지 평양문화어보호법이라든지, 그 다음에 작년 연말에 나왔던 어머니날 행사 때 사회통제를 청소년들, 자녀들에 대한 교육을 어머니들에게 강조했던 그러한 내용들을 보면 이 사회에 이완된 현상들을 강하게 통제하려는 그러한 현실적인 필요성이 있지 않나 추정하고 있습니다.
샌드연구소가 공개한 영상은 특정 도 단위의 간부와 주민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위해 지난 2021년 하반기 제작돼 2022년경 활용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