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북한 당국이 청년들을 대상으로 영화 '도라지꽃' 실효모임을조직하고 국가가 지정한 일터에서 헌신할 것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소식통들은 청년들을 힘들고 어려운 일터에 보내기 위한 일종의 포석이라고 해석합니다. 북한 내부소식 안창규 기자가 보도합니다.
1987년 창작된 북한 예술영화 ‘도라지꽃’은 많은 사람이 살기 어려워 도시로 떠난 깊은 산골 마을에 남아 고향을 발전시키기 위해 헌신하는 청년들을 다룬 영화입니다. 당대 최고의 인기 여배우 오미란이 주인공으로 출연한 작품으로 지금도 주민들 속에서 인기 있는 영화입니다.
함경북도 경원군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12일 “지난주 군 청년동맹위원회가 읍내 청년들을 대상으로 예술영화 ‘도라지꽃’ 실효모임을 조직했다”며 “단체로 영화를 관람한 후 진행된 실효모임의 핵심은 영화의 주인공처럼 자기가 태어난 고향과 조국의 번영에 노력적으로 기여하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특히 모임에서 “장군님을 굳게 믿고 당이 맡겨준 혁명 초소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애국심을 발휘하라고 강조했다”고 전했습니다.
북한에서 ‘당이맡겨준혁명초소’라는것은국가가개인에게지정한직업을비유하는말로국가가정해준일터에서맡겨진일을성실히수행할것을청년들에게강조한것으로풀이할수있습니다.
또영화를본뒤영화주인공이나영화내용을현실과비교해실천을토론하는실효모임은고난의행군이전에활발히진행됐으나이후한동안열리지않았다가최근부활한것으로보입니다.
소식통은 “모임에서는 일부 청년들이 나서 자란 고향과 일터, 조국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혁명 초소를 기피하는 문제가 지적되었다”며 “대표적 사례로 당이 바라는 어렵고 힘든 초소가 아니라 먹을 알이 있거나 편안한 직업을 바라는 개인 이기주의가 비판됐다”고 밝혔습니다.
또 “학습회에서는 30년, 40년씩 한 초소(일터)에서 오랫동안 묵묵히 일해온 숨은 공로자들이 소개됐고 이들처럼 당이 맡겨준 초소에서 조국을 위해 피와 땀을 바치겠다는 숭고한 인생관을 가질 데 대한 내용이 강조됐다”고 말했습니다.
소식통은 이런 학습회 내용은 “당국이 청년들에게 탄광, 광산, 목장, 농장 등 어렵고 힘든 부문에 적극 지원하라고 몇 년째 강요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며 “그 정당성을 주장하기 위해 고향과 조국에 대한 헌신을 강조하는 것 같다”고 추측했습니다.
같은 날 함경남도 단천시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도 “최근 당국이 노동당에 대한 충성과 함께 국가에 대한 헌신과 애국을 강요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단천에서도 9월초청년동맹에서예술영화 ‘도라지꽃’에 대한 실효모임이 진행되었다”며 “실효모임에서는 영화의 주인공처럼 맡겨진 일터에서 조국을 위해 피와 땀, (심)지어 목숨도 서슴없이 바치는 인생관을 가질 데 대한 문제가 강조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소식통은 “요즘 당국이 청년들에게 고향과 일터, 조국을 사랑하고 헌신할 데 대해 부쩍 독려하고 있다”며 특히 “고향과 조국을 위해 뭐든 자기 노력이 깃든 창조물을 많이 남기는 사람이 애국자라며 청년 시절에 더 많은 일을 하라고 강조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이런 분위기는 “당국의 강요로 탄광, 광산 등에 진출했던 청년들이 어려운 생활과 높은 강도의 노동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쳐 오는 것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며 “단천시에서만 험지에 자원했다 도망쳐 온 청년이 10명 넘는다고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청년들이 아는 사람 하나 없는 외지에서 누구나 꺼리는 제일 험하고 힘든 노동에 내몰렸다고 하는데 아무리 건장한 청년이라 해도 며칠이나 견딜 수 있겠는가”고 반문하면서 “청년들에게 주는 것은 하나 없이 땀과 청춘, 심지어 목숨까지 바치라는 당국의 애국심 강요는 해도 해도 너무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에디터 이현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