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파병 북한군 사상자 증가 소식에 주민 동요 가능성”
2025.01.10
앵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된 북한군 사상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이 북한 내부에 전해질 경우 북한 주민들이 동요할 가능성이 있다는 전문가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북한 당국이 파병 정당화 논리를 만드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한도형 기자가 보도합니다.
동국대학교 북한학연구소가 10일 서울에서 주최한 2025 신년 포럼.
발제에 나선 황진태 동국대 교수는 “북한 당국은 현재까지 북한 주민들에게 파병 사실을 알리지 않고 있다”며 북한 당국이 군사 파병을 논리적으로 정당화하는 데 있어 어려움을 느낄 것이라고 추측했습니다.
북한 노동신문이 지난해 7월 23일 일본의 필리핀 해외 파병 가능성에 대한 비판 기사를 싣고, 지난 4일 세네갈 대통령이 모든 외국군 주둔을 종식시키겠다고 선포한 것을 보도하는 등 북한은 그동안 ‘자주외교’ 입장에서 외국 군 파병을 주권 침해로 비판해왔는데, 이제 와서 러시아 군 파병을 정당화할 논리가 궁색하다는 설명입니다.
이어 황 교수는 북한 당국이 향후 북한 주민들에게 파병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미국을 적대시하는) 반제자주의 논리로 합리화를 시도하더라도, 많은 파병군 사상자 소식이 알려진 상황이라면 내세운 명분이 힘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황 교수는 “앞으로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사상자가 더욱 늘어나고, 파병 사실이 북한 내부에 알려질 경우 주민 동요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향후 러시아 군 파병이라는 중요한 사건을 오랫동안 주민들에게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한 사회적 공분이 표출될 수 있고, 이는 “김정은 정권의 지배이념인 인민대중제일주의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러시아에 파병된 북한군 사상자 추정치는 시간이 지나며 점점 불어나는 모습으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독일 현지시간으로 9일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에서 지금까지 약 4,000명의 북한군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황진태 교수의 말입니다.
[황진태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늘어나는 사망자가 북한 사회 일반 주민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굉장히 동요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정확한 설명도 지금 없는 상황에서요. 향후 파병 사실을 인정하게 될 경우에도 아마도 반제자주를 끌어와 억지로 붙여 이야기를 할 것 같습니다. 다만 그때는 더 많은 사망자가 늘어났을 것이고 명분은 오히려 더 형해화될 확률이 매우 높다는 부분이 있고요.
<관련 기사>
이날 또 다른 발제자인 김수정 산업연구원(KIET) 부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의 경제가 L자형 침체 상태에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L자형 침체는 경기가 침체된 이후 뚜렷한 회복의 기미 없이 장기간 저점 상태에 머무르는 경제 상태를 의미합니다.
김 부연구위원은 “북한 경제가 더 하강하지 않는 이유는 북한 당국 주도의 건설사업 등 대규모 사업 때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김 부연구위원은 현재 북한 당국이 힘을 쏟는 건설사업, 지역 공업설비 설치 등의 경제성장 기여도가 점점 하락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김 부연구위원은 북한이 앞으로도 경제 성장을 이어가려면 새로운 성장 동력이 필요하고 북한 당국도 이를 알고 있을 것이라며, 향후 북한이 중국, 러시아와의 협력을 통해 돌파구를 모색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김수정 산업연구원(KIET) 부연구위원] 현재 북한의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것은 건설이거든요. 그리고 기관 공업 부문에 대한 대대적인 설비 투자인데 점점 그 기여도는 떨어져요. 2025년까지는 버텨도 그 이후에는 북한 경제가 한계에 다다를 수도 있다고 일단 보고 있습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돌파구를 모색하지 않을까 전망합니다.
이밖에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책임연구위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미북 협상 자체는 성사될 가능성이 있지만 “실질적인 성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습니다.
최 책임연구위원은 미국과 북한이 “의제 선정에도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고 “합의 도출을 기대하기에는 2기 트럼프 행정부의 시간이 너무 짧은 것이 현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INSS) 책임연구위원] 트럼프는 ‘난 바이든과 달라’라는 걸 보여주는 것, 또 김정은 입장에서는 ‘내가 만나고 싶으면 누구든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사람이야’라는 것을 과시할 수 있는 것 외에 구조적인 변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도형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