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내 북 수재민들 고통 토로
2024.11.06
앵커: 평양에서 생활하고 있는 북한 수재민들이 최근 객지 생활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소식, 김지은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7월 말, 북한 김정은 총비서는 수해가 발생하자 북부 국경일대의 수재민 약 1만 5천명을 평양에 데려다 수해복구가 끝날 때까지 돌보겠다고 선언했습니다. 하지만 집을 떠나 몇 달째 평양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노인들에겐 더 없는 고통이라는 지적입니다.
평안북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3일 “큰물피해를 입고 평양에 간 일부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대부분의 노인들이 집으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실정”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평양으로 간 수재민 중 일부는 평양 견학을 마치고 돌아가 수해복구에 동원되었다”면서 “하지만 출산을 앞둔 임산부나 고아들, 60대 이상의 노인들과 복구 기간에 평양에서 공부하려는 일부 학생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하지만 수해복구가 늦어지면서 단체로 집단생활을 하던 일부 노인들 속에서 피로감이 표출되고 있다”면서 “난생 처음 당의 배려로 평양에 갔을 때에는 어리둥절하여 미처 몰랐는데 수개월째 통제를 받는 과정에서 진절머리를 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어 “노인들은 그동안 평양시내와 교외를 돌며 혁명사적관, 혁명역사 박물관, 만경대 등을 방문해 혁명역사 사상교양을 집중적으로 받았다”면서 “게다가 견학이 조직되면 노인들은 이른 아침부터 관리성원들이 통제를 받으며 견학행사에 내몰리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하지만 노인들은 평양에서 세끼 식사 외에는 별로 먹을 것이 없어 매일 배고픔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단지 촬영할 때만 음식과 간식을 요란하게 차려 놓는 데 촬영이 끝날 때까지 아무도 먹을 것을 입에 넣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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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자강도의 한 주민 소식통(신변안전 위해 익명요청)은 같은 날 “요즘 평양에서 임시 체류 중인 수재민 노인들이 강도높은 집단생활에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면서 “당국의 엄격한 통제와 규율 때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에 전했습니다.
소식통은 “현재 평양에 있는 대부분의 수재민들은 운신이 가능한 60대 이상의 노인들과 학생(고아 포함), 임산부들”이라면서 “수재민들은 매일 최소한의 식사를 제공받으며 엄격한 통제속에 사상교양학습에 내몰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일부 수재민들은 자녀들이 보낸 돈으로 간식을 사서 영양을 보충하지만 대부분 당에서 공급하는 것으로 견디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하지만 그들은 자녀들과 통화할 때면 원수님의 배려로 잘 먹고 잘 지낸다고 말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평양의 수재민들은 집단생활을 한다는 이유로 손전화(휴대폰)를 사용할 수 없게 했다”면서 “가족에게 전화하려면 공동전화를 이용해야 하는데 대부분의 주민들은 도청을 의식해 ‘하늘같은 원수님 사랑’, ‘바다같은 당의 은덕’을 읊조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부 수재민들은 통화의 첫 마디가 살림집이 언제면 완공되냐는 것”이라면서 “평양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사상선전을 위한 행사 일정에 내몰리고 있는 노인들은 눈이 내리기 전에 하루 빨리 집에 돌아갈 날을 고대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지난 2일 “평양에 올라온 수재민들이 금수산 태양궁전, 능라인민유원지, 송도원 국제소년단 야영소, 만경대소년단 야영소 등을 방문했다며 평양체류의 나날은 행복과 기쁨으로 연일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서울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김지은입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편집 이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