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무력통일노선’ 전환, 핵국가 인정 받으려는 것”

0:00 / 0:00

앵커 :북한이 당 전원회의에서 대남 무력통일노선을 선언한 것은 미국 등을 상대로 핵보유국 지위를 획득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비핵화 대신 '핵군축론'을 끌어내는 게 최종 목표라는 설명입니다. 서울에서 홍승욱 기자가 보도합니다.

한국의 국책연구기관 통일연구원의 오경섭 기획조정실장이 3일 ‘김정은 정권의 대남·통일노선 전환의도와 대응’을 주제로 내놓은 보고서.

오 실장은 북한이 지난달 말 당 전원회의를 통해 대남 노선을 이른바 ‘무력통일노선’으로 전환했다며, 그 배경엔 미국으로부터 ‘핵국가’로 승인 받으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에 따르면 북한의 핵보유국 지위 획득 전략은 단계적으로 이뤄지는데 핵무기 대량생산과 실전배치,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메시지 발신, 최종적으로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핵군축론’이나 ‘핵비확산론’ 의제화를 목표로 할 것이란 설명입니다.

미국이 핵군축론과 핵비확산론을 꺼낸다면 북한으로선 핵보유국으로 승인 받는 것이나 마찬가지인데, 그 가능성은 북한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과 무력 충돌을 일으켜 정세를 불안하게 할 수록 커진다는 것입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 :한반도 정세가 불안해질수록 미국이나 한국이 북한을 관리할 필요성과 핵군축론 내지는 핵비확산론을 꺼낼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한미 측의 양보를 받아내기 위해서 남북관계를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끌어올리겠다고 예고하는 것으로 분석할 수 있습니다.

오 실장은 북한의 노선 전환에 핵무력 건설 노선에 대한 내부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도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김정은 당 총비서가 지적한 경제일꾼들의 ‘패배주의’와 ‘기술신비주의’는 자력갱생 노선에 대한 이들의 불만을 가리키는 것으로, 이를 무마하고 핵무력 건설 정당화와 내부 결속을 위해 강경 노선을 내세웠을 것이란 설명입니다.

또 북한 내에서 커지고 있는 ‘한류’의 영향도 이번 노선 전환의 이유로 진단했는데, 주민들의 한국에 대한 동경과 추종을 근절하고 체제 위협 요인인 한류를 강력하게 통제하기 위해 남북 관계를 교전국 관계로 규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오경섭 통일연구원 기획조정실장 :지금 북한 내부에서 한류가 대대적으로 확산되면서 간부나 인민들의 의식에 상당한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이들이 한국을 동경하거나 추종하면서 '친남한적' 사고가 만연해지고 한국이 적이라는 생각도 무뎌지고 있습니다.

앞서 북한은 반동사상문화배격법과 평양문화어보호법 등을 제정한 바 있고, 이는 한국 문화의 유입과 확산을 막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 바 있습니다.

오 실장은 이 같은 북한의 노선 전환에 대비해 한국 정부가 미국과 공조해 강력한 핵 억제 방안을 마련하고, 북한의 군사도발 사례별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또 한미, 한미일 협력체를 통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확인하고 동맹국 및 우방국과의 정상회담에서도 이러한 원칙을 명시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의 대적·대외사업 부문이 무력 통일을 준비하기 위해 공세적인 대남공작과 정보수집을 진행할 것인 만큼, 한국 정보기관과 경찰은 대공 수사 역량을 대폭 강화해야 하며 정부는 북한 주민을 대상으로 자유민주적 통일 정책의 기본 입장을 홍보해야 한다는 방안도 내놓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과 러시아 간 인적 교류가 점차 지속·확대되면서 새해엔 북한 노동자의 러시아 파견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됐습니다.

김다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국책연구기관 KDI가 내놓은 ‘북한경제리뷰’에서 “러시아는 전쟁으로 인해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고, 북한은 제재를 회피해 외화를 벌고자 하는 상황”으로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며 이같이 내다봤습니다.

이어 북한이 지난해 8월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해외 파견 노동자 송환을 허용했는데, 코로나로 인한 체류연장 구실이 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신규 파견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대북제재 등으로 경제난, 외화 부족을 겪고 있는 북한이 암호화폐 탈취 등과 함께 노동자 해외 파견을 시도할 것이란 분석은 앞서 여러 차례 제기된 바 있습니다.

이해정 현대경제연구원 통일경제센터장 (2일 '2024년 북한 신년메시지 분석과 정세전망' 토론회): 북한이 다양한 방식의 노동자 송출을 고민하고 있는데 이 역시 제재와 압박에 대응하기 위한 중국과 러시아를 이 제재 회피 수단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김 부연구위원은 다만 중국은 공식적으로는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서 이탈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는 만큼, 북한과의 인적교류를 재개한다 해도 노동자 파견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 웹팀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