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평창올림픽 후 미북관계 개선 불투명”
2018.02.27

앵커: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한 간 이례적인 비핵화와 미북대화에 관한 논의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서방세계의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여전히 의미 있는 미북대화의 실현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양희정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의 켄 고스 국제관계국장은 평창 동계올림픽에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등 북한대표단이 참석하면서 향후 미북대화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데 대해 ‘가능성은 반반’ 이라고 말했습니다.
남북이 올림픽 이후에도 관계 개선과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해 계속 노력하기로 합의하면서 이제 ‘공은 미국에 넘겨졌다’고 고스 국장은 주장했습니다.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의 제안처럼 북한은 비핵화를 논의할 용의가 있어야 하고, 미국 또한 대화의 전제조건 기준을 낮추어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고스 국장은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비핵화를 최우선으로(front and center) 두지 않는 대화에 나서려 하지 않고, 북한도 여전히 미국이 내세우는 비핵화 조건에 굴복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으려 하고 있다고 고스 국장은 지적했습니다.
미국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렉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외교 전문가들도 비핵화 논의가 없는 미북대화는 미북관계 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 외교전문가들은 조건 없는 예비회담을 고려해 볼 수도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조셉) 디트라니 전 6자회담 미국 차석대사가 앞선 언론기고문에서 밝힌 것처럼 핵 문제를 논의하지 않는 한 대화의 의미가 없습니다.
디트라니 차석대사는 이달 초 워싱턴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평창 올림픽을 계기로 미북대화가 열리게 된다면 미국과 한국 등은 6자회담을 통해 이끌어 낸 2005년 9·19공동성명을 바탕으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위한 협상을 재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미북대화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가 정치·안보에 뒷전으로 밀리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호주 즉 오스트랄리아 국립대학의 러시아 출신 전문가 레오니드 페트로프(Leonid Petrov) 박사는 미북대화 가능성은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른바 뉴욕채널로 알려진 유엔주재 북한대표부를 통해 미북 간 소통을 유지해 온 조셉 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의 은퇴 등은 미국이 당분간 북한과 대화하지 않을 것이란 그의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페트로프 박사는 말했습니다. 더구나 평창 동계올림픽으로 미뤄온 한미연합훈련의 재개 시기가 이르면 이를수록 북한은 추가 핵실험 등 거센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스웨덴 즉 스웨리예 안보개발정책연구소(ISDP: Institute for Security and Development Policy)의 이상수 연구원도 미북 간 간극이 여전히 큰 것 같다며 의미 있는 고위급 미북대화는 어려울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이 연구원: 심각한, 의미 있는 대화나 높은 레벨에서는 힘들 것 같구요. 트랙투 레벨에서는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북한 측에서 타협할 기미를 보이는 것 같다면서 조만간 미북 간 탐색적 대화는 이뤄질 수도 있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전망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