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김 씨는 일각에서 제기된 대한항공이 폭파된 사건의 조작설로 다시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압력을 받으면서 최근 몇 년 동안 가족과 함께 도피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와 관련해 김 씨의 자서전 '이젠 여자가 되고 싶어요'를 대필한 소설가 노수민 (58) 씨는 김현희 씨는 남한에서 조작된 인물이 아니고 북한에서 내려온 인물이 틀림없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통신, 이 시간에는 김 씨의 자서전을 대필한 작가, 노수민 씨에게 자세한 얘기를 들어보겠습니다.
문:
김현희 씨의 자서전 ‘이젠 여자가 되고 싶어요’를 대필해 주셨던 계기는 무엇입니까?
답:
안기부 수사관들이 저를 찾아왔습니다. 안기부가 여러 작가들 가운데 저를 선정한 것입니다.
문:
김현희 씨를 만난 첫 인상은 ?
답:
처음에 책을 쓰기로 했을 때 김현희 씨의 자서전을 쓰는 일이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나중에 대한항공 폭파범인 김현희 씨의 자서전이라고 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과연 테러리스트의 글을 미화해서 써도 될까 망설였는데 김 씨를 만난 후에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만나보니까 테러리스트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단아하고 조신하게 느껴졌고 인간적인 매력이 있었습니다.
문:
인간 김현희 씨에 대한 것은 그동안 알려진 바가 거의 없습니다. 작가님이 직접 만나보신 김현희 씨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답:
북한의 지령을 받고 테러를 저문렀지만 김 씨를 개인적으로 보면 책임감이 강하고 남에게 작은 피해도 끼치지 않으려 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우리가 ‘공 테이프’라고 불렀을 정도로 외우는 일을 잘 했고 누구도 따라 갈 수 없을 정도로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문:
한국 사회의 일각에서는 1987년 일어났던 대한항공 폭파 사건이 조작이었다는 논란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김 씨를 둘러싼 조작 논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답:
제가 대한항공 폭파 사건의 조작 여부를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김현희 씨가 남한에서 조작된 인물인가 아니면 북한에서 온 공작원인가라고 물으면 그것은 확실히 대답할 수 있습니다. 김 씨를 일주일에 두 번씩 3년 동안 만나면서 소소한 그의 행동을 통해 그가 남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예를 들어 김 씨는 백화점 쇼핑백을 모으고 있었습니다. 하루는 제가 서류를 넣을 쇼핑백 하나를 달라고 하니까 김 씨는 예쁜 모양의 쇼핑백을 아까와하며 한참을 같은 모양의 쇼핑백을 찾았습니다.
또 한번은 같이 공중 목욕탕을 갔습니다. 김 씨랑 둘이서 목욕을 하게 됐는데 제가 탕 속에 들어가니까 김 씨가 탕에 들어가도 되는 것이냐며 당황해 했습니다. 또 포장마차에 우동을 먹으러 들어갔다가 제가 소주를 한 병 달라고 했더니 포장마차에서 술도 파는 거냐고 물었습니다. 그 모습은 연기가 아닌 갑자기 돌발적으로 나온 행동이었기 때문에 절대로 김 씨가 남한에서 조작된 인물이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문:
김현희 씨의 자서전 제목이 ‘이제는 여자가 되고 싶어요’입니다. 사실 한 사람의 여자로 보면 북한의 공작원이었던 김현희 씨의 삶이 평탄하지는 않았습니다. 김 씨는 스스로 자신의 삶을 어떻게 생각했습니까?
답:
워낙 표현을 안하고 내색하지 않는 사람이니까 행복하다 불행하다라고 표현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죽고 싶을 정도로 스스로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오히려 지금은 많이 힘들어 하는 것 같습니다. 김 씨가 최근 쓴 편지를 언론을 통해 봤습니다. 제가 그 편지를 보고 언론하고 인터뷰를 하기로 처음 마음을 먹었습니다. 김 씨가 너무 힘들어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사실 대필한 것이 자랑도 아니고 내내 숨겨져 왔던 사실인데 김 씨의 편지를 읽고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작가의 양심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문:
노수민 작가님은 등단한 지 벌써 30년이 되셨는데요. 최근 신작 ‘울 엄마교’ 를 발표하셨습니다. 어떤 작품인가요?
답:
‘우리 엄마 종교’ 란 뜻입니다. 경제 위기가 닥쳐서 앞이 암담하고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때 그래도 엄마만은 자식을 버리지 않습니다. 그래서 믿을 사람은 엄마밖에 없다는 뜻으로 10명의 엄마를 등장시켜서 소설을 썼습니다.
문: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
답:
엄마라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사람입니다. 그 엄마를 생각하면 자신을 쉽게 포기할 수 없습니다. 늘 엄마를 기억하고 희망을 가지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