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모바일 북한’ 김연호입니다. 오늘의 주제는 ‘김책공대의 대리학습 방지기술’입니다.
김책공업종합대학이 최근에 대리학습 방지를 위한 새로운 얼굴대조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습니다. 교실에 교원과 학생이 함께 모여서 수업을 진행하는 대면 수업에서는 이런 기술이 특별히 필요 없겠죠. 평소에 교원이 학생의 얼굴과 이름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사정까지 알 수 있기 때문에 대리학습은 꿈도 꾸지 못할 겁니다. 1백여 명이 함께 수강하는 수업이면 가능할까요? 이것도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김책공대가 발표한 대리학습 방지 기술은 대면 수업이 아니라 전자학습에 적용되는 기술입니다.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교원과 학생이 같은 공간이 있지 않고 서로 멀리 떨어져 있으면서도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됐는데요, 이런 전자학습에서는 교원이 학습과정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없게 때문에 학생들이 눈속임을 한다는 겁니다. 사용자 이름과 암호만 입력하면 학생 본인으로 인증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이 대신 접속해서 출석한 것처럼 속일 수 있고, 강의가 끝나기도 전에 자리를 뜨더라도 눈에 띄지 않습니다.
김책공대가 전자학습이라고 일반화해서 설명하고 있는데, 2006년 북한 최초의 전자도서관을 건립한 뒤 2010년 원격교육대학을 출범시킨 대학이 바로 김책공대입니다. 원격교육대학 재학생 수도 정규 재학생의 두 배가 넘는 2만 4천 명에 달한다고 김책공대는 밝히고 있는데요, 20년 가까이 원격교육을 운영하면서 학생들의 눈속임이 많다는 걸 파악하고 이걸 기술적으로 해결하려고 김책공대가 그동안 고민을 많이 했나 봅니다.
원격교육 과정을 남이 대신 이수해 준다면 가짜 졸업생이 배출될 수 있고, 이게 공공연한 비밀로 널리 퍼진다면 북한 최고의 원격교육대학으로 알려진 김책공대의 위신과 신뢰도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노동계급을 우선 대상으로 신속하게 전민과학기술인재화를 이룬다는 북한 당국의 정책에도 금이 가게 됩니다. 교원들이 애써 만든 학습자료들이 실제 학생이 아닌 사람들 손에 들어가면 김책공대 소유의 지적재산권에도 피해가 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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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방지하기 위해서 얼굴인식, 음성인식, 지문인식 같은 생체인증 기술을 활용해서 사용자 확인을 하고 있는데, 사용자 가입, 강의 시작, 시험 시작단계에서만 이뤄지고 있어서 이 때만 잘 넘기면 나머지 시간에는 다른 사람이 대리학습을 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김책공대가 이번에 새로 개발했다는 기술은 학습과정에서도 학생들이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수시로 얼굴대조를 할 수 있게 해 줍니다. 학습과정을 중단시키지 않으면서도 조용히 대리학습 여부를 적발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미국과 한국에서도 전자학습이 널리 보급되면서 비슷한 고민을 했습니다. 그래서 얼굴인식, 음성인증, 지문 인식, 자판 입력 행태를 분석해서 대리학습과 부정행위를 방지하고 있습니다. 카메라와 마이크를 이용한 실시간 감시, 인공지능을 이용한 학습행태 분석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부정행위가 적발되면 0점 처리, 학점 취소, 정학 또는 퇴학조치를 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인정보보호법의 테두리 안에서 부정행위 방지조치를 해야 합니다. 학생들의 사생활이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으면 오히려 학교가 법적 책임을 져야 합니다. 북한은 원격교육법에서 부정행위가 범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면 형사적 책임을 지운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 시간까지 안녕히 계십시오.
에디터 박정우, 웹편집 김상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