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진단 한반도] 북, 대미협상 대비 ‘교환품목’ 준비 중

여러분 안녕하세요. ‘시사진단 한반도’ 시간입니다. 저는 진행을 맡은 목용재입니다. 북한이 이번주 탄도미사일 발사와 함께 핵추진 잠수함 건조 현장을 공개했습니다.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반발 성격이 큰 것으로 보이는데요. 오늘은 이와 관련해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진행자] 한국과 미국이 자유의 방패, FS 훈련에 돌입했는데요. 먼저 이 소식부터 정리해주시죠.

[김성렬] 한·미가 올해 전반기 실기동 야외훈련(FTX) 횟수를 지난해보다 대폭 늘리기로 한 가운데 한·미 연합연습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한·미 군 당국은 “10일부터 20일까지 ‘자유의 방패(Freedom Shield·FS)’ 연합연습을 시행한다”고 밝혔습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연합연습은 1·2부로 구성되는데 1부는 10~14일, 2부는 16~20일 각각 진행됩니다. 앞서 한·미는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자유의 방패의 사전 연습 격인 위기관리연습(CMX)을 진행했습니다. 지난달 20일 B-1B 전략폭격기의 한반도 연합 공중훈련, 지난 2일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함(CVN-70)의 부산 입항도 사전 연습에 해당됩니다. 군 관계자는 “어수선한 시기 오히려 강도 높은 훈련을 진행하는 건 북한을 향해 ‘오판하지 마라’는 메시지도 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군 당국은 “러·북 군사협력과 각종 무력분쟁 분석을 통해 도출된 북한 군의 전략 및 전술, 전력 변화 등 현실적인 위협을 시나리오에 반영해 한·미 동맹의 연합방위태세와 대응능력을 제고하겠다”고 강조하며 “드론 공격, GPS 교란, 테러, 사이버 공격 등 전술적 변화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말했습니다. 군 당국은 자유의 방패 연습 기간 북한이 미사일 발사 등 무력 도발로 반발할 수 있다고 보고 유사시 가용할 수 있는 자산을 투입해 즉각 상응하는 조치를 취한다는 입장입니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도발한다면 한·미 동맹의 압도적 능력으로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 단거리 미사일 지속 발사 전망

[진행자] 그런데 북한이 FS 훈련이 시작된 지난 10일 탄도미사일을 발사했습니다. 북한의 의도, 한미연합연습에 대한 반발 성격으로 봐야 할까요? 어떻게 보십니까?

[김성렬] 합동참모본부는 10일 오후 1시 50분쯤 북한 황해도 내륙에서 서해 방향으로 발사된 미상의 탄도미사일 수 발을 포착했다고 밝혔습니다. 합참은 국방부 기자단에 발송한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 군은 감시 및 경계를 강화했고, 한-미 간 긴밀하게 공조하면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날 북한이 황해북도 황주 인근에서 발사한 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60∼100km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합참은 “근거리탄도미사일(CRBM)을 발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근거리탄도미사일은 사거리 300km 이하의 미사일을 말합니다.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 1월 14일 이후 약 두 달 만이며, 지난 1월 20일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이후로는 처음입니다. 두 가지 측면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보입니다. 첫째는 한·미 자유의 방패 연합연습에 맞서 도발을 감행한 것입니다. 1976년에 한·미 합동군사훈련이 실시된 이후 북한은 실제로 위협을 느끼며 군사적 도발로 상응조치를 취해 왔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군사비용이 증가하자 남북 정상회담에서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죠. 두번째는 2022년에 제정된 ‘핵 무력법’에 근거하여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전술핵’ 기술의 고도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전술핵은 단거리미사일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의 전략자산이 배치되어 있는 괌을 사정권에 두고 있습니다.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시험발사는 향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합니다.

지난 1월 6일 북한이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모습
북한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 지난 1월 6일 북한이 신형 극초음속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하는 모습 (연합)

핵 잠수함 등 ‘전략무기’, 대미 협상용

[진행자] 여기에 더해서 북한은 지난 8일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핵동력 잠수함 건조 실태를 파악했다고 보도하면서 현장 사진도 공개했는데요. 북한의 의도, 뭐라고 봐야 할까요?

[김성렬]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당 8차 대회 결정에 따라 추진되는 핵동력 전략유도탄 잠수함 건조 실태”를 현지에서 살피며 “해군 무력의 정예화, 핵무장화”를 강조했다고 지난 8일 노동신문이 보도했습니다. 김정은 총비서는 “동서 양면이 바다인 우리 나라에서 해양주권은 국권의 핵심”이라며 “적대세력들의 악습화된 ‘포함외교’를 제압하는 핵강국의 강위력한 억제력으로서의 사명을 수행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노동신문이 전했습니다. 김 총비서는 지난 2023년 9월 6일엔 ‘김군옥영웅호’라 불린 “첫 전술핵공격잠수함 제841호 진수식”에 참석해 “해군의 기존 중형 잠수함들을 공격형으로 개조하려는 전술핵잠수함의 표준형”이라고 규정한바 있습니다. 북한은 2년 전 핵 미사일 잠수함을 공개했지만 연료 보충을 위해 수시로 물 밖으로 나오는 디젤 엔진 방식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 공개한 ‘전략유도탄잠수함’은 수개월간 잠항할 수 있고 태평양을 건너 미국 영해에 은밀히 접근한 뒤 핵 미사일을 기습 발사할 수 있는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서 한국과 미국 모두에 실제 위협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북·러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이 발효된 이후 북한이 공개한 전략핵잠수함이라는 점에서 잠수함의 핵심인 ‘소형원자로’ 기술을 러시아로부터 이전 받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북한이 장시간 잠항할 수 있고 미국의 영해로 진입 가능한 ‘전략핵잠수함’을 공개한 의도는 미국을 겨냥한 것입니다. 미·북 대화가 시작되면 협상의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평가합니다. 북한이 가지고 있는 ‘전략무기’는 미국을 상대로 대화와 협상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미국이 어떻게 반응할지 주목됩니다.

[진행자] 그런데, 북한이 실제 핵잠수함을 건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견들이 분분한 것 같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김성렬] 미국 해군참모대학 미래전 연구소장 샘 탕그레디는 13일 미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독자적으로 핵잠수함을 건조할 능력이 없다”면서 “핵잠수함을 만들려면 핵 추진에 필요한 재료와 지식을 습득할 수 있는 상당한 공급망과 인프라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원자로’를 지적하며 “원자력발전소를 운영하는 국가들조차도 잠수함에 맞는 원자로를 설계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중국도 이를 배우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고 덧붙였습니다. 브루스 베넷 랜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미국도 차세대 전략핵잠수함(SSBN) 콜롬비아호를 건조하는데 8~9년이 걸린다며 “러시아의 상당한 도움 없이는 북한이 잠수함 원자로를 만들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핵잠수함 건조를 위해서는 적의 탐지를 피하기 위해 소음을 줄이는 기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핵탄두와 대기권 재진입체를 개발하는 등 여러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는 설명입니다. 현 단계에서 북한의 전략핵잠수함 건조 능력이 어느 수준인지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북·러 준군사동맹이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러시아가 북한에 핵잠수함 건조 기술을 제공할 가능성은 매우 높다고 봅니다.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하는 이유도 육·해상에서 핵미사일을 발사할 수 있는 기술과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한 것인데 러시아가 앞으로 적극 협력할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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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북한이 점점 긴장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입니다. 미국과의 협상을 앞둔 상황에서의 몸값 불리기 차원으로 볼 수 있을까요?

[김성렬] 미국의 북한연구 기관 38노스의 상업용 위성 사진을 분석한 결과 영변 핵시설의 방사화학실험실에서 연기가 간헐적으로 나오는 모습과 우라늄 농축 시설 위에 쌓인 눈이 녹은 모습 등이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38노스는 이렇게 연기가 간헐적으로 배출되는 모습은 핵연료 재처리가 시작됐다는 신호는 아니지만, 핵 폐기물 처리나 재처리 준비 활동이 있다는 것을 뜻할 수 있다고 분석했죠. 지난 1월 31일에서 2월 22일 사이에 촬영된 사진들에는 원자로 냉각수가 방류되는 모습이 여러 차례 담겼고, 실험용 경수로도 지붕 위 눈이 녹아 있고 냉각수가 방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최근 북한은 근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전략핵잠수함을 건조하는 모습을 공개했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긴장 수위를 높이는 이유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급속도로 휴전 또는 종전이 될 가능성이 높고, 미국의 다음 행보가 북한과의 대화라는 것을 예상하고 협상에서 활용할 다양한 교환 품목을 준비 중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영변 핵시설을 가동하고 있다는 것도 핵무기의 양을 확보하기 위해 핵물질을 추출하고 있는 것이고, 핵을 운반할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외에 해상으로 이동하는 전략핵잠수함을 건조함으로서 결국엔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의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죠.

[진행자] 오늘 말씀도 잘 들었습니다. 시사진단 한반도, 오늘도 김성렬 부산외대 교수와 함께했습니다. 교수님 감사합니다.

[김성렬] 감사합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