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서울] 탈북민들에게 ‘행가래’를

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김인선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한 가정을 꿈꿉니다. 존경받는 부모, 사랑받는 자녀, 웃음이 넘치는 가족을 꿈꾸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 한 경우가 많은 게 현실입니다.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노력과 이해가 필요하지만 오히려 가족이라는 이유로 쉽게 상처를 주고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인데요. 가족 간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회사나 단체에서 주관하는 교육도 점차 늘고 있는데요. 탈북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탈북민 지원사업과 관련 연구를 진행하는 민간단체 ‘물망초’에서는 탈북민들이 행복한 가정을 만들 수 있도록 도움이 되는 교육을 시작했는데요. 지난 3월 8일 토요일, 첫 수업이 진행됐습니다. <여기는 서울>에서 그 현장, 담아봅니다.

[현장음] 안녕하세요. 행가래 소통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해 주신 여러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여러분들이 오시는 거리를 좀 봤더니 하남에서 오신 분도 계시고 광명에서 오신 분도 계시고 파주에서 오신 분도 계시고 또 서울 전역에서 오셨더라고요. 옆의 분들이 이 과정을 끝낼 때까지 함께 하실 분들이거든요. 우리 옆 사람 보고 ‘잘 해봅시다. 반갑습니다’ 하고 인사 한 번 나누고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반갑습니다.

이곳은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한 교육장. 10시부터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고 10시 30분부터 교육이 시작되는데요. 교육 프로그램 이름이 ‘행가래’랍니다. 행가래! 어떤 의미일까요? 먼저 담당자의 이야기부터 들어봅니다.

행복한 가정이 온다, 행가래!

[인터뷰] 사단법인 물망초 교육부장 강명하입니다. ‘행가래’는 행복한 가정이 온다라는 의미를 품고 있어요. 오늘 시작해서 1년 동안 쭉 진행되는 프로그램이에요. 상반기 12주, 하반기 12주 프로그램을 통해서 탈북민 가정의 건강한 소통이 진행됐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들이 정말 행복의 길을 찾고 통하면 통한다는 말처럼 소통하는 과정이 됐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기획하게 됐습니다.

행복한 가정이 온다는 ‘행가래’ 수업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2시간 동안 진행됩니다. 상반기 교육은 오늘 첫 수업을 시작으로 5월 24일까지인데요. 오늘이 바로 첫 수업의 시작입니다.

이번 수업은 전원 탈북민으로만 모집했다는데요. 프로그램에 대한 오해가 있어서 처음 지원자를 모집하는데 애를 먹었다고 합니다. 강명하 교육부장의 설명, 직접 들어보시죠.

민간단체 ‘물망초'에서 진행하는 행가래 소통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탈북민들.
민간단체 ‘물망초'에서 진행하는 행가래 소통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탈북민들. 민간단체 ‘물망초'에서 진행하는 행가래 소통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한 탈북민들. (RFA)

탈북민들에게는 낯선 코칭

[인터뷰] 남한 사람들 같은 경우는 이 프로그램이 너무 좋다는 걸 인지하고 있고 자기의 비용을 들여서 상담을 요청하고 이런 프로그램에 참여하시는 분들이 꽤 많거든요. 그런데 북한에서 오신 분들은 상담이나 이런 교육을 받는 부분을 굉장히 부끄러워하고 ‘우리 가정이 문제가 있다는 거 아니야?’ 이렇게 생각을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많이 권면을 했지만 ‘아니 우리 문제 없어요’ 하고 이렇게 덮으시려고 하고 ‘우리는 소통하는데 애로 사항이 없고 정상적인 가정이다’ 라고 표현하신 분들이 꽤 많아서 모집하는데 조금 애로 사항은 있었습니다.

모집된 가정은 총 15가구. 모두 탈북민 가정입니다. 상반기 교육은 부모를 대상으로 교육하고 하반기에는 자녀와 함께하는 교육이 진행되는데요. 첫 수업부터 아이와 함께 참여하는 분이 눈에 띕니다. 겉모습도 다른 분들과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요. 어떤 계기로 이 자리에 함께 하게 됐는지 직접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대한불교 조계종에서 승려로 생활하고 있는 도현이라고 합니다. 제가 탈북민으로 출가를 해서 생활하지만 북한이탈주민들이 어떠한 사정에 의해서 아이를 돌볼 수 없는 상황이 된 경우가 있는데요. 그런 아이들을 제가 돌보고 있어요. 아무래도 양육이 처음이다 보니까 어려움이 있죠. 여러 어려움을 물망초에서 도와준 덕분에 아이들을 돌볼 수 있었는데 물망초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있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제안해 주셔서 하겠다고 해서 참가하게 됐어요.

탈북민 최초의 승려인 도현 스님입니다. 도현 스님은 북한에서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나 육군 장교로 재직을 했지만 강제 전역을 당하고 아버지까지 여의게 되면서 탈북을 하게 됐다는데요. 2009년 한국에 입국 했지만 정착 생활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국을 떠나 미국에서도 잠시 생활했지만 그곳에서도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는데요. 미국에서 사기까지 당하면서 마음의 상처는 나날이 커졌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는 겁니다.

[인터뷰] 북한에서 살았던 것보다 그 삶이 그렇게 마냥 편한 것은 아닌 거예요. 사람들한테 조금 질렸던 것 같아요. 저는 북한에서 사회생활을 못 해 본 군인이었고… 그래서 사람들 만나는 게 조금 좀 불편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절로 찾아갔던 것 같아요. 2013년에 출가했으니까 이제 11년 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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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은 마음을 다스리고자 출가를 하고 스님이 됐는데 이제는 상처받은 아이들을 돌보는 입장이 된 겁니다. 도현 스님은 현재 세 명의 아이를 돌보고 있다는데요. 이 아이들과는 어떤 인연이 있는 걸까요?

[인터뷰] 절에서 북한이탈주민 쉼터를 했었어요. 한부모 가정의 아이들이 왔는데 엄마가 아파서 아이를 잘 돌볼 수 없어서 만나게 된 인연이에요. 쉼터를 그만둘 때 무작정 내보낼 수가 없어 서 제가 데리고 있었어요. 한 명은 돌본 지가 한 7년 정도 됐고요. 다른 두 명의 애는 이제 2년 좀 넘은 것 같아요.

세 명의 아이를 돌보는 탈북민 승려, 도현 스님

도현스님과 함께 생활하는 세 명의 아이들은 16살, 15살, 13살이랍니다. 한창 사춘기를 겪는 때죠. 이 아이들과 행복한 가족으로 지내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행가래’ 교육에 참여하게 된 건데요. 과연 이 수업이 도움이 될까요. 앞으로 어떤 수업이 진행되는지 들어봤습니다.

[인터뷰] 안녕하세요. 저는 HD 행복연구소에서 감정 코칭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윤지영입니다. 목표는 행복한 가정이에요. 대부분 수강 신청한 계기가 ‘자녀와 잘 소통하고 싶다’인데 사실 이거는 부모님이라면 누구나 경험하고 있는 어려움이에요. 그래서 그 방법을 일단 기본적으로 알려드리는데 저희가 전달하는 방법은 감정 코칭인데요. 본인의 감정 조절, 본인의 스트레스 관리가 먼저 되어야 되기 때문에 그런 것들도 같이 하고 중간, 중간에는 또 자녀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놀이 활동들도 전달 드릴 예정입니다.

[현장음] 결과를 조금 이따 보여드릴게요. 자! 여기 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만 좀 긴장 상태였다가 그 다음부터는 완전 녹색으로 가서 녹색에만 있죠. 그리고 그래프도 보면 아까 거는 막 요동치고 중간에 끊기기도 했는데~~~

강의만 듣는 것이 아니라 직접 실습도 하고 참여형으로 진행되는 교육이다 보니 참가자들의 집중도가 상당히 높아 보입니다. 지난주 수업까지 이제 2번의 교육을 받았을 뿐인데도 참가자들의 만족도가 상당한데요. 어떤 점들이 좋았던 걸까요? 아이와 함께 수업에 참여 중인 도현 스님에게 들어봤습니다.

민간단체 ‘물망초'에서 진행하는 행가래 "행복 길찾기" 현수막
민간단체 ‘물망초'에서 진행하는 행가래 "행복 길찾기" 현수막 민간단체 ‘물망초'에서 진행하는 행가래 "행복 길찾기" 현수막 (RFA)

감정 조절, 스트레스 진단을 처음 경험해 본 탈북민

[인터뷰] 되게 산만한 아이인데 집중하더라고요. 다음에 또 가고 싶다는 말도 했고요. (지금까지) 2회차 강의를 들었는데 제일 와 닿았던 게 ‘인생의 성공에서 가장 유일하게 중요한 게 인간관계다’… 는 말이었어요. 인간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가야 우리가 행복할 수 있는지, 아이를 키우는 부모니까 가정에서의 행복, 아이들과의 스트레스 해소 방법, 그런 거를 알려 주더라고요. 제가 거기에서 제일 좋았던 감정을 내가 어떻게 컨트롤 해야 되는지 직접 가서 해보니까 나쁘지 않았어요. 애도 거기서 시키는 대로 해보니까 집에 돌아와서 얘기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거기에서 선생님들이 하는 얘기를 (아이가) 집에 와서 되새기는데 그게 되게 좋았어요. 감정을 어떻게 중화시켜야 되는지, 스트레스를 중화 시키려면 심호흡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이러면서 다른 애들한테 알려도 주고 이렇게 해보라고, 그러면 편안해진다고 그랬어요. 너무 좋았어요.

-Closing Music-

첫 수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긴 전 15명의 탈북민들은 교육장에 동그랗게 모여 앉아 자기 이야기를 해야 했는데요. 이 프로그램을 신청하게 된 계기와 현재 자녀와의 관계 등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아무리 동향 사람이라 해도 낯선 사람 앞에서 자기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 특히 가정사를 거론하는 일이 쉽지 않은데요. 다들 용기를 내서 목소리를 냈습니다.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이 자리에 왔으니까요.

자녀와의 관계 개선과 행복한 집을 꿈꾸는 탈북민들의 못다한 이야기! 다음 시간에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여기는 서울> 지금까지 김인선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