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아주메의 남한 이야기] 산에서 본 신기한 물건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이 시간 진행에 박수영입니다. 북한에서는 대학 출판사에서 일하던 여성이 남한에서는 간호조무사가 되어 생명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정착한 지는 어느덧 10년이 넘었는데요. 이순희 씨가 남한에서 겪은 생활밀착형 일화들 함께 들어봅니다.

기자: 이순희 씨 안녕하세요.

이순희: 네, 안녕하세요.

기자: 지난 한 주 어떻게 지내셨나요?

이순희: 지난 주말 대구 날씨가 풀려서 등산을 다녀왔어요. 이제 섭씨 10도가 넘으니 완연한 봄이 된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등산할 때 보니 남한에는 북한에 없는 신기한 물건이 하나 있더라고요.

등산로에 설치된 기계

기자: 어떤 물건이었나요?

이순희: 등산을 마치고 돌아갈 때 먼지를 털어주는 기계가 있어요. 등산하면 신발에 흙먼지가 잔뜩 들러붙잖아요. 그 먼지들을 바람을 쏴서 털어주는 거죠. 한 외국인이 산에 올라갔다가 산 밑으로 내려왔는데 이 알 수 없는 기계를 보고 용도를 몰라 기웃거리며 신기해하더라고요. 다른 한쪽에서 등산을 마친 한국인 남성이 산에서 내려오더니 곧장 그 기계로 가서 손잡이를 누르니 강한 바람이 나오면서 신발과 바지 아래에 묻은 먼지를 말끔히 털어주는 거예요. 그걸 보고 그 외국인이 머리를 치며 그 기계로 똑같이 기계를 사용해 보는 거예요. 그러면서 “아!”하고 감탄하는 모습을 봤어요. 그 모습을 보고 ‘이런 기계는 남한에 밖에 없나 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당연히 저도 북한에서는 전혀 본 적 없었고, 남한에 와서 처음 봤거든요.

기자: 나라에도 이런 기계가 있긴 해도 흔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남한에서는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건가요?

이순희: 네, 그런 것 같아요. 웬만한 등산길을 가보면 이런 기계들이 다 구비돼 있어요. 제가 사는 대구 수성구뿐만 아니라 남구의 앞산에서도 등산하고 내려오니까 먼지털이기계가 있더라고요. 주민들이 다니는 등산길은 국가에서 모든 안전장치랑 화장실 같은 편의시설을 마련해 놓았어요. 그래서 주말에 가볍게 등산가기 편하거든요. 1시간에서 2시간 정도 산을 올랐는데 화장실이 없으면 곤란하잖아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등산로마다 지도로 화장실이나 음료 자판기가 어디 있는지 알려줘서 아무 걱정이 없죠.

기자: 신발 털이 기계를 직접 사용해 보셨나요?

이순희: “흙먼지털이 기계”라고 써놓은 곳도 있지만 보통 무슨 물건인지 아니까 굳이 흙먼지털이기계라고 써놓지 않은 곳도 많아요. 사람들이 모양새만 보고도 곧장 찾아가거든요. 네모난 판 위에 철로 된 거치대가 있고요. 거기에 발을 올려놓을 수 있는 판자로 된 덧대가 있어요. 거기에 에어건이라고 불리는 공기가 나오는 호스가 있는데요. 호스에는 공기가 나오는 막대기가 달려있는데 볼펜 같은 생김새에 길이는 한 50cm 되고 끝에 손잡이가 있어요. 그 손잡이를 누르면 강한 바람이 나오면서 그 바람으로 흙먼지들을 털어내요. 신발과 옷에 묻은 먼지들이 정말 말끔히 털어지더라고요. 한창 등산을 할 때 더러워진 제 신발을 보고 ‘아, 이거 집에 가서 신발 빨아야겠네’라고 생각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어져서 기분까지 상쾌해지더라고요.

기자: ‘신발은 직접 바닥에 두고 툭툭 털면 되지 굳이 이런 기계까지 필요한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왜 이런 기계가 필요한 걸까요?

이순희: 북한 일부 청취자분들도 그렇게 생각하실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도 이야기만 들었을 때는 그렇게 생각했을 것 같고요. 그런데 남한과 북한의 환경, 위생문화 차이 때문에 이런 기계가 필요한 것 같아요. 남한은 도시뿐만 아니라 농촌도 다 도로가 포장돼 있고 소도시 거리에도 흙먼지 길을 찾아보기 힘들어요. 하물며 논밭으로 가는 길까지도 전부 도로포장이 되어있어요. 북한 분들은 ‘아니, 논밭 일구러 가는 길을 뭐 하러 도로포장을 하나’라고 이해 못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남한에서는 농촌에 사는 가정들도 차가 한두 대가 아니거든요. 농기구들까지도 바퀴가 달려있고 이 농기계를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도로를 깨끗하게 포장해 두는 거예요.

흙먼지 길을 밟을 일이 평소에는 거의 없거든요. 그러니까 등산해서 흙먼지가 잔뜩 묻은 채 내려와서 아스팔트 길 위에 흙먼지가 날리게 되면 환경상, 위생상 안 좋잖아요. 그리고 등산할 때 혼자 안 가거든요. 지인들하고 같이 가거나, 부부가 가거나, 온 가족이 같이 가거나 해요. 등산하고 내려와서 곧장 집으로 이동할 때도 있지만 도시 사람들은 도시에서 등산로까지 머니까 차를 가지고 오거든요. 차를 가지고 오면 등산로 밑에 큰 주차장이 있어요. 거기에 차를 세워놓고 등산 갔다 오기 때문에 더러운 신발로 차를 탈 수는 없잖아요. 또 그 차를 타고 식당에 가요. 그렇기 때문에 이런 흙먼지털이기계가 필요한 것 같아요.

북한 기차, 창문이 없어요

기자: 바람이 나온다면 전기를 사용해야 할 텐데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건가요?

이순희: 네, 그럼요. 돈을 지불할 필요가 없어요. 북한 사람들은 ‘자본주의사회에서 전기가 공짜라니’ 하면서 놀랄 수도 있겠는데요. 지자체에서 세금으로 이 기계를 설치하고 운영하는 거예요. 그래서 동네 주민들이나 남한 국민들은 누구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어요.

기자: 만약 북한에 이 같은 흙먼지털이 기계를 설치할 수 있다면 어디에 설치해야 할까요?

이순희: 농촌에서 도시로 들어오는 도로 포장길에 들어설 때 필요할 것 같아요. 그리고 대도시들에 가면 김일성 광장이라든가 공설운동장이 있어요. 거기는 도로포장이 돼 있는 데가 많거든요. 거기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흙먼지털이기계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요. 또 기차 오를 때 먼지를 털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할 수도 있겠는데요. 북한에서 살아보면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아요. 왜냐하면 북한의 기차는 창문이 없어요. 그러니까 온갖 먼지가 다 들어오는데 굳이 신발에 먼지 털 필요가 있겠어요?


관련 기사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남북, ‘등산’ 의미가 달라요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드론 농약 방제


남한선 ‘절대 따라하지 마세요!’

기자: 흙먼지 터는 기계 외에도 남한에서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다양한 기계들이 많은데요. 특히 공공시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신박한 기계들이 어떤 게 있을까요?

이순희: 비 오는 날에는 관공서나 백화점, 회사로 들어가는 입구에 우산에서 떨어지는 빗물을 탈수하는 기계가 설치되곤 해요. 이전보다 발전했어요. 예전에는 비에 젖은 우산을 감쌀 수 있는 일회용 우산용 비닐이 구비됐어요. 작은 우산을 가진 사람은 작은 우산을 비닐 있는데 우산을 꼽아 툭 낚아채면 바로 우산이 감싸지고, 큰 우산을 쥔 사람은 큰 비닐에 가서 우산을 집어넣고 확 낚아채면 됐는데요. 지금은 (우산 빗물 떨어지는 것보다) 환경 문제가 제기되니까 오히려 우산을 깨끗하게 터는 기기를 써요. (이런 기구들이 없었을 때는) 실내가 물바다가 되어 미끄러웠는데 요즘은 전혀 그런 것 없이 깔끔하더라고요.

기자: 그럼 반대로 남한에는 없지만, 북한에는 있는 신박한 기계나 기구가 있을까요?

이순희: 남한에는 기차가 다 다니잖아요. 북한에서는 전기가 없어 기차가 안 다닐 때 사람들이 널판자를 한 20개 정도 이어서 한 10m 정도 길게 해서 그 밑에 베어링을 놓고 기차 레일을 달릴 수 있게 해요. (베어링이란) 원형으로 된 쇠가 있는데 그 안에 잔뜩 구슬 알이 있어서 그 안에 있는 구슬이 움직이면서 바퀴를 움직이는 원리로 되어 있어요. 그걸 베어링이라 하거든요. 베어링이라고 하면 북한 분들은 다 알아요. 거기다가 물건을 많이 싣고 다니고 하거든요. 남한 분들은 모르는, 말하자면 북한 사람들이 생활에 필요해서 자체로 연구해서 만든 기구라고 할까요.

기자: 네, 이순희 씨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이순희: 여러분 다음 시간에 뵐게요.

기자: 청진아주메의 남한생활 이야기, 오늘은 한국 대구에 있는 이순희 씨를 전화로 연결해 남한의 흙먼지털이기계에 대해 전해드렸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는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박수영입니다.

에디터 이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