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북한은] 돼지 2배 빨리 키울 수 있는 운풍사료의 정체

RFA에서 보도된 북한 주요 내부 소식을 보도 기자와 함께 심층 분석해 보는 <지금 북한은>, 이 시간 진행에 이예진입니다.

진행자: 북한 인민들에게 생계를 좌지우지할 만큼 중요한 게 돼지 사육이라고 하죠. 한해 중요한 살림 밑천이 되고 있는데, 이제까진 8, 9개월 키워 팔았던 돼지가 새로 나온 사료만 먹이면 4개월만에 팔아도 될 만큼 커진다고 합니다. 이 사료가 북한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자세한 소식 손혜민 기자와 함께 알아봅니다. 안녕하세요?

손혜민 기자: 안녕하세요?

진행자: 손 기자, 주민들에겐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겠는데요. 새로 나온 사료 인기가 아주 높겠는데요?

새로 나온 돼지사료 열풍, 돈 버는 건 돈주?

손혜민 기자: 그렇습니다. 새끼 돼지가 어미 돼지로 자라는 기간이 두 배까지 단축하는 촉진제가 첨가된 사료라고 하는데요. 이 사료를 구매해 돼지를 길러 본 북한 주민에 의하면, 25kg 단위로 포장된 사료 설명서에는 쌀겨와 콩가루, 강냉이 가루에 성장 촉진제가 첨가되어 있다고 합니다. 사람이 먹어도 될 정도로 곡물이 들어가 장마당에서는 음식 잔반과 술 모주를 비롯한 돼지사료 중에서도 고급 돼지사료로 판매된다는 것입니다.

지난해 평양 통일거리에 들어선 운풍사료공장에서 생산되는 사료라고 하여 운풍 사료라는 상품명으로 유통된다고 하는데요. 4월 현재 평양에서 유통되어 황해북도 사리원 장마당에서 판매되고 있는 운풍 사료 한 마대 가격은 25달러(북한 돈 57만원)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북한 시장 환율이 1달러에 2만3천원, 쌀 1kg에 9,500원이니 운풍 돼지 사료 한 마대 사려면 60kg 쌀 가격과 맞먹는 겁니다. 다시 말해 4-5인 식구가 한 달 살 수 있는 식량 가격인데요.

따라서 식량 해결 목적으로 돼지를 기르는 주민들 속에서는 운풍 돼지 사료를 사고 싶어도 살 수 없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그러자 운풍 사료를 전문으로 사들여 외상으로 공급하는 돈주가 등장했는데요. 운풍 사료로 돼지를 길러 장마당에 판매할 때 반드시 자기에게 팔도록 한 조건입니다. 그러면 사료 가격을 제하고, 나머지 가격을 현금으로 주겠다는 것인데요. 돈주로서는 투자한 비용만큼 두 배의 수익을 보는 겁니다.

왜냐면, 돼지고기는 평양식당에서 수요가 많으므로 후불제 사료를 투자한 대가로 어미 통돼지를 받고, 그 돼지를 도살해 고기 상품으로 평양에 넘기면 두 배의 수익이 남는 겁니다. 운풍 사료는 돼지 뿐 아니라 오리와 닭 사료로도 가능하므로 사료를 외상으로 투자한 돈주는 개인이 기르는 돼지 뿐 아니라 오리와 닭 등 가축을 전문 시장에 도매하는 육류 유통업자가 되는 겁니다.

북한군 공군부대의 돼지 공장
북한군 공군부대의 돼지 공장 북한군 공군부대의 돼지 공장. (연합)

운풍사료공장의 정체는?

진행자: 사료 하나가 북한의 가축 시장에 큰 변화를 가져왔네요. 그런 사료를 만든 운풍사료공장은 지난해 평양에 신설됐다고 하셨는데, 아무래도 지방보다는 가동율이 좋은 모양입니다. 운풍사료공장은 어떤 목적으로 설립된 곳입니까?

손혜민 기자: 운풍사료공장이 수도 평양에 들어섰다는 데 주목해야 하는데요. 우선 공장 가동에 전기가 필수인데, 북한에서 전기는 국가 전기이므로 특권층 산하 공장이 아니면 전기공급 정상화가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운풍사료공장이 당 소속인지, 군부 소속인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내각 소속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즉 무역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특권층이 직접 대중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돼지축산 시장에 사료 공급자로 나선 겁니다. 표면상으로는 일반 사료공장으로 보이지만, 실상을 파헤치면 외화벌이 원천기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료에서 핵심인 성장 촉진제는 물론, 쌀겨와 콩가루, 강냉이 가루 역시 중국에서 수입되는데요. 이에 따라 운풍 사료는 판매가격 자체가 외화로 책정되는 겁니다. 지방도시에서 수요가 높은 가축사료 시장을 운풍사료공장이 독점함으로써 빠른 기간에 외화를 흡수하는 구조적 이점을 선점한 것입니다. 특히 중국에서 북한이 수입하는 육류가 적지 않은데요. 여기에 북한 당국이 적극 대응해 국내에서 수요되는 육류를 자체 생산이 가능하도록 정부가 직접 선순환 구조를 형성하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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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행자: 취지는 좋습니다. 그런데 사실 동물에게 먹이는 성장촉진제가 사람에게 호르몬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많습니다. 특히 과거 전 세계적으로 돼지나 소에게 먹이는 성장촉진제가 인간에게 해를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안전성 논란이 일었는데요. 락토파민 성분이 들어간 성장촉진제를 먹인 돼지고기를 사람이 먹으면 암을 유발하는 등 독이 된다고 해서 금지되기도 했죠. 북한에서 돼지에게 먹이는 성장촉진제 성분이 어떤 걸지 궁금해지는데 과연 안전성을 확보했을까요?

김정은 위원장이 돼지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돼지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이 돼지 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

당국도 주민도 성장촉진제 안전성 상관 안 해

손혜민 기자: 한국처럼 선진국가 수준에 올라서면 농산물과 축산물의 품질과 관리, 유통 등을 통제하는 농림축산식품부가 중앙행정기관으로 작동하겠지만요. 북한처럼 후진국에서는 돼지가 어떤 사료를 먹고 자랐는지, 전염병에 걸리지 않았는지 등을 검사하고 소비와 유통을 제한하는 기구가 작동하지 않습니다. 북한에서 농축산물의 안전성 여부를 엄격히 따지는 유일한 목장은 김정은 일가의 밥상에 올라가는 육류 전문 생산지 운곡주석목장이죠. 북한 주민들에게 돼지고기 안전성을 따져야 한다는 생각은 사치라는 말입니다.

한 가지 사례를 말씀드린다면, 2017년경 운곡주석목장에 조류독감이 퍼진 적 있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운곡주석목장은 최고지도자와 그 일가의 식탁에 오르는 꿩과 닭 등 가금류도 생산하는데, 조류독감이 퍼지는 순간 목장의 닭 등은 올려가지 못하므로 전부 처분해야 합니다. 한국처럼 살처분되지는 않는데요. 이에 주석목장 간부들은 수백 마리 닭을 장마당으로 유통시켜 닭고기 가격이 절반 내려간 적 있습니다. 조류독감으로 죽거나 전염병에 걸린 닭이라는 소식이 퍼져 나갔지만, 주민들은 30분 이상 고기를 끓이면 먹는데 아무 일도 없다며 가격이 쌀 때라도 닭고기를 먹어 보자며 저마다 샀습니다.

2019년에는 돼지열병이 북한에 퍼지면서 비상이 걸리기도 했는데요. 돼지고기 판매와 소비하는 사람에게 비상이 아니라 돼지를 길러 식량 해결에 나선 주민들에게 비상이 걸린 겁니다. 돼지가 죽으면 한해 식량 농사가 망치는 것이어서 정말 안타깝거든요. 그럼에도 열병에 걸려 개인이 기르는 돼지가 무리로 죽어 나가면 장마당에서 돼지고기 가격이 내려가기 때문에 슬픈 일이지만, 그 고기를 먹을 수 있는 북한 주민들은 좋아합니다. 그러니 운풍사료공장에서 생산하는 사료의 유해성 여부를 따져보는 것은 애초에 없다는 말입니다. 김정은 총비서가 자유아시아방송을 듣는다면, 민생 수준이 얼마나 바닥인지 최고지도자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권하고 싶습니다.

진행자: 이런 고기를 먹고 사람이 아프거나 죽어도 그 원인을 알아낼 만큼의 의료시설이 미비하니 주민들은 더더욱 알 수가 없겠죠. 문제가 있는 육류의 유해성에 대해 북한 당국이 계속 침묵만 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오늘 준비된 소식은 여기까지입니다. 함께해 주신 손혜민 기자 감사합니다. <지금 북한은> 지금까지 이예진이었습니다.

에디터 양성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