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여기는 서울’ 오늘부터 진행을 맡게 된 이승재입니다.
남북 관계의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한국의 통일부가 조사한 ‘2024년 한국 통일 교육 실태’에 따르면 남한의 학생들 중 “통일이 필요없다”는 응답은 42.3%로 2014년 이 조사가 시작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통일을 간절히 염원하는 어르신들이나 혹은 실향민, 탈북민들에겐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겠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통일을 외치며 발 벗고 나선 청년들이 있다고 하는데요. 잠시 후 만나봅니다.
행사 진행자: “이제 ZOOM IN 2.0X의 빛나는 시작들 알리는 개회 퍼포먼스가 시작됩니다. 크게 외쳐주세요. Reality of Utopia, ZOOM IN!”
근래 젊은이들이 즐길 거리로 가득해 인기가 높은 서울 성동구 서울숲 근처에서 이색적인 전시회가 열렸습니다. 5월 2일부터 5일까지 ‘북한 인권 체험형 전시프로그램 ZOOM IN 2.0 X’가 진행됐는데요. ‘ZOON IN’이란 말은 카메라 렌즈를 확대한다는 의미, 즉 북한 사회를 깊이 들여다본다는 뜻입니다. 한국의 20, 30대 청년들이 모여 설립한 북한 인권단체 엔비전이 기획한 행사라고 하네요. 엔비전 최형석 대표의 말을 들어보시죠.
최형석 엔비전 대표: “올해 ZOOM IN 행사는 두 가지 큰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했습니다. 첫째, 북한에 억류된 남한 주민들 즉 김정욱, 최춘길, 김국기 세 분의 선교사님과 납북자, 국군포로들에 대해 ‘나를 잊지 마세요’라는 물망초의 꽃말처럼 그들을 기억하려는 취지와 둘째, 남한에 정착한 3만 5천 명의 북한이탈주민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 땅에 왔는지 그 경험을 공유해서 북한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자 합니다”
작년 가을에 이어 올해로 두 번째 열리는 전시회인데요. 올해는 한국 통일부의 후원을 받아 진행됐습니다. 2일 개회식에는 김영호 통일부 장관도 참석해서 청년들에게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김영호 장관: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를 위해 고민하는 여러분의 노력은 우리 사회가 통일을 향해 나아가는 구심점이 될 것입니다. 정부도 남겨진 이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이 분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렇게 개회식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전시회의 문이 열렸습니다. 체험형 전시까지 있어 지나가던 시민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는데요. 여러분도 저와 함께 둘러보실까요?
관련기사
젊은이들이 체험하는 북한
진행자: “원수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놀이에 빠져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에 반성합니다. 또 배태양 동무는 항상 저를 비난했습니다. 아주 나쁜 행동이라고 생각합니다. 배태양 동무 고칠 수 있겠습니까?
청취자 여러분께 아주 익숙한 말투죠? 네. 이 체험형 전시에 들어오는 사람들은 먼저 생활총화를 해야 합니다. 더러 남한 청소년들은 어색한 탓에 이렇게 장난기 있는 모습으로 체험하기도 했지만 아마도 북한 분들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을 겁니다.
한국인들에게 생소한 북한 단어의 의미 맞추기 게임도 진행됐는데요. 이건 제가 직접 참여해 봤습니다.
진행자: “북한에서 쓰는 단어인데 이게 어떤 뜻인지 의미를 맞춰 주시면 됩니다”
기자: “가락지빵? 가락지처럼 생긴 빵? 도넛”
진행자: “네. 맞습니다.”
기자: “에스키모? 이건 모르겠네요”
진행자: “에스끼모는 아이스크림인데, 북한에 이런 상품이 있거든요. 상품이 고유명사가 된 사례입니다.”
기자: “그렇군요. 어렵네요”

진행자: “여기는 북한 인권이나 억류자들에 대한 감정을 두세 줄 노래 가사로 적어주시면 되는 건데요. 그럼 AI가 그 가사들을 모아가지고 노래를 만들어 줄 거예요”
참여자들이 적은 가사로 인공지능이 노래를 만들고 한 시간에 한 번씩 전시장에 노래를 틀어줍니다. 청취자 여러분이 듣기엔 어떠신가요?
이주연: 이렇게 남한에서도 납북자, 억류자, 국군포로들을 위한 기획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만큼 우리가 아직도 그분들을 잊지 않고 노력하고 있다는 거 아시고 힘내셨으면 좋겠습니다.
자원봉사자 이주연 씨처럼 행사장 곳곳에서는 20여 명의 자원봉사자 청년들이 남다른 마음가짐으로 전시장에 들어오는 손님을 맞이하며 갖가지 체험들을 밝은 미소로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실제 북한 물건들이 많으니까 둘러보고 가세요. 안쪽엔 전시회도 있습니다. 여러분 구경하고 가세요”
NAUH관계자: “까치신, 몽신, 북한에서 직접 사는 실내화, 이것도 굽 있는 신발들이에요. 여성들이 신는 편리화지요. 여기는 군인들이 신는 신발, 이쪽에도 많으니까 구경해 보세요”
마치 물건을 파는 장마당 같죠? 실제로 물건을 판매하진 않지만 장마당 같은 분위기는 좀 나는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거니는 길목에 각종 북한 물품들이 매대에 전시되어 있는데요. 여긴 북한인권단체 NAUH가 준비했다고 합니다. 탈북민 꽃제비 출신으로 한국의 국회의원까지 역임한, 지성호 전 의원이 세운 단체지요.
NAUH 김형우 홍보 매니저: 작년 행사 때도 NAUH는 북한 물품들을 전시했는데요. 작년에는 전시장 안에서 했지만 이번엔 밖에서 시민들이 더 잘 볼 수 있도록 규모 있게 전시했습니다. 실제 북한 군인들이 입었던 옷, 지폐, 약품, 학생 용품, 교과서 등을 두 눈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인권을 위해 보다 큰 관심을
길을 지나던 시민들도 생소한 북한 물품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시민들: “어머!” “와, 소학교 1학년 책인데 글자 엄청 많아, 담배, 엄청 많아…. 이건 뭐야? 우리식 사회주의 백문백답!”
시민2: 저는 40대 공무원입니다. 솔직히 북한에는 좀 관심이 없었는데요. 이번 기회를 통해 북한에 억류된 납북자, 국군포로들을 생각해 보니 마음이 좀 아팠습니다. 이젠 우리 사회가 그분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호기심으로 다가와 구경하던 시민들도 둘러볼수록 생각이 많아지는 모습이었는데요.
시민3: 일산에 사는 이요셉입니다. 남북한 출신의 젊은 청년들이 이렇게 열심히 전시도 준비하고 북한 인권을 외치는 모습을 보니까, 저도 탈북민들의 정착을 위해 내가 좀 도울 게 없을까 이런 것들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자원봉사자: 저는 통일외교안보를 전공하고 있는데요. 북한에 대해서 알리는 데 한 발짝 더 다가간 것 같아서요. 그분들이 빨리 돌아올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통일의 필요성이나 북한 주민들의 삶, 더 나아가 한국에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들에 대해 점점 더 무관심해지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의 거리 성수에서 열린 특별한 체험행사가 남한 청년들에게 어떤 울림을 남겼을까요? ‘북한 인권 체험형 전시프로그램 ZOOM IN 2.0 X’는 내년에도 계속될 예정입니다. <여기는 서울>이었습니다.
에디터 이예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