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조총련 사회도 ‘코로나19’ 직격탄
2020.09.02
앵커: 일본에서 확산한 ‘코로나19’로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 즉 조총련 사회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는가 하면 소속 재일 동포들이 운영하는 사업체도 부진을 면치 못하면서 조총련의 재정 상태도 더 나빠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북한과 서신 교환, 인적 교류 등이 전면 중단되면서 조총련과 북한 간 정서적 결속감도 점차 옅어질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노정민 기자가 보도합니다.
확진자 발생에 경기 침체까지
일본 도쿄의 ‘재일조선인총연합회(이하 조총련)’ 사정에 밝은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최근 조총련 소속 재일 동포 가운데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습니다. 약 한 달 전, 조총련 산하 젊은 상공인들의 모임을 통해 ‘코로나19’ 감염자가 나왔으며 조총련 중앙본부가 이를 엄격히 통제·관리중이라는 겁니다. 이 때문에 조총련 활동이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면서 조총련 사회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다고 소식통들은 덧붙였습니다.
이들이 겪는 경제적 타격도 작지 않습니다. ‘코로나19’에 따른 경기침체로 운영하는 식당과 호텔 등은 물론 주요 재정 원천인 ‘빠칭코(Pachinko)’ 사업도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유리 칸막이도 설치하고 있지만, 이전 매출을 회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조총련계열인 조선대학교 최고학부 교원을 지낸 코리아국제연구소 박두진 소장도 최근(9월 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코로나19’로 음식점과 빠칭코 사업이 부진을 겪으면서 조총련 산하 재일 동포들이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직면했다고 전했습니다.
[박두진 소장] 조총련 산하 동포들의 사업이라면 음식점과 빠칭코가 두 기둥이거든요. (‘코로나19’로) 사람들이 빠칭코도 못 들어가고, ‘코로나19’가 많이 완화됐어도 빠칭코에 안 가거든요. 또 식당도 안 되니까 재정적으로 더 곤란하게 됐고요. 두 사업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조총련의 재정 원천이 매우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일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 대표도 조총련 산하 사업체들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조총련 소속 의식이 강한 사람들 중에서 여러 사업을 하는데 잘 안 되죠. 이전에 조총련계 간부를 했던 사람도 호텔 사업을 했는데 문을 닫았습니다. (‘코로나19’로) 일본 사회가 힘든 것처럼 조총련 산하 기업들도 아주 힘들어요.
북한과 우편·인적 교류 중단... 북한에 경제 지원길 끊겨
‘코로나19’의 대유행으로 북한과의 교류도 거의 끊기다시피 했습니다.
북한에 있는 친척과 편지를 교환해온 조총련 소속 재일 동포가 많았지만, 지금은 이마저 중단됐습니다. 또 엄격한 국경봉쇄로 조총련 관계자들이 북한을 방문하지 못하게 되면서 대북송금도 사실상 어렵게 됐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송금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우편인데요. 한 번에 10만 엔(약 940달러)까지 합법적으로 보낼 수 있습니다. 1년에 몇십 번 해도 됩니다. 은행 송금은 제재 때문에 안 되죠. 또 하나는 인편, 즉 사람이 직접 북한에 갈 때 가져가는 돈도 적지 않습니다. 조총련 간부가 미국 달러로 5만~10만 달러씩 가져갑니다. 그것이 끊겼죠.
[박두진 소장] 일본에서 북한에 큰돈을 보낼 수 없으니까 북한을 방문할 때 각자 돈을 가지고 가는 것이 북한을 지원하는 돈이거든요. 그런데 지금 전혀 방문하지 못하기 때문에 일본에서 북한에 들어가는 돈도 거의 없을 겁니다. 또 조총련이 (‘코로나19’ 이후) 재정적으로 어려우니까 가져갈 돈도 없고, 그런 형편에 있어요.
조총련과 북한 사이의 모든 교류가 끊기면서 북한 내부 동향 파악도 어려워졌습니다.
한반도 전문 언론인인 고미 요지 일본 도쿄신문 논설위원은 최근(8월 3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그동안 조총련을 통해 정보를 입수했던 일본 정부도 지금은 북한 내부 동향을 잘 모르는 상황이라고 전했습니다.
[고미 요지 위원] 조총련 사람들은 사실상 북한에 재입국 금지라고 합니다. 이전에는 조총련 사람들이 북한을 오가면서 얻는 정보가 많았는데, 지금은 (조총련도 대북) 정보가 거의 없다고 합니다. 조총련을 통해서 정보를 입수했던 일본 정부도 지금은 정보를 가질 수 없게 됐고, 북한 내부 동향도 거의 모른다고 합니다. 또 일본에 있는 탈북민 가족에게 전화나 편지 기회가 있었지만, 지금은 못 하게 됐다고 하고, 북한에서도 전화 통화가 위험하니까 할 수 없게 됐습니다. 그래서 북한 내부 동향은 일본에 있는 탈북민이나 조총련 사람들도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한편, 이시마루 대표는 조총련과 북한 당국의 교류 단절이 서로 정서적으로 멀어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도 지적합니다.
[이시마루 지로 대표] 오랫동안 직접적인 편지나 인적 교류가 없으면, 북한과 조총련이 조금씩 멀어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나지도 못하고, 돈도 부치지 못하고요. 만나지 못하면 또 정치적인 지도도 받지 못할 것 아닙니까.
북한 ‘코로나19’에 대한 조총련의 생각은?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북한 당국의 발표처럼 북한에 여전히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도 없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내 전문가들은 조총련 사회에서 ‘코로나19’ 대유행을 우려하는 만큼 북한 내 코로나바이러스의 확산을 의심하는 분위기도 읽혀진다고 말합니다.
[박두진 소장] 조선신보 등에서는 북한에서 발표한 대로 보도하지만, 마음속으로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다른 문제거든요. 본국에서 그렇게 이야기하겠지만, ‘아마 (확진자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있어요. 조총련 사람들이 표면적으로는 본국의 말을 믿는 것 같지만, 속으로는 조선신보의 내용을 그대로 믿는 것은 아니죠.
[고미 요지 위원] 일본에 있는 탈북민들은 북한 내 감염자가 한 명도 없다는 것을 의심스럽다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7~8월에 일주일에 한 번씩 김정은 위원장이 중요한 회의를 주재하고, 그때마다 ‘코로나19’ 대책을 논의했는데, 그만큼 언제 ‘코로나19’가 확산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고, 위생 상태가 취약하니까 ‘코로나19’가 시작되면 큰일 날 것 같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거죠. 올해 연말까지는 북한이 아주 힘든 상황이 오지 않을까, 지금 일본 내에서도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북한에도 큰 변화가 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갑작스러운 사임과 관련해 조총련 사회에서 아직까지 별다른 반응이나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차기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하면서 아베 총리의 정책을 대부분 승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당분간 별다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내다보는 분위기입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노정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