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썰렁한 단둥에 발길 돌린 대북 무역업자
2023.11.02
앵커: 최근 두 달 만에 다시 중국 단둥을 찾은 연변의 한 무역업자는 여전히 썰렁한 분위기를 재확인했습니다. 좀처럼 대북 무역이 재개될 것 같지 않아 발길을 돌려야 했는데요. 코로나에 대한 경계 때문일 거란 분석과 함께 민간 무역회사에 대한 북한 당국의 통제 강화도 한 원인이란 지적이 나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신의주의 의주비행장에는 연일 중국에서 들어온 화물 컨테이너의 수와 위치가 계속 바뀌면서 북중 간 물자 교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음을 나타냈는데요. 이 중에는 북한으로 송환된 주민들의 물건도 상당수 포함됐을 것으로 파악됩니다.
서혜준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중 무역 활동 ‘잠잠’... 김정은 정권 경제 정책 변화 여파?
오랫동안 대북 무역을 해온 중국 연변의 한 무역업자는 지난 10월 말 다시 단둥을 찾았습니다.
북∙중 간 인적교류가 재개된 지난 8월 말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찾은 단둥이지만, 여전히 조용한 분위기에 별 다른 수확없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습니다. 좀처럼 대북 무역이 재개될 것 같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북∙중 국경 상황에 밝은 대북소식통은 (10월 30일) 국경 지역의 북한 무역업자들이 활동을 재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중국에서도 일거리가 없는 것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밝혔습니다.
[대북소식통] 지금 일거리가 없는 거예요. (무역 활동이 재개된 게 아니니까) 연변에 조금 더 있다가 관광이 시작되면 다시 오든가 해야 된다고… 또 (북한 무역업자들이) 활동을 해야 중국 무역업자들이 편승해서 부탁도 들어주고 할 텐데 그게 없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북중 간에 화물열차가 오가고 인적교류도 시작됐지만, 본격적인 무역이 재개되지 않은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꼽습니다.
첫째는 여전히 코로나 대유행에 대한 경계입니다.
일본의 북한 경제 전문가인 문성희 박사는 최근 국경 도시들이 코로나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은 것 같다며 북중 간을 오가는 상인들의 움직임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문성희] 과거에는 변경무역이라고 해서 중국과 북한을 오가는 상인들이 적지 않았지만, 지금은 그 사람들의 움직임에 대한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 국경 도시들도 (코로나에 대한) 경계를 풀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고요.
민간 무역회사에 대한 통제가 강화된 것도 또 하나의 이유로 꼽힙니다.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는 김정은 정권이 코로나 방역을 이유로 3년 넘게 봉쇄 조치를 취하면서 “국가가 지정한 물건만 수입하고 수출한다”는 정책 변화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코로나 대유행) 이전에는 많은 (북한) 무역회사가 정부로부터 재량권을 받아 여러 국경 도시에서 물건들을 수출입해 국내에서 팔아 돈도 벌고 경제도 활성화했습니다. 그런데 2018~2019년도부터 무역회사에 대한 통제가 많이 심해졌습니다. 이후 코로나 대유행이 시작되고 북한이 국경을 봉쇄했기 때문에 무역 자체가 ‘올스톱’ 되지 않았습니까. 그때부터 필수품을 주로 단둥, 그리고 남포에서 수입했는데 북한 내부에서는 이를 ‘국가무역’이라고 부릅니다. 무역회사가 하는 게 아니라 “국가가 정한 물건만 수입하고 수출한다”는 식으로 (민간) 무역회사가 국가 밑에서 시키는 대로만 활동하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시마루 대표는 김정은 정권이 국가가 모든 분야를 장악하고 통제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민간 무역회사가 자율적으로 활동하는 건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시마루 지로] 모든 분야에서 국가가 장악해 정하고, 국가가 돈벌이를 하는 방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의주비행장서 200여 개 화물 포착...단둥-신의주 물자 교역 지속”
이런 가운데 북한 평안북도 신의주시 의주비행장의 코로나 검역소에는 화물 컨테이너가 계속해서 반입되는 움직임이 포착됐습니다.
지난 10월 22일 미국의 상업위성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위성사진을 살펴보면 180m 길이의 검역소 건물 10동이 활주로를 사이에 두고 각각 5동씩 배치돼 있으며, 2.4km의 넓은 부지에 100~200여 개의 화물이 놓여 있습니다.
한국 한반도안보전략연구원의 정성학 연구위원은 1일 자유아시아방송에, 의주비행장에 화물량과 위치 등이 계속 바뀌고 있으며,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둥 간 물자 교류는 계속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습니다.
[정성학] 중국 단둥과 신의주 간 압록강 철교를 이용한 물자 교류는 계속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열차를 이용해 그쪽에서(중국) 들어온 물자들이 의주비행장으로 보내집니다. 거기서 화물 검역과 방역 활동을 하는 것 같은데, 며칠 사이에 계속 들어오고 나가고 하는 화물이 한 100여 개에서 200여 개 정도 되는데요. 위치와 개수가 조금씩 계속 바뀌더라고요.
이와 관련해 대북 소식통은 의주비행장에서 검역을 거치는 화물 중에는 최근 북한으로 송환된 북한 노동자나 주재원들의 이삿짐도 포함됐을 것이라고 RFA에 밝혔습니다.
그는 “방 두 개짜리 거주지에 머물던 주재원들이 한 칸은 침실로 쓰고 다른 한 칸은 북한에 돌아갈 때 가져갈 물건을 쌓아두는 창고로 사용할 만큼 물건이 많았다”며 “이 물건들을 모두 차량으로 옮길 수 없기 때문에 화물열차를 통해 들여갔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앞서 북중 국경 상황에 밝은 또 다른 소식통도 지난 8월 RFA에, 코로나로 중국에 발이 묶였던 북한 주민의 본국 송환이 재개되면서 이들이 그간 쌓아둔 짐을 북한으로 운송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당시 소식통은 “(송환되는) 인원이 너무 많고 북한 당국이 들여보낼 수 있는 짐을 제한하면서 북한 사람이 어쩔 수 없이 단둥 시내에 있는 지인들에게 짐을 맡겨뒀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신압록강대교 개통은 여전히 불투명한 것으로 파악됩니다. (관련 기사)
최근 (10월 12일)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위성사진에 따르면 북한 세관이 들어설 것으로 예상되는 부지는 여전히 아무런 기초 공사도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돼 있습니다.
4차선 도로에 사장교 형식으로 약 2km에 달하는 신압록강대교는 중국이 세관 건설 등을 마무리하면서 개통 가능성에 기대가 모아졌지만, 북한 측 세관 건설이 시작조차 하지 않으면서 올해 안에 개통은 어려울 전망입니다.
이와 관련해 정성학 연구위원은 “북측 세관 부지는 기초 공사를 한 흔적도 없고, 자재나 공사 장비를 가져다 두지도 않았다”며 “북한의 무관심 속에 대교 개통이 언제 이뤄질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RFA 자유아시아방송 서혜준입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팀 이경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