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군 증언 속출… 북, 한국군 기밀 분석 우려”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4.12.18
“계엄군 증언 속출… 북, 한국군 기밀 분석 우려” 지난 12월 3일 밤 한국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새벽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마키노 기자님, 최근 한국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 투표가 가결되면서 많은 혼란이 예상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앞으로 반응과 행보를 보일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
[마키노 요시히로] 현재 상황을 보면, 이르면 연내에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특히 계엄령 관련 혐의로 체포된 군 장교들이 이미 구속된 상황을 고려할 때 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북한으로서는 한국의 이런 혼란스러운 상황을 반가워하며 안도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번 주에는 우크라이나에 파견된 북한 병사 수백 명이 전사하거나 부상을 입었다는 우크라이나 정부의 발표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한이 새로운 도발을 감행할 여유는 없어 보입니다.

 

또한, 북한 군과 정보 당국은 한국의 혼란 상태를 매우 긍정적으로 보고 있을 겁니다. 특히, 한국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 중 육군 특수전사령부 소속 ‘707특수임무단은 유사시 김정은 등 북한 고위 인사를 암살하는 임무를 맡는 부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최근 한국 방송과 유튜브에서는 707특수임무단의 움직임과 일부 장비가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또 한국 검찰이 국군방첩사령부의 여인형 사령관을 체포했는데, 국군방첩사령부는 기무사령부를 새롭게 개편한 조직으로서, 한국 내 간첩 감시 활동, 방위산업 보안, 군대 내 감시 등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이 조직이 큰 타격을 입었다는 것은, 북한이 한국과 한국군에 대한 정보 활동을 더욱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는 의미입니다.

 

뿐만 아니라 한국 국회에서는 계엄군과 관련한 한국군 장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군사 기밀이 계속 노출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한국군 정보 담당자의 이름까지 공개됐습니다. 북한은 한국에서 나오는 이러한 자료를 수집하면서 집중적으로 분석하고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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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국회 사무처가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에 대한 폐쇄회로TV(CCTV)영상을 공개했다. / 연합뉴스

 

[기자] 지난 12일, 시사 주간지 ‘타임’ 공개한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북한의 개입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더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라고 언급하며, 협상을 통해 전쟁을 조기에 끝내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이러한 발언은 앞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정책 방향에 어떤 시사점이 있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트럼프 당선인의 발언은 김정은 총비서와 개인적인 관계를 활용해 우크라이나 전쟁을 조기에 종식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 총비서의 관계가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러시아와 북한 모두 공식적으로 북한군 파병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는 러시아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대북 제재 결의를 위반하는 북한군 파병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파병된 북한 병사들은 북한군의 지휘를 받지 않고, 러시아군 부대에 병합돼 사실상 용병처럼 활동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북한은 공식적으로는 우크라이나 문제에 개입하지 않는 상황이고요. 트럼프 당선인이 이러한 북한 병사들에 대해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트럼프 당선인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만큼,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종전이 서서히 구체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2025년 초에 종전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고요. 이는 북한으로서도 사상자가 더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상황일 겁니다. 김정은 총비서 역시 조기 종전을 반길 것으로 생각됩니다.

 

북러 간 철도 개보수 협력 여부가 중요한 관건

 

[기자] 북한과 러시아가 5년 만에 여객 열차를 재개통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번 여객 열차 재개통이 북한 관광 산업의 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십니까. 또한, 러시아에서 관광객이 유입되면 북한의 외화 수급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과 러시아 간 여객 열차는 올해 6월부터 정기적인 운행은 아니지만, 재개됐습니다. 현재까지 약 1200명이 이 열차를 이용한 것으로 파악되는데, 6개월 동안 1200명이라는 숫자는 너무나 작은 규모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북한을 방문했던 중국인 관광객 수가 많을 때는 연간 30만 명에 달했던 적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러시아 관광객의 북한 방문이 경제적인 수익 측면에서 큰 매력이나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또한, 유럽이나 중국의 북한 여행사가 올해 12월부터 북한 관광을 재개한다고 예고했지만, 관련 일정이 연기됐다는 뉴스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저는 연기된 이유가 무엇인지에 주목하고 있는데, 이는 북한 내부에서 한국을 적대시하는 정책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내부 정리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증거일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군의 러시아 파병 때문에 국내 긴장 상태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또한, 최근까지도 북중 관계가 개선됐다는 구체적인 정황이 드러나지 않고 있는 점도 이런 상황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북한과 러시아를 연결하는 여객 열차의 정기 운행은 관광 산업 차원에서는 경제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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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9월 22일 나진항에서 러시아와 북한 간 철도 연결 재개통 기념식이 끝난 후 북한군이 열차 옆을 걸어가고 있다. / Reu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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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일부에서는 여객 열차 재개통이 북한 노동자들의 러시아 파견을 통한 외화벌이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 병력이나 군사 자원이 러시아 철도를 통해 우크라이나 전선으로 이동할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데요. 북한과 러시아의 철도 운행 재개가 국제 사회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협력 방안으로 활용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물론, 러시아와 북한 간 철도 운행은 북한 노동자를 러시아에 파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봅니다. 이는 병력 수송에도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 북한의 철도 시스템이 북한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철도 운반 능력은 해상 운송에 비해 제한적이기 때문에, 북한 경제에 실질적인 영향을 주기 위해서는 철도망의 전면적인 재정비가 필요합니다. 현시점에서 러시아와 협력으로 근대화된 북한 철도는 두만강 역에서 라선까지 연결되는 구간에 불과합니다. 적어도 평양까지 오가는 철도를 근대화하지 않으면, 러시아에서 유입되는 물량이 증가하더라도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일본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러시아에서 건설 자재나 연료 등의 대북 수출이 증가하고 있지만, 이는 화물 열차가 아닌 주로 선박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고 합니다. 약 20년 전에도 북한, 러시아, 한국 간 철도 연결 논의가 있었지만, 북한이 최종적으로 응하지 않았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 동해선에 다수의 군사 기지가 위치해 있기 때문에 러시아가 철도 개보수 사업을 맡을 경우 북한의 군사 기밀이 드러날 가능성을 우려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으로 북한과 러시아 간 군사적 관계가 더욱 밀착하면, 이러한 철도 개보수 사업에서의 협력 여부가 중요한 관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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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마지막으로, 북한 당국이 2025년 신년 달력에서 주체 연호를 삭제하는 대신,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을 상징하는 ‘태양절’과 ‘광명성절’은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체 연호는 삭제한 반면, 이 두 기념일을 유지한 것은 무엇을 시사한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올해 1월, 김정은 총비서가 마흔 살이 되면서 새로운 우상화 작업을 추진해 온 것으로 보입니다. 5월에는 노동당 중앙간부학교에 김정은 총비서의 초상화가 김일성, 김정일 초상화와 나란히 걸린 것이 확인됐습니다. 또 6월에는 노동당 회의에서는 간부들이 김정은 배지를 착용한 모습도 포착됐습니다.

 

지난 5월, 북한을 방문한 국제주체사상연구소 관계자에게 리일환 당 중앙위원회 비서가 김정은 혁명사상을 정리하고 있다고 밝힌 사례도 있습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주체 연호를 내년 달력에서 삭제한 것은 김정은 총비서에 대한 우상화 작업의 하나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또 이는 김 총비서가 자신의 독재 체제에 불안을 느끼고 이를 강화하려는 의도와 충성 경쟁을 통해 자신의 지위를 확보하려는 간부들의 목적이 일치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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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총비서가 지난 17일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3주기를 맞아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다만, 김 총비서가 북한의 최고 지도자로 등극한 배경에는 '백두산 혈통'이라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할아버지, 아버지와의 관계를 부정하면, 본인이 최고 지도자가 된 근거 자체가 사라지게 됩니다. 이런 가운데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8일 김 총비서가 간부들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여기에서도 '태양'이라는 표현은 계속 사용되고 있습니다. 김 총비서가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려 하지만, 동시에 할아버지, 아버지와의 관계를 정상화하지 못하는 모순된 상황을 안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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