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한국 계엄령 혼란에 ‘안도’와 ‘불안’ 교차”

워싱턴-한덕인 hand@rfa.org
2024.12.11
“북, 한국 계엄령 혼란에 ‘안도’와 ‘불안’ 교차” 지난달 3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공개한 사진에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최근 방북한 안드레이 벨로우소프 러시아 국방장관과 환담하며 웃고 있다.
/ 연합뉴스

앵커: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 전문기자와 함께 북한 관련 뉴스를 되짚어 보는 ‘한반도 톺아보기’입니다. 최근 급변하고 있는 한반도 정세를 분석하고 전망해 보는 시간으로 대담에 한덕인 기자입니다.

 

[기자] 마키노 기자님. 북한 매체가 12월 11일 한국의 계엄령 사태와 탄핵 정국을 처음 보도했습니다. 사태 발생 이후 일주일 넘게 침묵을 지키다가 지금 보도한 배경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일본 히로시마 대학교 객원교수 겸 아사히신문 외교전문기자[마키노 요시히로] 네, 북한이 그동안 보도하지 않았던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 다양한 분석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북한이 이번 사태를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에 보도 시점을 신중히 검토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특히 계엄령과 관련한 보도 방식을 어떻게 설정할지 면밀히 검토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이 윤석열 한국 대통령에 대한 비난을 강화하면서 이번 사태를 얼마나 반기고 있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북한이 170mm 자주포와 방사포 등을 러시아로 이동시키는 정황이 포착됐는데요. 일본의 한 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남북 군사분계선에 배치된 약 700문의 자주포 중 200문을 러시아에 제공한 바 있다고 합니다.

 

북한은 최근 비무장지대에서 대전차 방위력 강화와 장애물 설치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국에 대한 적대적 태도를 강조하려는 의도뿐 아니라, 남북 군사분계선 인근의 방위력 부족에 대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행동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북한에 안도감을 주는 동시에 불안감을 안기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여전히 한국군과 경찰에 대한 지휘권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한국 야당 일각에서는 지난 10월 한국 무인기가 평양 상공을 비행한 사건은 일부 군 지도층이 계엄령을 선포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려는 의도였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한 사실 관계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역으로 보면 북한은 이러한 한국의 정치적 혼란 속에서 안보적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자] 한국 계엄령 사태가 모든 현안을 뒤덮으면서 북한 관련 소식과 업무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줄어든 모습입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이 정치적 혹은 군사적으로 물밑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현재 2025년까지 5개년 계획에 집중하고 있다고 봅니다. 북한은 올해 갑작스럽게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20개 지역에 공장이나 병원을 짓겠다는 새로운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북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는 기존 5개년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주민들의 비판을 회피하려는 목적으로 급조된 계획이라고 합니다. 또, 제가 듣기로는 러시아에서 들어오는 선박들이 이 계획을 지원하기 위해 공산품과 건축 자재 등을 실어 나르고, 러시아로 돌아갈 때는 포탄이나 미사일 등 군사 물자를 적재하는 정황도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 이러한 공장들이 제대로 운영될 지와는 별개로, 공장 건설 자체는 계속 진행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 국방 계획 측면에서도 김정은 총비서가 목표로 세운 원자력 잠수함 등 많은 군사적 도전 과제들이 여전히 달성되지 못했습니다. 따라서 북한은 2025년까지 5개년 계획 완수를 우선시하면서 미국과의 협상 등 외교적 활동은 그 이후로 미룰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현재 한미일 협력이 흔들리는 상황은 북한 입장에서 큰 기회로 여길 겁니다. 북한은 한국의 국무회의나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고, 한미 연합사령부의 기능도 약화하고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북한은 이러한 한미일 협력 체제와 한미 동맹의 혼란을 기회로 삼아 허위 정보나 선동적 메시지를 확산시키려 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현재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북한, 러시아, 중국 등이 시도할 정보 공작을 포함한 하이브리드 전쟁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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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역 인근에서 한국 국민이 대통령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참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기자] 지난 6일 북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2차 회의가 내년 1월 22일에 열릴 예정입니다. 이 자리에서 북한 헌법의 일부 조문 수정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이번 회의에서 논의될 주요 변화는 무엇일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요즘 북한은 12월 말 당 중앙위원회 전체 회의를 열고, 그 결과를 정부 기관에 반영하기 위해 내년 1월에 최고인민회의를 개최하는 일정과 방식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내년 1월로 예정된 최고인민회의에서도 이번 달 말에 열릴 당 중앙위원회 전체 회의의 내용과 상당히 유사한 의제가 논의될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5개년 계획의 완수를 위한 성과를 점검하고, 목표 달성을 위한 방향성을 확인하려는 자리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보도에 따르면, 북한 내부에서는 물가 상승이 심각해 경제적 어려움이 더욱 가중되는 상황입니다. 북한 당국이 노동자들의 월급을 수십 배 인상하는 극단적인 조치를 취한 결과, 심각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 발생했으며, 북한 돈의 가치도 크게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러한 경제 문제에 대해 북한 당국은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따라서 당 중앙위원회 전체 회의와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경제와 내정 문제를 중심으로 협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국방 계획의 성과나 한국 내 정치적 혼란에 대한 언급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번 회의의 핵심 의제는 아닐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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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미국은 2019년에 우주군을 발족한 이후 2022년에는 하와이에 ‘인도태평양우주군’과 ‘주한 미우주군’을 창설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12월 4일에는 ‘주일 미 우주군’을 발족했는데요.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7일 ‘국가항공우주기술총국’ 연구사 리성진의 명의로, “최근 미국이 일본에서 '주일 미 우주군'을 발족한 것은 군사적 긴장 수위를 충돌 위험에 접근시키는 조치”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번 주일 미 우주군의 발족이 북한을 비롯한 역내 안보 상황에 어떤 메시지를 준다고 할 수 있을까요?

 

(사진) 앤서니 매스털러 미 인도태평양우주군 사령관_120324_연합.png
앤서니 매스털러 미 인도태평양우주군 사령관이 주일 미 우주군 창설을 하루 앞둔 지난 3일 미군 요코타기지에서 일본 기자들을 만나 주일 미 우주군의 창설 배경 등을 설명하고 있다. / 연합뉴스

 

[마키노 요시히로] 주일 미 우주군 창설은 당연히 예상된 조치였습니다. 작년 9월, 일본을 방문했던 챈스 살츠먼(Chance Saltzman) 미 우주군 작전부장이 주일 미 우주군 창설을 검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저 역시 당시 그 관계자를 취재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그는 주요 추진 배경으로 세 가지 이유를 들었습니다.

 

첫째, 우주 감시 역량의 강화입니다. 중국과 러시아는 위성파괴무기(ASAT) 시험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으며, 북한도 향후 ASAT 개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이들 국가가 개발 중인 극초음속 미사일을 추적하려면 우주 기반의 감시 시스템이 필수적입니다.

 

둘째, 미 국방성이 추진하고 있는 ‘전 영역 지휘통제(JADC2)’ 네트워크의 구축입니다. 육·해·공, 해병대, 사이버, 전자파 등 다양한 영역을 통합하기 위한 시스템에서 우주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차지합니다.

 

셋째, 주일 미 우주군보다 주한 미 우주군이 먼저 창설된 이유는 한국이 일본보다 지리적으로 북한, 러시아, 중국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주한 미 우주군과 주일 미 우주군은 주로 중국과 러시아의 위협에 대비하기 위한 부대로 볼 수 있으며, 북한도 그 대상에 포함됩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런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전략적 반발 메시지를 발신하지 않으면 이를 묵인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번 북한 보도는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전략적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다만, 이러한 보도가 즉각적으로 북한이 군사적 긴장을 고조시키는 실제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아 보입니다. 또한, 북한이 이번 보도에서 우주 군사 개발을 추진할 의사를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앞으로 이런 영역에서 북한의 움직임을 지속적으로 주시하고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마지막으로 지난 2014년 12월 중국 단둥에서 탈북민을 대상으로 선교활동을 하다 북한 당국에 체포된 한국의 최춘길 선교사가 북한에 억류된 지 10년이 됐습니다. 북한이 여전히 생사와 소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 가운데, 한국 정부가 최춘길 선교사의 북한 억류 10년을 맞아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했는데요. 북한에 억류된 한국 국민의 석방을 위해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할까요?

 

[마키노 요시히로] 북한은 과거에도 억류된 한국인의 생사나 소재에 대한 정보를 밝힌 사례가 거의 없었습니다. 과거 일본인 납치 피해자인 요코다 메구미 씨와 결혼했던 김영남 씨를 공개적으로 등장시킨 사례가 있었지만, 이는 인도적인 배려가 아니라 북한의 정치적 선전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었습니다.

 

반면, 북한은 한국계 미국인이나 한국계 캐나다 선교사, 그리고 오토 웜비어처럼 미국인 여행자를 억류했을 때는 그 정보를 제공했던 사례도 있습니다. 이는 북한이 한국을 다른 국가들과 다르게 대하는 의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은 과거 한국을 자국 영토의 일부로 간주하는 태도를 유지해 왔습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한국을 적대시하는 정책으로 전환하고, 한국을 또 다른 하나의 국가로 바라보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만큼, 미국인이나 캐나다인처럼 억류된 한국인에 대해서도 국제적 기준에 맞게 정보를 제공해야 할 이유가 생겼다고 봅니다.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는 인도적 문제를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북한에 대한 압박을 계속해야 합니다. 그러나 단순히 인도주의적 접근에만 머물지 말고, 북한의 이기적이고 비인도적인 태도를 국제사회에서 강하게 비판하는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네, 마키노 기자님. 오늘 말씀 감사합니다. 지금까지 워싱턴에서 RFA 자유아시아방송 한덕인이었습니다.

 

에디터 노정민, 웹편집 이경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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